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빵점 아님 백점" 인요한, "50% 성공" 선언 뒤 안철수에 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07 20:12
회의실 향하는 인요한-안철수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안철수 의원.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무서울 정도로 전권 위임", "혁신은 0점 아니면 100점" 등을 공언했던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주요 혁신안들을 관철시키지 못한 채 2주가량 일찍 간판을 내렸다.

앞서 혁신위는 지난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혁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10월 26일 출범했다.

출범 당시는 이달 24일까지로 활동 기간을 정했으나, 결국 42일 만인 7일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에서 마지막 혁신위 회의를 마친 뒤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이 뭘 원하는지를 잘 파악해서 우리는 50% 성공했다"고 자부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50%는 당에 맡기고 기대하며 좀 더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이어 "맨 먼저 윤석열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며 "혁신위가 끝나기 전에 개각을 일찍 단행해서 좋은 후보들이 선거에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고 평했다.

아울러 "김기현 대표에게 감사드린다"며 "혁신위원장을 맡는 기회를 주고, 정치가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운지 알아볼 기회를 줘서 많이 배우고 나간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1호 혁신안’으로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대한 징계 해제를 건의해 관철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이 조치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오히려 역효과만 나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나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컷오프(공천 배제) 등의 혁신위 제안도 당 총선기획단에서 수용됐다. 그러나 두 안건 역시 그간 정치권에서 흔히 사용됐다가 폐기된 전력이 있는 종류다.

특히 혁신위는 핵심 카드였던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계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 혁신안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이에 ‘빈손 혁신위’ 비판이 이어지자, 정해용 혁신위원은 "어제 김기현 대표가 혁신위가 제안한 안건을 공천관리위원회 등 여러 절차를 통해 녹여내겠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전했다.

혁신위원장 및 혁신위원 일부가 공천관리위원회에 합류해 혁신안을 끝까지 관철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지도부 손에 혁신안의 ‘운명’을 맡긴 셈이다.

이 가운데 인 위원장은 혁신위 활동 종료 선언 직후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안철수 의원을 30분가량 만나 주목받았다. 면담 일정은 인 위원장 요청으로 지난주부터 조율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이 국민의힘 탈당 가능성이 거론되지 않는 사실상 유일한 비윤계 차기 주자라는 점에서, 인 위원장이 안 의원에 ‘혁신안 지원’을 맡겼을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안 의원도 회동 뒤 "인 위원장과 공감대를 형성한 당의 앞으로의 혁신 방향 4가지를 말 하겠다"며 "당내 지도자들의 정치적 희생을 통해 국민의 마음과 희망을 얻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와 국정을 주도해온 사람들이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와 혁신위 조기 해체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안 의원은 또 "용산의 잘못된 결정들을 당에서 그대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며 당과 용산의 지지율이 거의 같은 모습을 보인다"며 "건강한 당정관계 회복이 필요하다. 지금은 그게 전혀 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 내각 및 총선에서 과학기술 인재의 적극적인 발굴과 공천 △ 이념 중심 진영 정치에서 민생 중심 실용 정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안 의원은 또 "혁신은 실패했다. 저도, 인요한 위원장도 치료법을 각각 제안했지만, 환자가 치료를 거부했다"며 "이제는 김기현 대표와 지도부가 어떤 방향으로 민심을 회복하고 총선 승리를 끌어낼지 답을 내놓을 차례"라고 했다.

인 위원장도 안 의원이 밝힌 혁신 방향에 대해 첨언하지 않은 채 "우리는 그래도 국민의 뜻을 잘 반영하려고 노력했지만, 여러 가지 부족했다는 것을 여러분 앞에서 다시 고백한다"고 실패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인 위원장은 "오늘 온 목적은 안 의원이 내가 제일 힘들 때 지지하는 발언도 해줬고 너무 고마워서 온 것"이라며 "안 의원은 우리 당만이 아니고 대한민국에 필요한 정말 중요한 인재"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의대 교수 출신인 두 사람은 공식 석상 등에서 만난 인연이 있다고 한다.

인 위원장은 "우리 연배가 비슷하다. ‘닥터 안’, ‘닥터 인’이 앞으로 친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행보’도 열어뒀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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