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하 기대감은 김칫국?…힘 빠지는 증시 낙관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06 13:54
USA-FED/FRAMEWORK

▲제롬 파월 연준의장(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내년부터 미국 기준금리가 공격적으로 인하될 것이란 기대감이 빠르게 식어가자 미 증시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영향을 받는 미 국채 담보 환매조건부 채권 1일물 금리(SOFR) 움직임 등을 근거로 미국 금리인하가 규모나 속도 면에서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현재 5.5%인 기준금리 상단이 내년 12월까지 4.25%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보는 견해가 74.7%로 여전히 다수지만, 일각에서 이런 전망이 어긋날 가능성에 돈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4일 거래에서는 최근 몇주 사이 처음으로 하방보호 수요와 관련된 SOFR 옵션 포지션이 크게 늘었으며, 이 포지션은 내년 1·2월 등 상반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횟수에 대한 시장 전망이 빗나갈 경우 이득을 얻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전략가들이 SOFR 옵션을 활용해 현재 선물시장에 반영된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와 반대로 투자할 것을 제안한 데 이어 나왔다.

또 지난달 28일까지의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지난 2월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국채 선물곡선 관련 숏(하락) 포지션을 정리했다.

이뿐만 아니라 PNC파이낸셜 서비스그룹의 윌리엄 뎀체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한 행사에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본다"면서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여전한 만큼 "그 수준에서 오랫동안 머무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그는 내년 상반기 경기둔화 내지 가벼운 침체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키코프의 크리스 고먼 CEO도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를 예상하면서 연준의 연착륙 시도에 대해 ‘기정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수석 경제고문은 블룸버그 라디오 인터뷰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본다"면서 "그것이 내년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뉴욕증시가 앞으로 승승장구할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빠지는 분위기다.

골드만삭스의 스콧 루브너는 보고서를 통해 "약세론자(곰)가 더는 남아있지 않다"면서 주식 대량 매도 가능성이 높은 상태라고 봤다.

그는 시장 추진력을 이용하는 원자재 거래 전문가들이 지난달 2250억 달러(약 295조원) 정도 주식을 매입했다고 추산하면서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빠른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증가"라고 평가했다. 이어 트레이더들이 주식 매수보다는 매도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봤다.

모건스탠리의 프라임 중개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일부 발 빠른 트레이더들은 벌써 주식 포지션을 줄이기 시작했다.

빌 미니를 비롯한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헤지펀드들이 지난주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매도 포지션을 늘렸다고 전했다.

호주 펜달그룹의 에이미 셰 패트릭은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간 과도하다고 보면서, 미 국채에 대한 매수 포지션 비중을 줄이고 미국 하이일드(고위험 고수익) 채권에 대해서는 중립 의견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원화와 브라질 헤알화 대비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거둬들였다고 밝혔다.

웨이 리를 비롯한 블랙록 전략가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내년 중반에야 시작될 것으로 보면서 "시장이 실망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체제를 정의하는 것은 더 높은 금리와 확대된 변동성"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서고 공격적으로 완화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은 내년 1분기에 ECB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확률을 90%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3주 전과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다.

또 0.25%포인트씩 5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시장 가격에 완전히 반영되어 있으며, 6번째 금리 인하 가능성도 80%로 추산하고 있다. 이 경우 ECB 기준금리는 지금보다 1.5%포인트 내려간 2.5%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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