도덕성, 신상 의혹 제기보다 적임자인지 따져보는데 초점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착석한 뒤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5일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는 ‘사법부 편향성’, ‘재판 지연’ 문제 등을 거론하며 자질과 도덕성 등을 검증했다. 청문회 준비 기간 조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 신상 관련 의혹 제기가 사실상 없었던 만큼, 앞선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 청문회 때와는 달리 여야 모두 대체로 사법부 수장으로서 적임자인지를 따져보는 데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 체제를 비판하며 조 후보자에게 사법부 정상화를 당부했다.
유상범 의원은 "김명수 대법원 체제에 대한 평가는 법원 내 코드 인사와 편 가르기, 심각한 재판지연, 재판의 정치적 편향성과 공정성 시비 등 부작용만 낳았다는 것"이라며 "조 후보자는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보여줬던 법원의 불신 같은 부분을 일소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형동 의원은 "재판 지연이 가장 많이 일어난 게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이라며 "민주당에서 무소속이 된 최강욱 의원은 기소된 지 3년 8개월 만에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당선무효가 된 (국민의힘) 김선교 전 의원은 3개월 만에 아웃됐다. 윤미향 의원은 1심에 1년 5개월이 걸렸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3년 9개월인데 2심에 그대로 있다"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는 "구체적인 개별 사건에 대해 말하기 어렵지만 최근 국민이 재판 지연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만 답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한 것을 비판하며 조 후보자에게 관련 제도 정비를 주문했다.
서영교 의원은 전날 검찰 압수수색에 대해 "김동연 경기지사가 선출되기 1년 전 벌써 이 전 지사는 그만뒀는데 검찰이 그곳에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와서 압수수색을 했다"며 "검사에게 왜 영장을 청구했는지 물어보고 사전에 심문하고 알아보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대법원장"이라고 말했다.
진성준 의원도 "어제 검찰의 경기도청 압수수색이 전임 도지사 수사를 이유로 한 압수수색이라 하는데 경기도청 입장에서는 14번째 압수수색"이라며 "대법원장 후보자로서 동일 사건, 동일 대상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이 반복적으로 계속되는 게 적절한가"라고 따져 물었다.
조 후보자는 "구체적으로 영장 발부 내용에 대해 제가 아는 바는 없기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만 답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민주당에서도 조 후보자에 대한 덕담성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서영교 의원은 대법원장직 제의를 사양했다가 이번에 수락한 것으로 알려진 조 후보자에게 "‘천번 만번도 더 사양하고 싶다. 국민과 나라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무거운 마음’이라고 하셨는데, 그런 마음으로 임해달라. 그런 초심 그대로 갖고 계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용기 의원은 질의를 시작하며 "후보자는 인품도 훌륭하고 (과거 대법관 인사청문회 때) 국회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얻어 대법관이 되셨다"고 언급했다.
이정문 의원도 "후보자가 대법원장이 되시면 국민 신뢰를 받는 공명정대한 헌법기관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청특위는 회의 시작 직후 위원장을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에서 같은당 주호영 의원으로 교체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전날 당 회의에서 김 의원을 향해 "인청특위 위원장에서 사퇴하지 않으면 내일 청문회는 정상 진행될 수 없다"고 하자, 김 의원이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를 찾아가 "이유를 납득할 수 없지만 사법부 수장 공백을 빨리 해소하는 게 우선"이라며 사의를 표명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의원은 자신의 위원장 사임 안건을 의결한 뒤 "(저의 사의로) 홍익표 원내대표가 청문 절차에 협조하겠다고 말씀해주신 만큼, 조 후보자의 청문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돼 대법원장 공백기가 수일 내에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