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우리 구리 투자할까"…과잉공급이라더니 오히려 대란온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12 11:29

글로벌IB 내년 구리시장 전망

과잉공급→공급부족 급선회



광산업체, 구리 생산량 줄줄이↓

경기침체에 짓눌린 구리가격

"수요 확인되면 반등할듯"

구리

▲구리(사진=픽사베이)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그동안 맥을 못 추던 글로벌 구리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내년에는 구리 공급이 과잉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광산기업들의 생산 축소로 당장 내년부터 ‘구리 대란’이 올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내년에 구리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어 그동안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왔던 구리 가격이 반등할지 관심이 쏠린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앞으로 글로벌 구리 시장에 공급이 본격 부족할 것으로 예견됐다.

블룸버그는 "2024년에 구리가 과잉될 것이란 전망이 갑자기 소멸됐다"고 보도했고 로이터는 "광산 폐쇄와 생산 차질은 구리 공급에 대한 환경을 빠르게 변화시켜 애널리스트들은 공급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향후 몇 년간 시장은 구리가 과잉될 것으로 여겨졌다. 국제구리연구그룹은 지난 10월 보고서를 통해 내년 글로벌 구리 시장에서 약 46만 7000톤이 과잉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구리 시장에서 공급이 부족해질 조짐이 커지기 시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8일 파나마 정부는 캐나다 광산기업 퍼스트퀀텀 미네랄즈가 소유한 ‘코브레 파나마’(Cobre Panama) 구리 광산 채굴 활동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퍼스트퀀텀의 구리 채굴은 파나마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었다. 앞서 파나마 정부는 퍼스트퀀텀의 구리 채굴권을 연장해준 바 있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시위대가 6주 넘게 이어지자 파나마 대법원이 광산계약을 위헌으로 판결했고, 파나마 대통령이 폐쇄명령을 선언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지난달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해당 광산 폐쇄를 촉구한 적이 있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 광산은 현재 글로벌 구리 생산의 1∼1.5%를 차지하고 있으며 구리 매장량은 1000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닝닷컴은 이 같은 결정으로 연간 40만 톤의 구리 공급이 차질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나다 토론토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퍼스트퀀텀 주가는 지난 10월말 이후 현재까지 60% 넘게 폭락했다.

이런 와중에 글로벌 광산기업 앵글로 아메리칸도 2026년까지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이유로 지난 8일 구리를 포함한 주요 원자재의 감산 결정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내년 구리 생산량 목표치를 기존대비 20만톤 낮춘 73만∼79만톤으로 제시했고 2025년에는 생산량이 69만∼75만톤 수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이 같은 결정에 앵글로 아메리칸 주가는 이날 영국 런던 증시에서 19% 폭락해 3년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호주 맥쿼리의 앨리스 폭스 애널리스트는 "앵글로 아메리칸의 새로운 가이던스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낮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구리 대란이 올 것으로 점치고 있다. 내년 대규모 과잉공급을 전망해왔던 BMO 캐피털 마켓은 공급 부족으로 입장을 선회했고 골드만삭스는 내년부터 50만톤 이상의 구리가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니콜라스 스노우던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업체들의 잇따른 공급축소 계획은 구리 시장의 공급이 부족해지는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우리의 견해를 더욱 뒷받침한다"

또 다른 투자은행 제프리스도 "생산 차질이 상당히 증가해 공급 대란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우리는 새로운 구리 사이클의 초입에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맥쿼리의 경우 공급부족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내년에 시장에서 과잉되는 규모를 기존 20만 3000톤에서 10만톤으로 대폭 낮췄다. 2025년의 경우에도 36만 9000톤에서 28만 7000톤으로 하향 조정됐다.

한편, 지난 11일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국제 구리 현물가격은 톤당 8275.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아직까지는 중국 부동산 시장 둔화를 포함한 글로벌 경치침체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지만 수요가 회복될 조짐이 목격되는 순간 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맥쿼리의 폭스 애널리스트는 "수요가 지속되면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