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호] 부동산 규제 현 주소는 "세금 위 세금, 규제 위 규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1.02 07:45

종부세·재초환·토허제·분상제 등 재산권 침해 심각



종부세는 이중과세, 재초환은 재건축 걸림돌



토허제는 거래절벽 유도…분상제는 시장교란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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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들어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 기대에 못미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울 남산에서 본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김다니엘·이현주 기자]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대책이 단계적으로 발표되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만족할 수준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종합부동산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토지거래허가제, 분양가상한제 등 시장참여자 및 건설업계를 위한 규제완화 대책이 나오고는 있으나, 제도 자체가 과도한 규제로 보는 경향이 있어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에너지경제신문은 2일 신년호를 맞이해 관련 법안의 개정 전·후 현황 및 시장참여자, 건설사의 피해 현황을 살펴보고 해결책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 종부세 부담 줄었지만…여전히 재산세와 ‘이중과세’


대한민국의 부동산 보유세는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로 이원화돼 있다. 이는 고액의 부동산을 보유한 일부 계층을 대상으로 재산세와 별도로 보유세를 추가적으로 부과하는 형태다. 종부세를 부담하는 납세자는 단순히 재산을 보유한 사실만을 근거로 세금을 부과하기에 소득세나 다른 세금에 비해 조세저항이 큰 편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윤석열 정부에서는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라 종부세 완화 기조를 이어왔다. 특히 2021년 95%까지 올랐던 주택분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2022년도와 지난해 60%로 유지됐다. 이에 따라 과세 인원이 지난해 기준 41만2000명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2022년(119만5000명)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종부세를 납부한 1가구 1주택자는 11만1000명으로 전년(23만5000명) 대비 53% 줄기도 했다. 다주택자 과세자 역시 24만2000명으로 전년(90만4000명) 대비 73% 감소했다.

당시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의 모의계산 결과에서는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 보유 1주택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종부세를 내지 않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아파트는 전년 종부세가 73만원 수준이었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84㎡를 보유한 1주택자는 지난 2022년 기준 114만 원의 종부세를 납부했지만 지난 해에는 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는 2022년도 종부세가 445만원이었는데, 지난해 59만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다만 이렇게 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참여자들은 여전히 종부세가 재산세와 중복되는 이중과세라는 지적이다. 참고로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부동산세제 시장 영향력과 향후 정책방향’에 따르면, 종부세 인상 충격이 발생하면 2년 후까지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이는 종부세 중과에 따른 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야당에서도 이를 인지했는지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종부세와 재산세가 중첩되는 부분을 정확히 세금에서 공제하도록 하는 ‘종부세법 일부개정안’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전문가는 종부세가 이중과세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고, 또한 종부세를 줄인다고 해서 세수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보진 않고 있다. 김성범 세무법인메가넷 세무사는 "종합부동산세는 계산구조에서 재산세 일부를 공제해주고 있지만, 납세자가 보유한 주택 수나 각 물건의 합산된 공시가격을 바탕으로 계산해 검증할 경우 완벽하게 이중과세된 부분을 제외시켜주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세수 부족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국세에서 종부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2% 정도 수준이고, 종부세 대상자도 많지 않은 것을 고려한다면 다른 세목으로 세수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 재초환 개정법 통과…재건축 활성화는 물음표


재건축을 통해 얻은 이익의 최대 50%를 환수하는 재초환은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된 대표적인 재건축 규제 대못으로 꼽힌다.

기존 재초환은 재건축 조합원 1인당 3000만원을 초과하는 개발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될 때 예상 개발이익의 최대 50%를 정부가 관리처분인가 단계에서 개발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로 중앙정부가 50%, 광역자치단체가 20%, 기초자치단체가 30%를 세금의 형태로 가져간다. 이처럼 재건축 사업 최대 규제 중 하나로 여겨졌던 재초환이 17년 만에 완화를 앞두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지난 11월 29일)에서 우여곡절 끝에 통과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재초환법) 개정안은 이후 국회 본회의(12월 8일)까지 통과하며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해당 개정안의 골자는 부담금을 부과하는 재건축 초과이익 기준을 현행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부과 구간은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조합원당 부담금이 8000만원 미만인 단지는 부과 대상에서 빠지게 됐지만, 부담금이 ‘억대’에 달하는 곳들은 여전히 고액의 초과이익 부담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해있어 이에 대한 불만이 커져가고 있다. 특히 고액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즐비한 서울의 경우 40개 단지 중 오직 7개 단지가 면제 대상에 포함돼 해당 개정안의 영향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여기에 더해 재초환법 개정안이 1주택 장기 보유자들에 대해서만 감면 혜택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일부 조합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는 커져만 가고 있다. 실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3주구’, 성동구 성수동 ‘장미’ 등 부담금 예정액이 수 억 원에 달하는 재건축 단지들에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1주택 장기 보유자를 제외하고는 부담금이 5% 내외로 감소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이러한 상황에 부담을 느낀 일부 조합원들은 주택을 매매시장에 내놔야 하는 위기에 처했으며,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등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는 10억원대 부담금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향후 미실현 이익에 대한 부담금 부과와 입주 시점 시세에 따라 단지마다 개발이익이 달라지는 과세 방식에 대한 반발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재초환 규제 완화가 금액이 적은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들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강남권 등 규모가 큰 아파트 단지들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재초환은 이중과세이기 때문에 폐지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강남권 빌라 토허제 해지 무용론…거래절벽 여전


