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낙하산' 지우는 진원생명과학…주주 불만 여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18 08:00

922억 없애도 대표는 361억 받아…비결은 2000억 유증



금투업계, 과도한 증자 시도·여전한 보수 체계 등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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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생명과학 CI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코스피 상장법인 진원생명과학이 대표와 이사, 감사에게 거액의 퇴직 보상금을 보장하는 ‘황금낙하산’ 제도를 폐지하지만 일반 주주들의 불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66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대한 부담이 여전한 가운데 임원진의 고액 상여금 문제가 말끔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진원생명과학, 대표이사 퇴직 보상금 100억원 정관 삭제 예정

17일 진원생명과학에 따르면 회사는 오는 28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를 정관 일부를 변경하고 이사와 감사의 연임도 처리할 예정이다.

정관 변경을 통해서는 그동안 과도하다고 지적된 ‘황금낙하산 ’ 조항을 삭제한다. 진원생명과학의 정관에는 대표가 사임하면 100억원, 이사는 60억원, 감사는 30억원의 보상금을 받는 다는 내용이 있다.

이처럼 퇴직금과 별도로 받는 거액의 보상금은 ‘황금낙하산’이라고 불린다.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대비책으로 일부 상장사가 활용하고 있다.

진원생명과학은 최대주주인 박영근 대표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8.75%, 일반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91.25%다. 최대주주 측의 지분율이 현저히 낮다 보니 ‘황금낙하산’ 제도를 도입해 적대적인 인수합병 세력을 방어했다.


◇ 5년간 순손실 900억원…주주 "경영진, 회사 경영은 뒷전"


그러나 경영진이 경영권과 보상에 집중하는 사이 회사의 재정상태가 악화되면서 주주들의 분노는 큰 상황이었다.

진원생명과학은 19년째 적자를 이어가는 기업이다. 지난 3분기 기준 진원생명과학의 연결 기준 재무제표에서 이익결손금은 1751억원 규모다. 반면 자본잉여금은 2134억원이 넘는다.

해석하자면 기업이 매출을 올려 이익을 거둬 회사를 운영하기보다는, 증자 등을 통한 자본이슈로 현금을 만들어 버티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5년(2018~2021)동안 회사가 기록한 영업손실 규모는 총 1054억원, 당기순손실 규모는 922억원에 달한다.

회사가 버틴 비결은 유상증자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2020년과 2021년 진행한 유증으로 2000억원이 넘는 자본금을 확충했다.

이에 주주들의 분노는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 행태로 집중되는 중이다.

결국 이 대표 측은 황금낙하산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통해 주주들을 달래는 시도에 나섰다.


◇ 주주배정 유상증자 강행…‘급여’ 주기 위해 필요하다는데


하지만 ‘황금낙하산’ 제도의 폐지로는 주주들을 달래기에 부족하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의견이다. 먼저 현재 회사가 진행 중인 유상증자가 일반 주주들의 부담을 크게 키우고 있어서다.

진원생명과학은 오는 내년 1분기 중 약 666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시행할 예정이다. 당초 818억원 수준의 유증을 진행하려다 주주들의 반발과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요구에 액수가 줄었다.

유증으로 생기는 자금은 먼저 자회사인 ‘VGXI’에 투입한다. VGXI는 이 자금을 통해 DNA백신 제조 설비에 투입할 예정이다. 다른 자금은 회사와 자회사의 급여 등 일반 운영비로 쓸 예정이다.

주주들로부터 조달하는 자금 규모가 큰 것도 부담이지만 자금 사용 목적도 불만을 키우는 요인이다. 결국 유증 자금의 상당 부분이 대표의 주머니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진원생명과학의 판매비와 관리비 중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계정은 급여다. 특히 박영근 대표이사에게 지급되는 보수의 규모가 상당하다. 박 대표는 지난해 진원생명과학에서 56억5123만원의 급여와 상여, 법인카드 등을 받았다. 자회사 VGXI에서도 37억9833만원의 급여와 상여를 받았다. 지난해 주요 회사에서 받은 금액의 합은 94억원이 넘는다.

지난 5년(2018~2022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이 기간 박 대표가 진원생명과학과 자회사에서 받은 금액만 총 361억474만원에 달한다.

이에 영업으로 버는 돈이 아니라 주주들의 돈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대표이사의 배까지 불리면서 적자를 쌓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 상여금 안받겠다지만 ‘보수 한도 500억’ 정관은 여전

비난이 계속되자 최근 박 대표는 "더 이상 상여금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의구심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임시주총으로 변경하는 정관에서 이런 내용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진원생명과학은 이번 주총에서 황금낙하산 조항을 폐지하지만 이사의 보수 한도 문제는 소극적이다.

진원생명과학의 정관 제31조 1항에는 ‘이사의 보수 한도는 500억원으로 한다’며 ‘이에 대한 집행은 이사회 의장에게 일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번 주총에서 해당 부분에서 ‘집행을 보수위원회에 일임한다’는 내용으로 바꾸지만 보수 한도 부분은 손대지 않는다.

게다가 정작 진원생명과학은 보수위원회를 구성하지도 않았다. 향후 위원회가 구성되더라도 위원회 멤버가 될 이사회가 박 대표와 측근들로 구성돼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백억 적자를 입는 기업의 대표가 수백억원의 보수를 챙기는 것을 이해할 주주는 없다"며 "최근 주주 환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를 거스르는 경영 행태"라고 지적했다.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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