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모레까지 외부일정 돌연 전면 취소
당 대표 사퇴·불출마 거취 놓고 막판 고심
‘원조 친윤’과 與 중진 31명 선택도 관심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친윤(친윤석열) 핵심으로 꼽히는 3선 장제원(부산 사상)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나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주길 부탁드린다"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장제원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개국공신’으로 알려졌으며 제20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비서실장을 지내 여권의 최고 실세로 주목받아왔다.
그런 그가 이날 ‘두번째 불출마·세번째 백의종군’을 결심하면서 그 후폭풍이 작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당장 당내 또 다른 주류 인사의 ‘희생 결단’이 뒤따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김기현 대표는 아직 불출마 혹은 대표직 사퇴에 대한 뜻을 밝히고 있지 않은 채 일정을 취소하며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당 혁신위는 핵심 혁신안으로 당의 중진·친윤·영남 의원들의 불출마 또는 수도권 등 ‘험지’ 출마를 요구했으나 당내에서 뚜렷한 호응을 얻어내지 못하자 전날 배수의 진을 치고 조기 해산했다.
이에 따라 장제원 의원의 이날 공식 불출마 선언은 당 쇄신 또는 혁신의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장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래서 내가 가진 마지막을 내어놓는다"며 불출마 의사를 공식화했다.
그는 "역사의 뒤편에서 국민의힘 총선 승리를 응원하겠다"며 "또 한 번 백의종군의 길을 간다. 이번에는 마지막 공직인 국회의원직"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성공보다 절박한 게 어디 있겠나. 총선 승리가 윤석열 정부 성공의 최소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불출마 결심 시점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비서실장 때부터 생각해왔다"고 답했다.
장 의원이 15년 정치 인생에서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장 의원은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 여의도고·중앙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2008년 18대 총선에서 부산 사상에 출마해 원내에 입성했다.
그는 19대 총선 직전인 2011년 12월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이 ‘디도스 파문’ 등으로 위기에 몰려 쇄신 요구가 거세지자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당시엔 친이명박(친이)계 초선이었지만 지금은 친윤계 핵심 중진으로 불출마 선언을 한 상황이다.
이후 19대 총선 불출마 후 장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사상에 출마해 국회에 복귀했다. 21대 총선에서도 연달아 당선되며 3선 중진이 된 장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최측근에서 보좌했다.
윤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는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새 정부 청사진을 마련했다. 정부 공식 출범 후에도 윤 대통령의 복심이자 여권 최고 실세로 꼽혀왔다.
장 의원의 불출마 결심은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핵심으로 권고했던 ‘주류 희생’ 요구에 화답한 첫 사례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중진 의원 중 첫 번째 공식 불출마 선언이기도 하다.
당 안팎에서는 장 의원이 ‘주류 희생’ 화답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만큼 후속 선언을 통해 인적 쇄신 분위기가 끊기면 안 된다는 데 암묵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특히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친윤 그룹, 영남 중진들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초 인요한 혁신위는 ‘주류 희생’ 혁신안을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대상을 지목하지 않았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주유 희생’ 대상으로 장 의원과 김 대표가 언급돼왔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
공교롭게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계획했던 구룡마을 연탄 나눔 봉사활동 일정을 전날 갑자기 취소했다. 그는 주변에 "이틀가량 공식 일정을 잡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대표가 거취 문제와 관련해 막판 고심에 들어갔으며 결단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다음 주 공천관리위원회를 출범한 뒤 거취를 표명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이르면 이번 주에 결단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대표가 당 대표직을 유지한 채 험지 출마 혹은 불출마, 당 대표직을 사퇴한 뒤 울산 지역구 출마라는 선택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뿐 아니라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라 불린 권성동·윤한홍·이철규 등 ‘원조 친윤’ 의원들의 결정에도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친윤 그룹 중에서도 초선이지만 윤 대통령과 가깝고 영남이 지역구인 박성민·박수영 의원 등의 거취도 눈길을 끈다.
국민의힘 전체 의원 111명 중 31명을 차지하는 3선 이상 중진의 불출마나 험지 출마 선언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현재까지는 부산 해운대갑 3선인 하태경 의원이 서울 종로구 출마를 선언한 게 전부다.
장 의원이 인요한 혁신위가 요구한 ‘주류 희생’을 가장 먼저 수용한 만큼 당 내에선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과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서 희생하는 결단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YTN 라디오에 나와 "가장 적절한 시기를 택한 것 아닌가"라며 "장 의원이 윤석열 정부를 어떻게든 성공시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 내려놔야겠다는 의지를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상범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국민의힘의 지도부나 ‘윤핵관’이 자기 보신만을 위해 정치를 한다는 이미지는 희석했다"며 "장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자기를 다 내던질 각오를 하고 있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claudia@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