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발전5사, 전례 없는 중간배당 요구에 ‘속앓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06 15:02

한전 "산업부에서 승인, 100% 자회사인 만큼 각 사 이사회 통과 문제 없다"



자회사 "전례 없어 정관 변경·신설 필요, 이사회 멤버 배임 우려해 눈치"



"총선 전 전기요금 인상 없이 적자 상태 버티기 위한 무리수" 지적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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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이 한전의 전례 없던 중간 배당금 요청으로 고심에 빠진 모양새다. 내년 초인 배당금 지급 시기를 올 연말까지 앞당기기 위해서는 각 사의 정관 변경이 필요한데, 이사회 일부에서 자칫 배임소지가 없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4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한지 한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자회사들에 긴급하게 자금 수혈을 요청한 것을 두고 산업부와 한전의 ‘계산 실수’가 있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6일 한 발전사 관계자는 "이사회 멤버 중 절반 이상이 사외이사다. 이전에 이런 사례가 있었다면 문제가 없을텐데 전례가 없다 보니 쉽사리 결정이 나지 않고 있다. 특히 사외이사들은 나중에 배임혐의나 감사 등을 받을 소지가 있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수천억원의 금액을 정관을 변경해 단기간에 마련해 지급해야 하는 만큼 법률적·경제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금 감사원에서 지난 정부의 에너지 정책 수립이나 전력기금 사용 등을 두고 강도 높은 감사를 진행하고 있지 않나"라고 전했다.

실제 법률 상 배임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자회사 이사들을 놓고 보면 배임 혐의가 제기될 수 있다"면서 "형법 제 355조에 따르면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한다"고 밝혔다.

법률적 판단으로 배임행위가 무효라 하더라도 경제적 관점에서는 행위로 인해 본인에게 현실적인 손해를 가했거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에 해당되어 배임죄를 구성한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단독으로 결정한 사안이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의 합의에 따라 이뤄진 결정일 것"이라며 "100% 자회사인 발전자회사들이 굳이 우려하거나 반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전은 올해도 연간 적자를 기록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에 내년에는 채권발행한도가 올해 약 104조원(자본금+적립급 5배)에서 80조원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전이 긴급하게 중간배당금을 요청한 배경이다. 이미 현재 채권발행이 80조원이 넘은데다 당장 전력수요가 많은 올 겨울철 발전사들에 전력구입대금을 지급하기 위해 수조원의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산업부와 한전이 4분기 전기요금 인상 당시 채권발행 한도와 잔액에 대한 계산을 잘못해 일어난 사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과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달 8일 4분기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발표 당시 ‘연말과 내년초까지 채권발행 한도에는 문제가 없느냐’는 질문에 "문제 없다. 그런 부분들을 다 고려해 인상폭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계산을 잘못한 게 아니면 굳이 석달이나 앞서 급하게 정관 변경까지 요구하면서 배당금을 중간정산을 받을 이유가 없다. 계산착오로 채권발행에 문제가 생긴 상황에서 내년 총선전까지 전기요금 인상 없이 버티기 위해 공기업인 발전자회사들에 지나친 부담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전 측은 "현재 채권발행 한도에는 문제가 없다. 배당금 선지급 요청은 겨울철 전력수요와 국제 액화천연가스(LNG)가격 급등 등 혹시 모를 비상사태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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