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공정거래법 전환 필요···경제력집중 규제 ‘경제력남용 방지’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13 11:00

한경협 "韓에만 존재하는 규제···공정거래법 대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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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력 규제의 목적: 집중 방지 vs 남용 방지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한국경제인협회는 현재 공정거래법제의 사전·획일적 경제력집중 규제를 경제력남용 방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13일 주장했다.

한경협은 이날 ‘경제력집중의 환상과 오해’ 보고서를 내고 경제력집중 규제가 주요 선진국에서는 보기 힘든 한국형 갈라파고스 규제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국, 유럽 등 주요국에서는 시장집중(특정 산업에서의 상위 기업의 점유율 정도)에 주목해 유효경쟁(effective competition)을 보호하고 촉진할 목적으로 경쟁법을 운용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일반집중(전체 경제에서 상위 기업의 비중)에 대해서는 독과점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한 경쟁당국이 개입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공정거래법에서 경쟁촉진과 함께 ‘과도한 경제력집중 방지’를 법의 목적으로 삼고 있다. 이는 주요국 경쟁법 제도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독특한 특징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주장이다.

주요 대기업의 해외 매출비중이 전체 매출의 과반을 훌쩍 넘을 정도로 글로벌 경쟁압력에 노출돼 있는 상황에서 외국 경쟁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 경제력집중 규제는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보고서를 집필한 황인학 박사(한국준법진흥원 원장)는 "경제력집중 규제는 주요 선진국 경쟁법 제도에는 보기 어려운 규제, 즉 한국형 갈라파고스 규제이자 한국적 예외주의(Korean Exceptionalism)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선진국 경쟁법제에서 일반집중에 정책적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유로 ‘일반집중은 자원배분의 효율성 저해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보고서는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하나 더 생길 경우를 가정하면서 이 경우 해당 산업의 시장집중도는 떨어지고 경쟁은 촉진되는 한편 소비자의 편익도 증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하나 더 생길 경우 일반집중도(GDP 대비 자산총액)는 오히려 증가하게 돼 경쟁촉진과 경제력집중 억제라는 정책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게 된다고 내다봤다.

보고서 계산에 따르면 작년 기준 82개 기업집단의 경제력집중도(일반집중)는 138.5%다. 기타 조건 불변인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추가된다면 경제력집중도는 150.6%로 급증한다.

보고서는 특정 산업·시장에서 대기업이 많이 생길 경우 공정거래법 상의 ‘경쟁촉진’과 ‘경제력집중 억제’라는 양대 목표의 동시 달성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하면서 과연 어떤 정책목표가 국민경제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우선돼야 하는지를 반문했다.

보고서는 지금의 국내외 경쟁 환경은 1981년 공정거래법 제정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상황임을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확대, 심화하는 시대에 글로벌 정합성(global compatibility)이 없는 한국식 예외주의 제도에 집착해 한국 기업에만 족쇄를 채우는 것이 국민경제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경쟁은 격화되는데 경제력집중 규제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공정위가 규제하는 대기업집단은 1930년대 30개에서 2023년 현재 82개 기업집단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는 개별 회사로는 3076개사에 이르러 사실상 공정위가 한국의 대기업 대부분을 관할하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공정거래법 상 ‘경제력집중 억제’ 목적은 헌법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헌법 제119조 제2항은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라고 하고 있으며 경제력남용 방지와 경제력집중 방지는 근본적으로 다른 목표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공정거래법의 두 번째 목적인 경제력집중 방지를 경제력남용 방지로 수정해 공정거래법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경쟁법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제력남용 방지 중심의 공정거래법 전환에 따르는 제2종 오류의 위험은 사후 제재와 처벌 수준을 강화해 남용행위의 기대이익을 낮추는 방식으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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