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 인하 압박에 전략 수정한 통신사…올해 실적 부메랑 맞을 수도
"기기값 내려라" 주문에 삼성전자도 수익성 없는 중저가폰 출시
![]() |
▲삼성전자 갤럭시 S23 FE |
정부는 지난해 ‘가계 통신비’를 잡겠다며 이동통신사를 강하게 압박했다. 통신비 인하 압박은 통상 선거철에 선심성 공약으로 등장하는 ‘단골 손님’이었으나, 지난해에는 대통령이 직접 "통신은 카르텔"이라며 대 수술을 예고했다.
결국 통신사들은 정부의 이 같은 기조에 따라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 최저가 수준을 낮추고 중간 요금제를 다양화했다. 또 기존 5G 스마트폰의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 가입 제한을 풀기도 했다.
통신사들은 "정부 기조에 동참한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 이는 당초 데이터사용량이 많은 프리미엄 고객 위주로 전략을 짰던 기업들의 계획과는 배치되는 일이었다.
실제 통신사의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가입자당월평균수익(ARPU)은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다. SK텔레콤의 3분기 ARPU는 2만9913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3% 감소했고, LG유플러스의 ARPU는 2만73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4% 줄었다. 5G 가입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도 수익성은 악화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3사 중에서는 그나마 KT만 유일하게 전년동기 대비 2.8% 증가한 3만3838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통신사들이 중저가 요금제를 다양화한 만큼 내년 ARPU 하락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4년 통신3사 이동통신 매출은 감소전환이 유력해졌다"며 "통신3사의 평균 ARPU 하락률이 2023년 2%에서 2024년 4%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각종 구독 서비스에 소액결제 요금 등이 통신 요금에 합산돼 청구되면서 고객들이 통신요금이 비싸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신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다양한 신사업으로 타개책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입장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가계 통신비의 주범으로 스마트폰 기기값이 지목되면서 중저가폰 출시 압박이 이어져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80만원대의 중가폰 ‘갤럭시 S23 FE’를 출시했고, 내년에도 중저가폰을 지속적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가성비폰’의 등장이 반가울 수 있지만, 제조사 입장에서 중저가 모델은 수익성을 위한 모델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정말 팔리느냐’다. 실질적인 수요는 플래그십 단말에 쏠려있는데, 중저가폰을 출시한다고 해서 실제 수요가 따라와줄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팔리지 않으면 재고로 남고, 부담은 결국 제조사의 몫이다.
kth2617@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