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글로벌 리스크’ 확산에 재계 대응책 마련 분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10 11:00

美 디플레 조짐···中 신용등급 강등에 ‘수출통제’ 악재까지



유가 급락하고 환율 불확실성 확대···전쟁 양상도 ‘안갯속’



삼성·LG 등 글로벌 전략회의···SK·롯데 등 ‘혁신 인사’ 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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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미국에서 경기침체 공포가 커지고 무디스가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등 ‘글로벌 리스크’가 확산하면서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주요 수출시장에서 소비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져 내년도 사업 계획 구상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기업들은 연말 ‘혁신 인사’를 단행하고 총수가 직접 주재하는 전략회의를 여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연말이 다가오면서 내년도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각종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원자재 수요가 확 줄어든 게 대표적이다.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고 주요국 노동시장 상황도 좋지 않다. 갑작스런 물가 상승에 실질소득이 줄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큰 상태다. 러시아-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하마스 등 전쟁 양상도 여전히 안갯속에 가려져 있다.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종가는 최근 배럴당 70달러선 아래로 떨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감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내년도 경기 둔화 가능성이 짙어지며 수요 자체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닥터 코퍼’ 구리 가격 하락세는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국제 구리 선물가격은 최근 들어 급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 3월 인도분 선물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달부터 하락세가 유독 심해졌다. 국제 구리 선물가격은 t당 7000달러선에 형성돼 올해 들어 15% 이상 떨어졌다.

이런 와중에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5일(현지시간)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중국 당국이 부채가 많은 지방 정부와 국영 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은 전대미문의 청년실업률 급증, 투자 경색 등 어려움도 겪고 있다. 우리나라에 요소수 수출을 제한하는 등 수출규제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디플레이션 조짐이 일고 있다. CNN에 따르면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참석에 앞서 준비된 발언을 통해 "급격한 경기 하강이 임박했다고 보지는 않지만 경기침체가 다가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CEO도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수 있어 경기침체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자 재계는 해법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당장 ‘혁신 인사’를 통해 분위기 쇄신을 도모하는 기업이 상당수다. SK그룹은 지난 7일 부회장단 4인이 모두 2선으로 물러나고 그룹 ‘2인자’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선임하는 연말인사를 단행했다. 여기에 SK(주), SK이노베이션, SK온 등 주력계열사 7곳의 수장을 과감하게 교체했다.

롯데그룹 역시 인사를 통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세대교체’와 ‘인적쇄신’에 방점을 찍었다. 이를 통해 조직을 체계화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롯데그룹은 계열사 14곳 대표이사를 교체하기도 했다.

삼성, 현대차, LG 등은 최대한 조직안정에 무게를 두고 인사 폭을 최소했다. 대신 총수와 CEO급들이 머리를 맞대고 내년도 사업 계획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14일부터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이 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국내외 임원급이 모이는 자리다. 올해는 14일부터 19일까지 사업부문별로 의견을 교환한다.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이 각각 회의를 주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사장단 협의회를 직접 주재했다. LG그룹은 통상 분기에 1번씩 사장단 협의회를 연다. 회의에는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문혁수 LG이노텍 부사장 등 새로 CEO를 포함 총 40여명이 참석했다.

구 회장은 지난 2019년 회장 취임 후 첫 신년사에서 ‘LG가 나아갈 방향은 고객’이라는 지향점을 제시한 이래 꾸준히 고객가치 메시지를 구체화하고 있다. LG 최고경영진은 이날 회의에서 내년 고객가치를 중심으로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더 집중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롯데그룹은 내년 1월 상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을 열고 새해 사업계획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한다. HD현대는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경기 판교 HD현대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에서 글로벌 워크숍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인프라코어 등 HD현대 건설기계 부문 3사의 임원진, 해외 법인장 등 130여명이 참석했다.

외부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이다. 현대차는 8일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에 대한 예측력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성과 창출 기반을 마련하고자 미국 정통 외교 관료 출신의 성 김 전 대사를 자문역으로 위촉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해외 시장 전략, 글로벌 통상·정책 대응 전략, 대외 네트워킹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성 김 전 대사의 합류가 신시장 진출,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주요 경영 현안을 풀어가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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