토허제는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 거래 시 미리 관할 지역 시장, 군수, 구청장 등의 허가를 받아야만 땅을 사고팔 수 있는 제도로 실거주 목적의 매매만 허용돼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불가능하다.

앞서 서울시는 2020년 6월 강남구 청담·대치·삼성동·송파구 잠실동을, 이듬해인 2021년 4월 강남구 압구정동·영등포구 여의도동·성동구 성수동·양천구 목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으며 이후 1년 단위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연장해 왔다. 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가수요를 차단하고 실거주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점에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해당 지역에서 재산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부동산거래신고법을 개정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세부적으로 지정할 수 있게 바꾸고, 지난해 삼성·대치·청담·잠실동 비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했다.

이 같은 정부의 규제완화에도 시장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일각에서는 토허제가 적용되지 않던 지역에서도 거래량이 저조했던 것이 빌라 및 오피스텔이라며, 이번 규제 완화가 토허제 적용 지역 거래 활성화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 송파구는 서울시가 강남권 비아파트 대상 토허제를 해제한 직후, 시에 아파트를 포함한 ‘즉각 재검토’를 요구하기도 했다.

일부 수요자들은 서울시의 이번 규제 완화는 ‘반쪽’ 처방에 불과하며 과도한 중복규제가 가해지고 있는 실정에 불만을 토로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토허제는 투기를 막고 토지보상금 지급을 방지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적용된 제도인데 강남권에 걸어놓은 토허제는 본래 목적과 맞지 않아 폐지해야 한다"며 "다만 정부 입장에선 강남권 아파트를 해제하는 것은 아직 부담스러워하고, 향후에는 해제될 것이지만 시간은 언제가 될지 모른다"고 진단했다.


◇강남보다 비싼 강북 분양가…분상제는 시장교란中


분양가상한제 규제가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가 여전한 강남권 분양 아파트가 다른 서울 지역 아파트보다 오히려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분양가상한제가 공급 가뭄을 부추기고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주택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분양한 성동구 ‘청계리버뷰자이’는 3.3㎡(평)당 평균 분양가가 3995만원으로 전용 59㎡ 분양가(최고가 기준)는 10억4420만원이다. 지난해 8월 인근에서 분양한 청계SK뷰의 같은 면적 분양가(9억6990만원)보다 7000만원 넘게 가격이 올랐다. 청계리버뷰자이는 높은 분양가에도 흥행에 성공했다.

마포구 ‘마포 푸르지오 어반피스’도 높은 가격으로 분양에 나섰지만 흥행에 성공했다. 이 단지 전용 59㎡ 분양가는 11억4330만원으로 2년 전 근처에서 분양한 마포 더 클래시 동일 면적 분양가(10억5000만 원)보다 9000만원 더 비싸다. 특히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 자이는 전용 59㎡가 최고 9억4888만원(테라스하우스 3단지 제외)에 공급됐다.

이 아파트들이 높은 가격에 분양에 나설 수 있었던 이유는 강남 3구(서초·송파·강남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곳이 규제지역에서 풀려 분양가 통제를 받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마포구, 성동구, 동대문구보다 상급지로 평가받는 강남권, 용산구 분양 아파트는 오히려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분양한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아 3.3㎡당 평균 3582만원에 공급됐다. 전용 59㎡ 기준 분양가가 8억5810만~8억8460만원에 책정됐다.

업계에서는 분양가 규제가 공급 가뭄을 부추기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재식 한국주택협회 상근부회장은 "강남 등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은 공사비 분쟁과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현실적인 분양가 책정이 어렵다"며 "민간 주택 공급을 저해하는 요소는 폐지하고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 등 적용 지역만이라도 한시적으로 해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kjh123@ekn.kr·daniel1115@ekn.kr·zoo100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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