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할 수도 없고"...애플페이 도입 두고 속내 복잡한 카드사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12 16:07

신한·KB국민·비씨 등

애플페이 후발주자 참여 여부 고심



업황 악화에 수수료 부담도

신규 고객 유입효과도 미미할 듯



업계 "결국엔 참여하는 쪽으로 기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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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최근 신한, KB국민, 비씨카드 등 카드사의 애플페이의 합류를 제안해 업계가 후발주자로 참여할 지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애플페이를 통한 수익성 개선 효과나 신규 고객 유입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후발 주자로 뛰어드는 것을 고려 중인 국내 카드사들의 속내가 복잡해지고 있다.

1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최근 신한, KB국민, 비씨카드 등 카드사의 애플페이의 합류를 제안해 업계가 후발주자로 참여할 지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애플페이는 현대카드가 지난 3월 국내최초로 도입한 뒤 지난 9월 21일부로 독점계약이 만료됐다.

카드사들이 주저하는 이유는 수익성 확보면에서 타당성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다수 결제가 편의점 등에서 이뤄져 결제금액도 높지 않은 데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계약으로 부담 중인 수수료율이 다른 국가보다 최대 5배 높은 수준인 0.15%라고 알려진 점도 부담이 되는 요소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가 계약한 수수료율은 중국(0.03%)과 이스라엘(0.05%) 등 주요국 대비 크게 높은 수준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도입한 이후 지난 8월까지 22억70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최근 간편결제 사업 수익성과 관련해 전문가들도 회의적인 시각이다. 지난 6일 여신금융포럼에서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애플페이의 사례를 보면 간편결제를 통한 매출 진작효과가 이미 포화거나 소비자가 추가적인 서비스에 대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재고해야 한다"며 "올해 상반기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전년동기 대비 706억원 늘었으나 제휴사 지급 수수료 비용도 같은 기간 2074억원 올랐다. 부가 비용을 고려한 수익성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드사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가맹점 수수료율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데다 조달 비용 부담이 여전한 점도 애플페이 참여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더 낮추기 어려운 환경임에도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며 "고객확대라는 비교적 큰 기대효과도 크게 누릴 수 없다면 제휴에 선뜻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후발주자들이 애플페이 참여를 통해 누릴 수 있는 신규 고객 유입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신규고객 수는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 후인 지난 3월 20만3000명을 기록했지만 이후 △4월 16만6000명 △5월 14만5000명 △6월 12만5000명 △7월 12만명 등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이를 보였다. 이후 11만명대를 유지하고 있어 애플페이 출시 전(1·2월 각 11만2000명)과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오 연구위원은 "애플페이를 도입한 카드사의 경우 신규 고객 유입 효과는 4~5개월간만 지속되는 등 간편결제 확대가 단기적 효과에 그치는 경향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국내 애플페이 새 파트너로 일부 카드사가 낙점해 계약이 물밑 진행 중이란 관측도 나온다. 카드사들은 애플페이 표준 수수료 등 계약조건과 더불어 올해 말까지 카드사 애플페이 인프라 확보 계획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 일부 카드사가 애플페이 사업 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안다"며 "그간 카드사가 애플에 제시한 수수료 등 조건이 상이해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고 현재는 애플페이 인프라 계획 초안은 완성된 수준이라고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대다수 카드사들은 참여와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애플과의 계약건은 비밀유지조항이 있어 관련 부서만 해당 내용을 알고 있다"며 "수익성이나 신규 소비자 유입면에서 타당성이 확보되지 않아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종국엔 대다수 카드사가 참여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10~30대 연령층이 애플사의 아이폰을 사용하는 비중이 지배적인 상황으로, 추세적으로 볼 때 애플페이를 이용하는 고객 증가와 서비스 지원 차원에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확대 여부를 떠나 젊은층 소비자의 아이폰 사용율이 높아 결국엔 참여하는 쪽으로 가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ear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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