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O, 지구 기후현황 보고서(잠정) "2023년은 174년 위성관측 기록 상 가장 따뜻한 해"
뜨거운 지구, 폭염·폭우·홍수·가뭄 등 각종 기후재앙 불러와…기후위기 누구도 피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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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기후변화 현황(자료 = 세계기상기구) |
[에너지경제신문 김연숙 기자] 올해가 역사상 가장 따뜻한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온실가스 수준은 계속해서 증가했고 해수면 온도와 해수면 상승도 이어졌으며, 남극 해빙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각종 기후 기록을 갈아치운 한 해였다는 평가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구 기후현황 보고서(잠정)를 통해 2023년은 ‘기록상 가장 따뜻한 해’가 될 것으로 확인했다. 황폐화를 동반한 극심한 날씨와 함께 각종 기후기록을 산산조각 낸 한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구 기후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는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 기준보다 섭씨 약 1.40도(불확실도 ±0.12도) 높을 것으로 잠정 예측된다. 10월까지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은 174년 관측 기록에서 가장 따뜻한 해가 될 것이 사실상 확실하다.
특히 4월부터 10월까지 바다에서 기록적인 월별 지구 기온이 관찰됐으며, 이 같은 현상은 7월부터 10월까지 육지에서도 관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7월, 8월, 9월, 10월은 WMO가 기후 보고서에 사용하는 모든 데이터 세트에서 각각 해당 월의 이전 기록을 크게 웃돌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더해 올해 봄 북반구 지역에 발생해 여름에 급속히 발전한 온난화 엘니뇨 현상은 내년 더위를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온실가스 수준 또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 가지 주요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의 측정농도는 전 세계 통합 값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최근 연도인 2022년에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특정 위치의 실시간 데이터에 따르면 이러한 3가지 온실가스 수준은 올해도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산화탄소 수준은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50% 높아져 대기에 열을 가두게 되는 결과를 낳았는데, 이는 앞으로도 온도가 수년 동안 계속해서 상승할 것임을 의미한다.
지구 평균 해수면 온도(SST)는 북반구에서 늦은 봄부터 시작해 연중 최고 기록을 세운 것으로 보고됐다. 4월부터 9월(데이터가 있는 가장 최근 달)은 모두 가장 따뜻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7월, 8월, 9월의 기록은 각각 큰 차이(약 0.21~0.27도)로 깨졌다.
북대서양 동부, 멕시코만, 카리브해, 남극해의 넓은 지역에서 해양 폭염이 광범위하게 발생하면서 예외적인 따뜻함이 기록되기도 했다.
해양 열 함량은 65년 관측 기록 중 가장 최근의 연간 데이터인 2022년에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와 함께 지구 기후현황 보고서의 각종 데이터는 해양 온난화 속도가 지난 20년 동안 강한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기록했다.
해수면 상승 또한 2023년에 가장 높았다. 올해 지구 평균 해수면은 위성 기록이 시작된 1993년 이후 최고 기록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2013~2022) 동안 세계 평균 해수면 상승률은 위성 기록의 첫 10년(1993~2002) 동안의 해수면 상승률의 두 배 이상을 나타내고 있다.
남극의 해빙 면적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지난 2월 남극 해빙 면적은 위성시대(1979년~현재) 중 최저 기록을 세웠다. 얼음 규모는 6월 이후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9월의 연간 최대치는 1696만㎢로, 1991~2020년 평균보다 약 150만㎢ 낮았고, 이전 최저 기록인 1986년보다 100만㎢ 낮은 수준을 보였다.
북극 해빙 범위는 정상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북미 서부와 유럽 알프스의 빙하는 극심한 녹는 현상을 보였는데, 스위스에서는 지난 2년 동안 빙하의 전체 남은 면적의 약 10%를 잃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극심한 기상변화 모든 대륙에 영향…홍수·저기압·가뭄·산불 등 피해 입어
이처럼 극심한 날씨와 기후 현상은 사람이 거주하는 모든 대륙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대규모 홍수, 열대 저기압, 극심한 더위와 가뭄, 산불이 포함된다.
지중해성 사이클론 다니엘로 인한 극심한 강우로 인해 발생한 홍수는 그리스, 불가리아, 투르키예, 리비아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지난 9월 리비아에서는 막대한 인명 피해를 입혔다.
2월과 3월에 발생한 열대 저기압 프레디는 마다가스카르, 모잠비크, 말라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극심한 더위는 세계 여러 지역에 영향을 미쳤다. 가장 심각한 피해는 남부 유럽과 북아프리카에서 발생했으며, 특히 7월 하반기에 심각하고 유난히 지속적인 폭염이 이어졌다. 이탈리아의 기온은 48.2도에 달했고, 튀니스(튀니지) 49.0도, 아가디르(모로코) 50.4도, 알제(알제리) 49.2도 등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올해 캐나다의 산불 시즌은 이전에 기록된 어떤 해보다 훨씬 많았다. 10월 15일 현재 전국적으로 불에 탄 총 면적은 1850만 헥타르로, 10년 평균(2013~2022)의 6배가 넘는 수치이다.
올해 가장 치명적인 산불은 하와이에서 발생했는데, 최소 99명의 사망자가 보고됐다. 이는 100년 이상 동안 미국에서 가장 치명적인 산불로 기록됐다.
아프리카의 그레이터 혼에서는 5시즌 연속 가뭄이 이어졌고, 홍수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이주하게 됐다. 가뭄으로 인해 토양의 물 흡수 능력이 감소해 4월과 5월에 비가 왔을 때에는 오히려 홍수 위험이 증가했다.
중미와 남미의 여러 지역에서는 장기적인 가뭄에 시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 북부와 우루과이에서는 1월부터 8월까지 강우량이 평균보다 20~50% 낮아 농작물 손실과 저수량 부족으로 이어지는 등 지구 온난화의 폐혜는 인류와 생태계를 지속해서 파괴해 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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