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동 사업 주체' 하림지주, HMM까지 두 마리 토끼 '잡아야'
팬오션 유상증자는 기정사실, 규모가 관건
증권사 팬오션 목표주가 하향·커버리지 제외 등으로 우려 표현
▲하림. |
[에너지경제신문 박기범 기자]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 인수에 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이 선정되면서 HMM노조부터 증권업계, 신용평가업계 등 여러 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7조원의 차입이 있는 하림지주는 자금 여력도 적은데 양재동 개발사업 주체다 보니 향후 대규모 자금소요도 불가피하다. 팬오션 개인주주들에게 SOS를 치지 않는다면 HMM 인수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9일 HMM은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하림그룹의 계열사 팬오션과 사모펀드 운용사(PEF)인 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하림그룹이 ‘고래’ HMM을 품을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이와 동시에 하림그룹은 자금 조달을 성공적으로 해야 할 의무가 생겼다.
◇ HMM 품기엔 체구 작은 하림 그룹, 논란의 근본
HMM과 같은 큰 기업은 지주사 밑에서 자회사 형태로 둬야 배당 측면에서 유리하다. 이는 지주사가 여력이 될 때 이야기다. 하지만 하림지주의 재무여력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차입금은 6조6949억원에 달한다. 연결 기준 하림지주의 차입금 의존도는 2021년 말 51.1%, 2022년 말 49.6%, 올 3분기 말 기준 48.4%를 기록했다. 자산의 절반 수준을 이자로 내고 유지하고 있다. 올해는 이자비용으로 3000억원 이상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5237억원의 절반 이상이다.
▲하림지주 재무지표 추이. |
그런데 HMM은 규모는 하림 그룹보다 크다. HMM 인수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하림그룹의 자산 총액은 17조원으로 재계 순위 27위 수준이다. 국내의 주요 그룹사이지만 HMM의 자산 총액 25조8000억원과 비교할 때는 적은 편이다.
게다가 HMM의 인수에만 자금을 쏟을 상황도 아니다. 지난해 말 하림지주는 NS지주를 흡수합병하면서 양재동 물류단지 건설의 주체가 됐다. 2029년까지 총 6조3000억원의 자금 투입이 예상되는 사업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하림지주는 팬오션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양재동 개발도 신경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 팬오션, 주주 아니면 은행에 손벌려야
지주사의 자금 여력이 떨어진다는 점은 HMM 인수 관점에서는 그리 좋은 시그널은 아니다. 계열사인 팬오션이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자금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팬오션 역시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다. 팬오션의 현금성 자산은 3분기 말 기준 4600억원 수준에 불과하고 영업이익도 업황 악화로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내년 전망 역시 밝지 않다. 14일 KB증권은 내년 팬오션은 올해 실적 전망보다 22.2% 감소한 3306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컨테이너선 부문 영업손익은 연간 적자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 가운데 팬오션의 몸집보다 3배 이상 큰 HMM을 인수해야 한다. 대규모 유상증자는 불가피하다.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이 재무여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원치 않기에 인수금융은 비중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HMM 인수 발표 직후 팬오션의 주가는 하림그룹의 다른 상장사와 움직임이 달랐다. 하림지주와 하림 등은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이었지만, 인수 주체인 팬오션은 크게 하락했다. 인수 발표 전일(18일) 4555원으로 거래를 마친 팬오션은 22일 3730원에 거래를 마치며 발표 전과 비교해 주가가 20%가량 빠졌다.
증권사들도 팬오션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신증권은 팬오션의 목표주가를 7000원에서 4500원으로 35% 낮췄다. ‘승자의 저주’를 예상한 신영증권은 팬오션을 커버리지에서 제외하며 부정적인 견해를 에둘러 표현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필자는 경영자가 아니고 애널리스트 나부랭이 일반인"이라면서 "명확한 주주가치 희석비율을 알 수 없음을 감안해 팬오션 커버리지를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출처/한국신용평가 |
신용평가사들 중 일부는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도 검토했다. 한국신용평가는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팬오션이 시가총액만큼 유상증자를 하지 않는다면 팬오션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높아짐을 시사했다. 1.5조원 수준의 유상증자를 단행할 경우, 차입금의존도가 45.9%가 되는데 이는 등급 하락의 기준을 만족한다. 차입금의존도 45%란 의미는 기업이 보유한 자산의 45%는 이자가 나오는 빚을 통해 자산을 구입했다는 의미다. IB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등 인수금융단들이 하림그룹에 제시한 인수금융 이자율은 7~8% 전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자비용 부담도 상당할 전망이다.
HMM 노조 역시 자금 조달 방식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22일 HMM 해원연합노동조합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기 자본 조달비율이 현저히 부족한 기업의 대규모 인수금융 조달은 반드시 외부 차입 및 투기자본에 의존하게 되며 이에 따라 막대한 이자 비용 및 재무적 참여자의 개입으로 인한 지배구조의 불안정을 야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팬오션의 HMM 인수는 과거 코웨이를 인수하려던 웅진그룹과 유사하다"면서 "인수 역량이 떨어지는 만큼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으며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타격은 하림그룹이 고스란히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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