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인요한 혁신위, 42일만 조기종료…‘주류 희생’ 공은 당 지도부에 넘겨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07 16:12
2023120701000452000021281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12차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예정된 활동 종료 시점인 24일보다 보름가량 빠른 7일 활동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10월 26일 출범 이후 42일 만에 해산을 결정한 것이다.

‘파란 눈의 혁신 집도의’ 인요한 연세대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되고 본격 혁신위가 출범한 뒤 당내 비주류, 호남·청년 등 여당 지지 취약층 끌어안기에 나서며 기대를 모았다.

혁신위는 그동안 국회의원 특권 배제, 중진 험지 출마 혹은 불출마, 청년 공천 확대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동안 가장 거세게 주장해왔던 ‘주류 희생’ 요구를 당에 관철하지 못한 채 활동을 마무리했다. 혁신위의 개혁 의지는 높았지만 당내 주류의 미온적 태도와 외면으로 벽을 넘지 못한 ‘미완의 혁신’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 인요한 "혁신위 50%는 성공"…나머지는 당과 공관위의 몫

인 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에서 "사실상 오늘 혁신위 회의로 마무리한다.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이 뭘 원하는지 잘 파악해 우리가 50%는 성공했다고 자부한다"며 "나머지 50%는 당에 맡기고 기대를 하면서 조금 더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주류 희생’에 대한 지도부의 응답이 끝내 나오지 않으면서 혁신위는 ‘수술’을 완료하지 못한 채 활동을 마무리했다. 다만 총선이 가까워지면 혁신위 요구대로 실제 ‘결단’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 지도부 역시 "거부가 아니라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반복해 발신해왔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주류 희생론은 완전히 물 건너간 것은 아니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확신한다. 믿고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혁신에 대한 절반의 성공, 그 나머지 절반은 앞으로 펼쳐지게 될 공관위 몫이 될 수도 있다"며 "혁신위 혁신은 예고편에 불과했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는 공관위를 구성하는 게 지도부의 막중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달 중순 김기현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에 출마할 국회의원 후보자를 공천하는 공천관리위원회를 정식 출범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일부 혁신위원도 이날 회의에서 조기 해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임장미 혁신위원은 회의 전 지도부를 향해 "과연 지금까지 얼마나 희생에 대해 생각했고 움직임이 있었는지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 국민의힘 ‘인요한 호’ 혁신위원회 혁신안

구분내용지도부 수용 여부
혁신안<당내  화합을 위한 대사면>
이준석 전 대표·홍준표 대구시장·김재원 전 최고위원 징계 해제
<국회의원 특권 배제>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세비 책정
현역 국회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
<청년 정치인 양성>
청년 비례대표 50% 의무화
우세 지역의 청년 전략지역구 선정
<전략공천 원천 배제>
상향식 공천: 대통령실 출신 인사에 대한 특권 배제
<과학기술인재 양성>
과학기술인에 대한 ‘전략 공천’
24개 장관급 부처 과학기술혁신 정책자문관 제도 도입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보좌관 신설
<중진·측근 희생안>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핵심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활동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
부산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토크콘서트 깜짝 방문>
대구 <경북대 재학생 간담회>
제주  <43 평화공원 참배>
대전 <한국 정치의 문제점과 개혁 방안 강연 등>


◇ 혁신위, ‘대사면’부터 ‘중진 희생’까지 5호 혁신안 마련

국민의힘은 지난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혁신위를 띄웠다. 국민의힘 영입 인재로 거론돼오던 인 위원장을 위촉한 뒤 김기현 대표 역시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공언했다.

호남 출신의 ‘특별귀화 1호’ 인 위원장은 "와이프와 아이 빼고 다 바꿔야 한다"며 강도 높은 혁신을 예고했다. 여성·청년·수도권 인사를 대거 배치한 혁신위는 사흘 뒤 공식 출범했다.

혁신위의 1호 혁신안은 ‘대사면’이다. 인 위원장은 출범 다음 날부터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김재원 전 최고위원 등의 징계를 해제하는 ‘대사면’을 제안했다.

당 지도부 혹은 주류세력과 각을 세워 온 유승민 전 의원, 홍 시장 등을 찾아가 만났고 이 전 대표의 부산 토크콘서트에도 ‘깜짝 방문’했다.

이태원 참사 추모식에 참석하고 광주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묘역, 제주 4·3 평화공원을 참배하며 기존 여당과는 다른 색깔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혁신위는 1호 ‘대사면’ 안건에 이어 2호 안건으로는 국회의원 특권 배제 등, 3호 안건으로는 청년 비례대표 50% 배치 등, 4호 안건으로 전략공천 원천 배제 등, 5호 안건으로 과학기술인 공천 확대 등을 차례로 내놨다.



◇ 與 지도부-혁신위, ‘주류 희생’ 안건 두고 팽팽한 기싸움

혁신위의 혁신안은 발표 때마다 통합과 희생에 집중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혁신위는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인사의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희생’ 안건으로 지도부와 기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인 위원장은 출범 초기부터 ‘영남 스타 험지 출마론’을 언급했다. 11월 초에는 관련 안건을 권고안으로 내놓은 뒤 ‘대통령을 사랑하면 결단하라’는 등의 압박성 메시지를 잇달아 보냈다.

당내에서는 ‘너무 급하다’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기현 대표는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고 말했고 장제원 의원은 "알량한 정치 인생을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주류 희생’에 대해 한 달 가까이 뚜렷한 응답이 없자 혁신위는 ‘권고안’을 정식 안건으로 격상해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해달라고 요구했다. 인 위원장은 지도부가 희생 안건을 의결하지 않는다면 자신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고도 요구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2시간 만에 이를 단칼에 거절했고 당내에서도 ‘인 위원장이 과도하다’는 불만 기류가 형성됐다.

전날 회동에서는 인 위원장이 김 대표에 특별한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 등 동력을 잃은 모습을 비추기도 했다.

인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소신껏 하라고 했다’는 발언으로 일으킨 윤심(尹心) 논란, 이준석 전 대표를 겨냥해 ‘도덕이 없는 것은 부모 잘못’이라고 말했다가 일어난 실언 논란 등도 혁신위에 타격을 줬다는 분석이다.


claudia@ekn.kr

오세영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