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준석 전 대표 "신당 창당하면 尹정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게 할 것"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06 17:00

"대구는 내게 어느 지역보다 험지"

이재명 대표 등과 대결 "상징성 없어"



尹과 윈윈 위한 협력·관계 회복 가능성에

"기대 안하고 기다리지도 않아"



"내 말은 막말이 아니라 센말"

"기성세대 인성-싸가지론은 제 얼굴 침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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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5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송기우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윤수현 기자]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은 보수와 관계가 없습니다. 이념만 강조하면서 보수를 이상한 방향으로 틀었습니다. 국민의힘 역시 이런 비(非)민주적인 체제로는 수도권 선거를 치를 수 없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현재 윤 정부와 여당의 행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이 전 대표는 ‘연말 창당’을 거론하면서 국민의힘의 혁신을 압박하고 있다. 창당 결단의 시한까지 12월 27일로 제시했다. 이 날은 이 전 대표가 2012년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비대위원으로 정계 입문을 한 날짜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을 향한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신당을 창당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반(反)윤 연대’는 아니라고 일축했다.

평소 이 전 대표가 인기를 얻는 요소이기도 하고 논란을 빚기도 하는 자신의 ‘직설적인 화법’에 대해서는 "막말을 하는 게 아니라 센말을 하는 것"이라고 구분 지으며 "기성세대의 시선으로 인성-싸가지론을 적용하는 건 제 얼굴에 침 뱉기"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이준석 전 대표와 일문일답.


◇ "신당 창당여부 27일 결정…보수정당 변화 필요한 시점"


- 신당 창당 하는가.


▲ 내 입장은 똑같다. 이달 27일에 결정하겠다고 한 그대로다. 지금 언급되는 언행에 대해서는 언론이 평가하는 것이다.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결정을 내린다면)내가 특정한 시점에 하려고 한다. 국민의힘이나 혁신위원회 일정과 내 정치 행보 일정은 연관이 없다. 신당을 창당하지 않겠다는 점을 고려를 한다고 하면 이 부분만 부각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말을 아끼겠다. ‘12월 27일에 신당 창당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 왜 신당 창당을 추진하려고 하는가.

▲ 만약 신당을 창당한다면 그 이유는 국민의힘의 당 체제가 무너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당시에는 (당이) 험지라고 여겨지는 수도권에서도 선거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들게 했던 모습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당에 개입하면서 전당대회에서 비민주적으로 당 대표가 선출될 때부터 당 체제가 무너졌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수도권에서 선거를 치를 수 없는 상태다. 보수정당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 지금의 국민의힘이 수도권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보는 이유는.


▲ 비민주적인 요인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진영의 우두머리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정작) 보여주는 정책은 보수와 관계가 없다. 오히려 이념만을 강조하면서 보수를 이상한 방향으로 틀어버렸다. 예를 들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를 들 수 있는데 이렇게 독립운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은 절대로 보수 가치가 아니다. 윤 대통령이 지금까지 보여준 ‘보수’의 모습과 다른 시도를 해야 한다.

-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보수와 이준석의 보수 가치가 다르다는 말인가.


▲ 국민의힘 정책이 보수의 가치와 가깝다고 보지 않는다. 지금 윤 대통령이 이념적 측면에서 정책을 거론하는 게 무엇인지 살펴보면 단순히 역사 논쟁 등일 뿐이다. 보수나 자유주의 측면에서 추진하는 정책이 없다. 언론을 규제하는 건 보수의 가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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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5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송기우 기자


◇ "정상 국가로 돌리는 게 비전…정치권 문제의식 가진 분들과 함께하고파"


- 신당 창당을 추진한다면 선거 전략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 수도권은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지역이기 때문에 이 곳을 중심으로 당을 설립하면 기반이 허약해진다. 과거의 예로 들어보자면 국민의당이다. 물론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당을 창당했을 때는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당을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에 대해 문제의식이 가장 많았던 곳(호남권)에서 국민의당 바람이 불었고 이 돌풍은 수도권까지 올라왔다. 물론 지금은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이 호남을 기반으로 원내에 입성한 상황과 다르다. 지금은 영·호남을 가리지 않고 정권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한 게 아닌 정치권에 문제의식을 가진 분들과 함께 하고싶다.

- 추진 신당의 비전이나 청사진은 어떻게 구상하는지.


