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인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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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 산업부 기자 |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면 유럽과 북미, 인도 등에서 들려온 현대자동차그룹의 활약 스토리는 눈부시다. 현대차그룹에 있어 2023년은 ‘역대 최다판매’, ‘올해의 차’ 등 믿기 힘든 성과를 달성했던 한 해다. 그러나 빛과 그림자는 늘 함께하듯 굴욕을 남긴 시장도 있었다. 중국과 일본 등 동북아시아 시장에서의 스토리는 ‘생존기’에 가까울 정도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현대차 중국 판매(도매 기준)는 5만6000대로 전년대비 33.8% 감소했다. 현대차는 유럽, 한국, 북미 인도, 중남미 등 대부분 지역에서 판매가 늘었지만 중국과 러시아에선 판매량이 줄었다.
현대차·기아는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16년까지 현대차는 연간 판매량 100만대, 기아는 60만대 이상을 줄곧 유지하며 시장 입지를 다졌다. 2016년 현대차·기아는 중국에서 178만여대를 판매하기도 했다. 그러나 3년 뒤인 2019년엔 90만대를 판매해 반토막이 났고 지난해엔 34만9000대까지 줄었다.
버티다 못한 현대차·기아는 현지 공장 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극심한 판매부진에 빠져 다섯 개에 달했던 중국 공장을 두 개로 축소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 중국공장 가동률은 30%를 밑돌고 있다. 또 중국 내 판매 모델을 기존 13종에서 8종으로 줄였다. 기아 중국법인인 장쑤위에다기아는 두 번씩이나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현대차는 결국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중국 베이징 공장에서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를 생산하기로 했다. 현대차의 중국 브랜드 수탁생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에서의 상황도 비슷하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일본에서 518대(승용차 기준)를 판매했다. 지난해 등록된 전체 수입차 24만758대에서 점유율은 0.21%에 불과하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1~11월 누적 판매량은 41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461대) 대비 10%가량 감소했다.
현대차는 2001년 일본에 진출했지만 실적 부진을 겪고 2009년 8년 만에 현지시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13년 만인 지난해 2월 전기차 아이오닉5와 수소전기차 넥쏘 등 무공해 차량(ZEV)을 내세워 다시 일본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9월엔 경차 선호 특성을 고려해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 EV를 투입시켰다.
이처럼 중국과 일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했던 현대차·기아의 이야기는 눈물겹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동북아시아가 전기차 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미래의 동아줄이기 때문이다. 당장의 성과는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일곱 번 도전한 끝에 롤드컵 우승을 거머쥔 ‘데프트’ 김혁규의 스토리가 내년 현대차·기아로 옮겨오길 바란다.
kji01@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