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바이오헬스혁신위 출범에 기대반 우려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26 16:17

제약바이오업계 숙원 반영 범부처 성격 민관 30명 발족
10년간 2조 투자, 의사과학자 양성, 규제개혁 큰 기대감
"복지부 주도, 예산·집행권 없어 일반위원회 수준" 지적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1차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제약·바이오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숙원과제였던 ‘범부처 컨트롤타워’인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가 마침내 출범하고 지난 주 첫 회의를 열고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컨트롤타워 출범에 제약·바이오업계는 부처별로 분산돼 있던 규제·지원 정책들의 시너지 극대화를 기대하며 대체로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존 정부의 위원회들과 어떤 차별성과 독립적 위상을 보여줄 지에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반신반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2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1차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가 열려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을 위한 범정부-민간 합동 컨트롤타워 출범을 알렸다.

위원회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보건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12개 중앙 행정기관장과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김법민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 조주희 성균관대 융합의과학원 교수, 허은철 GC녹십자 대표,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등 분야별 민간위원 17명을 포함한 총 30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첫 회의에서는 새해 바이오헬스 R&D 투자계획과 규제장벽 철폐방안, 의사과학자 양성 전략 등이 논의됐다.

위원회는 한국형 ARPA-H(미국 보건의료고등연구계획국) 프로젝트를 위해 향후 10년간 약 2조 원을 기술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의사과학자 양성 사무국을 설치해 의사과학자 배출 수준을 현재 의과대학 졸업생의 1.6% 수준에서 선진국의 3%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가칭 ‘바이오헬스 산업현장 규제개혁마당’을 설치해 현장의 불필요한 규제를 발굴해 위원회 주도로 해결해 나간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제약·바이오헬스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 신설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로, 그동안 출범이 늦어져 업계의 애를 태우기도 했지만 이번에 위원회 출범으로 업계는 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제약바이오협회는 위원회 출범 관련 성명을 내고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각종 육성정책이 효율적으로 조정되고 정책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길 기대한다"며 "향후 민관협력에 기반해 산업계가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육성지원책이 도출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특히, "규제장벽 철폐의 일환으로 신약의 혁신가치 적정보상,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화, 혁신적 의료기기 시장 선진입-후평가 제도 개선 등 산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의제들이 논의돼 고무적"이라며 한껏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에 업계 한켠에서는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가 실질적인 예산·집행권이 없는 만큼 기존 정부 내 무수한 위원회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운영과 위상에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혁신위원회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지만 복지부가 간사기관을 맡는 등 출범 준비부터 향후 운영까지 사실상 복지부가 주도하는 구조"라고 조직의 한계성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부처 특성상 특정 부처가 주도하는 경우 다른 부처들은 소극적으로 따르는 경우가 많다"며 업계가 기대하는 범부처 컨트롤타워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욱이 복지부는 보건에 관한 ‘규제’를 담당하는 부처라는 점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산업통상자원부과 달리 바이오헬스를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조성하기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따라서, 제약바이오업계는 지난 2022년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 사례를 언급하면서, 우리도 미국처럼 백악관 주도를 벤치마킹해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 주도로 위원회가 각 부처의 조율 기능을 넘어 정책 수립·집행 권한을 갖는 위상을 갖기를 요구하는 분위기다.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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