▲ 비정상이 횡횡하는 세상에서는 정상적인 일만 한다고 해도 아주 큰 가치가 된다. 기본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정치적으로 모든 사람의 피선거권과 선거권을 존중하며 헌법대로 나라를 이끌어 가겠다고만 해도 윤 대통령과 차별화 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워낙 반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인 일을 많이 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너무 특별한 걸 고민할 필요가 없다. 4·19혁명은 국민들이 ‘주권을 회복하겠다’는 목표로 시작해 이뤄냈다. 민주화 과정에서도 ‘직선제 쟁취하겠다’는 단순한 구호로 시작됐다. 박 전 대통령 탄핵도 국민들이 비선실세에 열을 받아서 ‘정상 국가를 원한다’는 구호만으로 이뤄냈다. 오히려 미주알고주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정상적인 국가로 되돌리는 거 자체가 중요하다.

- 특정한 인물을 영입하거나 고려하고 있지 않더라도 진영은 어떤지?


▲ 지금까지 보수정당이라고 하면 두 가지 특징이 있다. 보수 성향이 강하거나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한 인물들이다. 보수 성향이 강한 대표주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고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한 대표 인물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두 성향이 결합하면 좋은 결과를 나타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백지장 같은 상태다.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보다 훨씬 오른쪽 즉 보수 우파 노선에 서겠다는 의지를 어필했지만 정작 자유주의자들은 당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이상한 구도와 상황이 돼버렸다. 강한 통제, 과거로의 회귀, 검찰을 통한 권력 다지기 즉 통제 이런 부분을 중심으로 당을 대하고 있다.

- 연대 또는 연합의 폭을 넓히려면 최소한의 기준이나 원칙 필요하지 않은가.


▲ 연대나 연합하자는 세력이나 사람은 종종 있지만 난 용기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한다. 비례대표 나가고 싶은 사람도 일부 있을테지만 내가 거기에 혹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 그런 동지를 구하려고 창당 이야기를 꺼낸 게 아니다. 용기 있고 야심 있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 개개인이 어떤 용기와 야심을 가지고 있는 지는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된다.

- 신당한다면 내년 총선 의석 수 목표는 어떻게 잡고 있는지.


▲ 그거야 말로 다다익선이다. 교섭단체 이상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영속성이 있는 당이 중요하고 그걸 위해서는 교섭단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본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목표 등 디테일은 지금 예측하는 게 의미가 없다.

- 신당을 하면 권역별로 몇 곳이나 공천할 수 있나. 대략 공천 관련 특별 지역을 염두에 두는지.


▲ 이 역시 다다익선이다. 어느 지역이든 편견 없이 후보들을 모집해 선거에 나설 계획이다.


이낙연 전 총리 등과의 연대는? "文 전 대통령 계승 여부와 정치 지향점 따라 달라질 것"

"한동훈 장관, 정치하면 김건희 여사 스캔들 입장 등 법조서 받지 못한 질문 받게 될 것"

"(윤 대통령과 관계 악화)쌍방과실 아냐…대통령 권력 독점 욕심에 당을 나락으로 보내"

 

◇ "그 어떤 것보다 대구 출마가 어려워…단순 인물 대결에 상징적 의미 없어"


- 선거는 결국 조직과 자금이다. 자금의 경우 지난번 당 대표 경선 참여 경험을 바탕으로 적게 할 자신이 있다고 했는데 전국 선거인 총선은 또 다르지 않은가.

▲ 당 전당대회 한번 뛰면 10억원에서 2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는데 나는 3000만원 쓰고 당선됐다. 정치판의 비효율이 얼마나 극심한지를 몰라서 자금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흘러가는 비용이 많다는 말이다. 지금 연락망에 5만5000명이 있는데 이걸 두고도 창당할 때 1%도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안다. 그런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데 그런 사람 수준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 사람의 생각일 뿐이다. (연락망 참여자가) 대구 3000명, 경북 2000명인데 모임을 했더니 1600명이 참여했다. 인지도 없던 의원의 창당과는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그 걱정할 시간에 본인 걱정하라고 말하고 싶다.

- 신당 추진과 관련해 지금 국민의힘에서 이 전 대표가, 야권에서는 이낙연 전 총리가 움직인다는 얘기가 있다. 이 전 대표와 이낙연 전 총리가 신당을 함께 만들거나 이 전 대표가 영남을, 이낙연 전 총리가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신당을 창당해 연대 또는 연합할 가능성은 없는가.


