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개 증권사 작년 대비 2조이상 증가
실적악화·부동산PF 위기에 증권사 몸사리기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올 3분기 부진한 성적을 거둔 가운데 자기자본 기준 국내 10대 증권사들의 이익잉여금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영업이익 ‘1조 클럽’ 증권사도 전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암울한 업황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곳간 채우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 자기자본 기준 국내 상위 10개 증권사의 이익잉여금은 총 28조655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6조5736억원이었던 이익잉여금은 1년 새 2조원 넘게 증가했다.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 올 3분기 이익잉여금 규모 (가나다순, 단위 : 백만원) | ||
증권사명 | 2023년 3분기 | 2022년 3분기 |
KB증권 | 2,145,976 | 2,262,491 |
NH투자증권 | 3,029,400 | 2,926,200 |
대신증권 | 1,030,557 | 946,940 |
메리츠증권 | 3,013,720 | 3,145,782 |
미래에셋증권 | 3,425,642 | 3,284,770 |
삼성증권 | 3,793,365 | 3,552,921 |
신한투자증권 | 2,758,437 | 2,671,317 |
키움증권 | 4,060,910 | 3,535,778 |
하나증권 | 2,022,374 | 2,121,766 |
한국투자증권 | 3,374,891 | 2,125,640 |
합계 | 28,655,272 | 26,573,605 |
증권사별로 보면 키움증권이 4조60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3조5357억원)보다 5250억원 가량 늘었다. 전체 자금조달실적 대비 이익잉여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7%에서 올 3분기 8%로 늘어났다. 삼성증권이 3조7933억원, 미래에셋증권이 3조4256억원, 한국투자증권이 3조3748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10개 증권사 가운데 KB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을 제외하고 나머지 7개 증권사는 이익잉여금 규모가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증권사 중 이익잉여금 규모가 가장 적은 대신증권도 지난해 9469억원에서 올 3분기 1조305억원으로 이익잉여금 규모가 1조원대로 올라섰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의 영업활동으로부터 발생한 잉여 금액을 말한다. 증권사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을 배당이나 상여 등 필요한 부분에 모두 사용하고 회사에 남은 금액이다.
다시말해 이익잉여금은 배당이나 상여 등에 사용될 경우 줄어들게 되는데 예년에 비해 배당이나 상여 등에 비용을 지출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증권사들이 이익잉여금을 늘리고 있는 데는 불황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저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현금을 쌓아두기 시작했다는 것.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권사들의 예상 영업이익은 1조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인상 여파로 인해 투자심리가 악화됐고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유동성이 줄어든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축소 등 악재가 겹치면서 실적 상승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설상가상으로 내년에도 부동산 PF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이러한 분위기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올해 대부분의 증권사가 부동산 PF 부서를 축소하거나 인원을 대폭 줄이고 있는 데다 성과급도 대폭 줄이는 상황"이라며 "실적이 좋지 않았던 만큼 증권사들이 몸 사리기에 나서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