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에어버스 등 글로벌 항공사의 국내 유일 1차 벤더
코로나19로 크게 줄어든 재무 여력… 워크아웃 신청
사채권자집회 못넘고 회생 돌입시, 관계자 모두 손실
[에너지경제신문 박기범 기자] ‘1세대 항공기 부품 기업’ 아스트의 신주인수권부 사채권자와 현재 최대주주인 연합자산관리(이하 유암코) 사이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신용평가사에서는 신용등급을 두 단계 낮추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8일 한국기업평가는 아스트의 11회 신주인수권부사채(이하 BW)의 신용등급을 ‘CCC/부정적 검토’에서 C등급으로 두 단계 하향 조정했다. C등급은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높고, 합리적인 예측 범위 내에서 채무불이행 발생이 불가피할 때 부여하는 등급이다.
▲아스트가 생산하는 항공기 구조물. 출처/아스트 홈페이지 |
아스트는 항공기 부품 전문업체다. 지난 2001년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에서 분사, 2014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과 에어버스의 최상위 협력사 지위를 가진 국내 유일한 항공기동체 제조사다. 항공기부품 제조업을 하는 에이에스티지(이하 ASTG)와 카프에어로를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고유의 기술을 보유했음에도 아스트와 ASTG는 지난 7월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은 기업을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 채권단이 공동관리하는 기업개선작업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 누적된 탓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이후 각국의 하늘길은 막혔다. 당연히 항공기 수요가 급감했고, 수주도 잇따라 끊겼다. 2019년 1446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20년 545억 △2021년 812억원으로 급감했다.
아스트의 재무상태도 덩달아 악화됐다. 2019년 165.4%였던 부채비율은 △2021년 말 233.7% △2022년 말 290.9% △올 3분기 말 390.6%로 크게 뛰었다. 올 반기보고서는 부적정 감사의견인 ‘의견 거절’을 받았다.
경영권의 변동도 있었다. 올 3월 아스트의 최대주주는 유암코로 변경됐다. 유암코는 부실채권 투자(NPL)와 기업구조조정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024110) △우리은행 △ 농협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8개 은행이 공동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지분 2%를 보유 중이고, 나머지 7개 은행은 각각 14%씩 들고 있다.
◇ 워크아웃과 별개인 BW 채권자
아스트는 지난 11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위시한 금융채권자협의회와 아스트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협의를 마쳤다. △의결권 확정 △원금 상환유예 및 금리 조정 △신규 대출 지원 △출자전환 △공동관리절차 중단 및 지속 조건 등의 내용이 담겨있으며 향후 기업개선계획의 이행을 위한 약정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이걸로 모든 채권자와의 합의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워크아웃은 일반적으로 기업의 채권자 중 금융기관들과 합의한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또는 채권은행협약의 적용을 받지 않는 일반 채권자의 권리행사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일반 채권자와의 협의 단계도 남아 있다는 의미다. 아스트는 지난해 초 11회 차 BW 400억원을 공모 방식으로 발행, 금융기관이 아닌 일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 아스트의 3분기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3억원임을 고려할 때 400억원은 상당한 금액이다. 또 11회 차 BW 채권자들은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금액이 큰 탓에 11회 차 채권자들이 만약 즉시 상환을 요구한다면 아스트는 부도에 따른 회생 절차 돌입이 불가피하다.
◇ 합의 없으면 모든 관계자 피해 ‘불가피’
지난 11월 아스트는 11회차 BW 채권자들을 사채권자 집회에 소집했다. 채권 재조정을 위함이다. 아스트는 ‘85% 즉시변제, 15% 채무면제’ 안을 포함해 3가지 안건을 제시하며 채권자에게 채권채무 재조정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달 6일 관련 안건은 부결됐다.
채권자들은 주주들의 감자 등 고통 분담을 요구했으나, 유암코는 아스트가 부실화된 이후 회사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참여했기에 부실화 책임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갈등의 골자로 전해진다. 7일 아스트는 11회 차 BW채권자들을 사채권자 집회에 재차 소집했으나, 양 측의 대립각은 쉽사리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서채훈 한기평 연구원은 "안건의 가결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갈등이 이어져 협의가 되지 않는다면 결국 회생 절차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회생 절차로 돌입다면 모든 관계자들의 손실이 어느 정도 예견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스트의 경우, 회생 기업으로서 평판 손실 및 영업력 훼손이 불가피하다. 아스트가 제안할 수 있는 여력이 줄기에 채권자들은 지금보다 더 악화된 조정 안건을 제안받을 가능성이 높다. 주주들의 지분 가치 하락은 당연하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BW 채권자가 개인이다 보니 금융기관의 채권 재조정보다 더 나은 조정안을 받았을 것"이라면서 "만약 회생 절차로 진입한다면 BW 채권자들도 금융기관 채권자들과 동일한 수준의 채권채무 재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변제율 역시 계속기업의 가치 아닌 청산가치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스트란 기업이 사라진다는 것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