▲ 언론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낙연 전 총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총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서 이 전 총리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치를 계승할 건 지 아니면 정치인 ‘이낙연’이라는 자신만의 고유한 정치를 선보일 건가에 따라서 연대 가능성이 엇갈릴 것 같다. 지금 국민들 사이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비토가 높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 역시 정치에 대해서 만큼은 유권자 모두가 지지하지 않았다. 이 전 총리가 어떤 정치적 지향점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 신당을 만들 때 유승민 전 의원,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안철수 전 의원 등이랑 그간 함께 했던 인사들이 같이 갈 수 있을까. 특히 이 전 대표를 발탁한 것으로 알려진 유 전 의원이나 김 전 위원장이랑 함께 가지 못하면 리더십이랄까 포용력 관련 말이 나올 수도 있을텐데.


▲ 안철수 의원이랑은 서로 같이 할 생각이 없다. 안철수 의원도 나랑 같이 할 생각이 없을 것이다. 유승민·김종인 두 분의 의사는 모르기 때문에 내가 전달할 수는 없다. 두고보면 된다.

- 왜 하필 대구에 출마하느냐는 의구심이 많다. 지역적 중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수도권에도 상징적인 부분이 많지 않는가. 앞으로의 정치적 비전이나 발전을 이루겠다면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혹은 그간 각을 세워왔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 출마 여부가 주목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거대 야당 수장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과 맞붙는 게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 않는가.


▲ 우선 대구에 출마하겠다고 확정 지은 적은 없다. (다만 이를 전제로 한다면) 예시로 나온 부분보다 대구에 도전하는 게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대구보다 어려운 곳이 있다면 찾아보겠지만 지금은 대구에 도전하는 게 훨씬 어려워 보인다. 누구랑 붙는 게 무슨 상징적 의미가 있는 지 모르겠다. 인물간의 경쟁 구도가 마치 검투사 경기를 바라보는 대중의 흥미도 있겠지만 나는 평소에 보면서도 흥미를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상징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 국민의힘이 이 전 대표 ‘대항마’로 한동훈 장관을 내세울 것이라고 한다. 그런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 방안이 있는가.


▲ 예전의 황교안 대표 같은 역할이 아닐까 싶다. 극보수층에서 관심을 갖는 주요 인물로 한 장관을 세우려는 게 아닌가 싶다. 다만 한 장관이 정치 영역으로 오는 순간 지금까지 법조 분야에서 받지 못했던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김건희 여사의 여러 가지 스캔들에 대한 한 장관의 입장은 무엇인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한 한 장관의 입장 무엇인지 등에 대해 피하지 않고 답을 해야 한다. (한 장관이 지금까지 몸담았던 곳과) 전혀 다른 영역이기 때문에 정치에 진입한 뒤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 국정 야당 탓할 것 없어…엑스포 유치도 스스로 코피 흘리며 뛰다 실패해 역풍"

"지금 시대정신은 상식의 회복…국회의원 되고 안되고를 떠나 명예롭게 정치하고 싶어" 

 

◇ "尹, 스스로 정확한 평가·반성 필요하지만 기대도 없고 기다리지도 않아"


-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는 이전에도 서로 필요로 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 같다. 감정적인 골도 깊지만 서로 다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 사람들이 쌍방과실처럼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윤 대통령이 정권을 잡기 전) 내가 먼저 당 대표로 선출됐다. 그리고 공정하게 대통령 선거의 경선을 관리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당시 우리 당의 후보가 될 수 있었다. 나는 당 대표로서 내가 가진 모든 능력을 발휘해서 대통령을 당선시킨 것이다. 이후 먼저 윤 대통령이 권력을 독점하기 위한 욕심 때문에 사달을 일으켜 당을 나락으로 보낸 것이다. 귀책사유가 명확하다. 윤 대통령이랑 싸우지도 않았다. 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칼을 들고 당을 난도질 한거다. 만약 윤 대통령이 변화가 있으려면 이런 행동에 대해 스스로 정확히 평가하고 정확히 반성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어서 기대도 안하고 기다리지도 않는다.

