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로 美 흔든 '왕서방몰'…K-이커머스 떨고 있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11 17:24

알리·테무·쉬인 中이커머스, 美 이어 국내진출 공세



고금리·고물가 영향 온·오프라인 수요 빠르게 잠식



"국내 중하위권 업체 타격, 구조조정 가속화 우려"



다이소 온라인몰 개편 대응 오프라인 유통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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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커머스 2위 기업 핀둬둬 산하 온라인 플랫폼 ‘테무’ 국내 홈페이지 화면.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알리익스프레스(알리)에 이어 테무·쉬인 등 미국 시장을 흔든 중국 이커머스의 파고가 최근 한국 시장으로 몰아치면서 국내 유통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올해 한국 시장에서 앱 이용자 수를 빠른 속도로 늘려가면서 소매시장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고객수요를 동시에 흡수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이커머스들은 최근 미국에서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2위 판둬둬 산하의 플랫폼으로 알리의 아류로 평가받는 테무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데이터분석업체 어니스트애널리틱스에 따르면, 테무의 지난달 미국 내 할인점 시장점유율 17%로 달러제너럴(43%), 달러트리(28%)에 이어 3위 업체로 올라섰다. 테무의 올해 연간 매출액도 160억달러(약 21조원) 넘어설 것이라고 월가는 전망한다.

한국시장에서도 테무는 상품 수는 알리보다 적지만 초저가 전략과 공격적 마케팅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지난 7월 한국에 상륙한 테무는 ‘최대 90% 할인’과 ‘90일 이내 무료 반품’을 내세우며 출시 두 달 만에 100만명의 이용자를 모았다. 이후에도 앱 이용자수가 꾸준히 늘며 성장세를 키우고 있다.

센서타워 스토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테무는 지난 7월 26일부터 11월 10일까지 한국 구글 플레이, 앱 스토어 합산 다운로드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다.

‘중국판 유니클로’로 불리는 패스트 패션 온라인쇼핑몰 쉬인도 해외에서 잇따라 활약하고 있다. 미국 MZ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얻은 온라인몰로 자리잡으면서 지난 2021년 5월 미국 쇼핑 카테고리 앱 다운로드 1위에 오른 바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이용자 수가 늘며 성장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처럼 알리·테무·쉬인 등 초저가 중국 이커머스 3인방이 한국에서 빠르게 커가고 있는 배경에는 국내경기 침체와 고물가·고금리 여파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경제 위기감으로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 규모가 줄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국 직구 제품 수요가 갈수록 더 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초저가 이커머스의  해외진출 현황
구분알리테무쉬인
진출국가 미국, 일본, 한국, 러시아, 남미, 중동지역 미국, 일본, 한국, 북미, 유럽 등 12개국  미국, 한국, 스페인, 프랑스, 러시아, 이탈리아, 독일


전문가들은 중국 초저가 이커머스 기업이 국내 시장에 성공적 안착할 경우, 이커머스 중하위권업체 사정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전 유통학회장인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알리와 테무, 쉬인은 메이드인 차이나 제품을 세계로 퍼날리고 있는 초저가 크로스 보더 플랫폼으로 3개 회사 모두 엄청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은 (경기) 불황기에 본격 상륙했기에 상당히 짧은 시간에 트래픽이 발생, 시장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들 중국 이커머스 3인방이 한국 시장에 자리를 잡으면 11번가, 티몬 등 이런 중간에 있는 이커머스 업체들은 적자가 더 가속화되고, 결국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서교수는 내다봤다.

초저가 중국 이커머스의 공습을 바라보는 위기감은 비단 이커머스업계만 국한되지 않는다.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는 최근 온라인몰을 전면개편해 전국 익일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다이소는 오는 15일부터 상품 구매부터 배송까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다이소몰’ 운영을 시작한다.

업계 일각에선 다이소가 최근 온라인몰 개편에 나선 것은 중국 초저가 이커머스기업들의 약진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한켠에선 초저가 중국 이커머스 공습이 국내 기업들과 사업자들에 자사의 가격 경쟁력을 자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국내 사업자들은 저렴한 중국 공산품을 들여와 이커머스 시장에서 마진을 붙여 팔았다. 하지만 중국 이커머스들이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지금은 중국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 학과 교수는 "중국 이커머스 진출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수요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나라 기업들이 그동안 경쟁하듯이 가격을 올린 측면이 있는데, 앞으로는 국내 기업들도 가격 경쟁에서 밀리지 않게 쇄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pr902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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