- 지금 정쟁 구도 자체로만 보면 대중들에게 ‘이준석 신당=반(反)윤 정당’이라는 인식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부정했지만 ‘반윤’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 착각하면 안되는 게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처럼 ‘반윤연대’를 할 생각은 없다. ‘반윤’은 정치적 구호일 뿐이다. 윤 대통령이 하는 일에 대해 비판을 하는 건 당연히 맞다. 하지만 (보수의 가치에 대한, 보수 정치에 대한 비판일 뿐) 내 정치 기조 자체가 ‘반윤’이라고 일괄하는 게 아니다. 이 자체를 ‘반윤’으로 싸잡으면 의미가 축소된다. 그래서 ‘반윤정당’이라는 말을 거부하는 것 뿐이다. 나는 민주당보다 윤 대통령을 정확하게 지적하는 사람이다. ‘반윤’ 자체는 (정치 기조가 될 수 없고) 프레임일 뿐이다. ‘반윤’을 하지 않을 거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프레임일 뿐이라고 해서 윤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을 수는 없다.

- 평소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을 향해 비판하는 발언의 수위를 두고 정치적 레토릭(수사)이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결국 독자적으로 신당을 가기 위한 전초전이 아니냐 이런 견해도 나오는데 정치적 레토릭은 아니라는 건가.

▲ 진심으로 윤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 65%가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오는데 이 사람들이 단순 레토릭으로 여론조사에 참여한 건 아닐 것이라고 본다. 나도 그 65% 중 한명이다.

-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가 65% 상태로 지속되면 나라는 어떻게 되는 건가.


▲ 진심으로 걱정이다. 두려움 때문에 더 움츠러들어서 국정 운영을 어떻게 해나갈지 걱정이다.

- 그럼 결국 야당의 대통령 탄핵 명분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


▲ 이런 상황임에도 윤 대통령이 조언을 듣지 않는다면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렇다고 내가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처럼 아부를 떨면 대통령과 상황이 바뀐다고 생각하는 건 이상하다. 그래서 12월 27일이 되면 그때부터는 더 이상 시간적 여유도 없고 상황적으로 기다릴 수 없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다른 지향점을 가지고 옮기겠다고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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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5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송기우 기자


◇ "국정 운영 주도적 책임은 與…내년 총선 ‘정권심판론’ 우세할 것"


- 내년 총선 구도를 ‘행정권력 견제론’과 ‘입법권력 심판론’간 대결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어디가 우세한다고 보는지.

▲ 당연히 정권 심판론이 우세할 것으로 보고 있다.

- 나라 상황이 어렵다고 하는데 여야 중 누구 책임이 더 큰가.

▲ 당연히 국정운영 주도적 책임은 여당에 있다. 물론 야당이 막아서 못한 것도 있겠지만 윤 대통령은 입법부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신나게 하고 싶은 것 다 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도 누가 시키거나 뇌파 조종한 게 아니다. 전당대회에서 지지율이 높았던 1∼4등 후보를 때리고 5등 후보를 당 대표에 앉힌 것도 윤 대통령 본인이다. 야당 탓 할 게 없다. 엑스포 유치 관련해서도 누가 코피 흘리면서 뛰라고 압박한 적이 없다. 윤 대통령 스스로 전 세계를 다니면서 코피 흘리고 기네스북 등재 이야기 한거고 이게 실패하니 역풍이 분 것이다. 야당이 엑스포 유치 안하면 탄핵하겠다고 협박한 적도 없다.

- 윤 대통령과 집권당의 수직적 관계 비판 많이 해왔다. 대통령 중임제 국가에서는 수평관계가 가능할 수 있다고 보는지.

▲ 윤 대통령이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지금은 본인 방식대로 때려부순다고 말하는 거다. 예전에 녹취록도 공개되지 않았나. 그걸 국민들이 평가하는 거다. 김무성 고문의 명언처럼 인생의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 다른 당이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 개인 사법리스크를 어떻게 돌파해야 한다고 보는지.


▲ 이재명 대표가 지금 리더십을 보여주는 게 굉장히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 대표의 선택이지만 당 대표를 잘 못한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줬다. 지금 같은 국정 상황이라면 민주당이 지지율을 60% 이상 뚫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여전히 30%대로 절반정도다.

- 윤 대통령 및 친윤의 ‘권력 독점’과 이재명 대표 및 친명의 ‘사당화·원내 독주’가 있다면 뭐가 더 문제인가.

▲ 덤 앤 더머(Dumb and Dumber·바보같은 두 사람을 함께 거론하는 표현 )다. 국민들이 볼 때는 근데 1년 반 동안 상대적으로 잠잠하게 살았던 이재명 대표와 하고 싶은 거 다 했던 윤 대통령을 놓고 비교하니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 "막말 아닌 센말만 하는 것…지금의 시대정신은 상식 회복"


- 정치권 또는 특정 정당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넘어서서 한국 정치의 재개발, 나아가 심지어 신도시를 만드는 수준으로 정치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 나 또한 그런 비전을 가지고 있다. 정치하면서 12년 동안 말한 것의 합집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당의 방향성 등 구성원과 합의된 걸 이야기할 때쯤에는 명쾌하게 말하겠다.

- 본인의 장점과 단점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국민이 기대하는 점과 국민이 고치길 바라는 점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 직설적 화법이라고 본다. 난 막말을 하는 게 아니라 센 말을 하는 것이다. 남들이 못하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아픈 데를 찌르니까 아프다고 하는 것이다. 싸가지 이런 거는 기성 세대가 젊은 사람들에게 자기 기준을 들이미는 것일 뿐이다. 내 화법에 젊은 세대는 열광하고 나이든 세대는 관성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다. 이준석이라는 사람이 정치를 한 지 12년인데 칭찬도, 비판도 많이 받았고 영광도, 아픈 순간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건 기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기대치 때문에 나에게 특별히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유의미한 지적을 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하나마나한 지적을 하는 사람도 있다. ‘기다리면 너의 시대가 온다’고 말하는데 요즘 그렇게 살면 안된다. 전형적인 유교적 논리나 바탕으로는 정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치가 치열한 경쟁의 장이 됐을 때 국민들이 행복하다. 그 경쟁은 더 나은 정치와 논리를 가지고 국민을 설득하는 경쟁이다.

- 우리 사회에 장유유서(長幼有序) 사상이나 꼰대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다. 예전에 유시민 작가가 정치권에 있을 때 쏟아졌던 비판이 ‘맞는 말을 싸가지 없게 한다’였다. 이 전 대표한테도 이런 시선이 없지 않은 것 같은데.


▲ ‘맞는 말을 싸가지 없게 한다’는 평가 때문에 유시민 전 장관이 손해를 본 것 같지도 않다. 장관도 했고 국회의원도 두 번 했고 경기도지사도 개혁당이라는 작은 당으로 거의 될 뻔했다. 직설적으로 말을 한다고 대중이 실제로 그 인물이 버릇 없다고 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싸가지 없다’고 비판을 하는 사람들은 본인들이 추한 건 지도 모르고 자기 얼굴에 낙서하는 것이다. 한 달 있으면 나도 한국나이로 40살이다. 40살이 ‘싸가지론’에 적용받아야 하는가. (인성문제를 거론하고 싸가지론을 얘기하는) 지금 60살이나 70살에게 묻고 싶다. 본인들의 아들, 딸, 며느리, 사위, 손자, 손녀는 어떻게 살기를 바라는지 말이다. 이런 지적은 제 발등에 도끼를 찍는 것이고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셈이다. 기성세대들이 알아야 한다. 옛날처럼 뒷짐 지고 남 훈수 둔다고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 근데 이걸 계속하니까 정치가 망가지는 것이다.

- 지금 시대정신 뭐라고 생각하는가.


▲ 어느 시기든 시대정신이란 결핍에 대해서 기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상식이 결핍이라고 본다. 상식 회복이 시대정신이라고 보고 있다. 정치가 그다지 권위 있어 보이지 않고 명예로워 보이지 않는 상황까지 온 것 같다. 이전에 비하면 지금 의원들이 명예롭지 못하고 공천에 목매달고 이런 모습 보이는데 이게 정치에 있어서 가장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정치적 꿈과 비전이 있는지


▲ 젊은 나이에 정치를 시작했다. 김기현 대표는 60세가 넘어서 당대표를 해보려고 무리했는데 난 30대 중반에 해봤다. 웬만한 사람들이 달성하고 싶은 거 해봤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국회의원이 되고 안되고의 문제도 있겠지만 그걸 떠나서 명예롭게 정치하고 싶다.


대담 = 구동본 정치경제부장/부국장
정리 = 오세영 ·윤수현 기자
사진 = 송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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