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전망, 내년엔 100달러 찍을 수 있을까…"가능성 희박"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27 12:33

홍해 긴장에 국제유가 지난달 30일 이후 최고치…브렌트유 80달러 재돌파

2024년엔 유가 비관론 우세…‘스윙 프로듀서’ 美 원유 생산량은 사상 최고치

OPEC+ 감산 영향도 미미…내년에도 지속될지 주목

"미국 등 금리인하는 경기 둔화

GLOBAL-OIL/WTI

▲원유 시추기(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지정학적 긴장감으로 국제유가가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할지 관심이 쏠린다.

2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5.57달러에 거래를 마감, 지난달 30일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WTI 가격은 지난주에 3% 상승하면서 주간으로는 지난 10월 이후 최고 상승 폭을 기록했다. 내년 2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도 배럴당 81.07달러를 기록, 지난달 30일 이후 80달러선을 재돌파했다.

홍해에서 예멘 반군의 선박 공격으로 인해 운송 차질에 대한 불안감이 최근 유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은 지난달 14일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나포하거나 공격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이날 홍해에서 컨테이너선을 공격한 것이나 이스라엘을 드론으로 공격하려 한 시도가 자신들이 한 일이라며 추가 공격을 다짐했다.

이처럼 지정학적 긴장감이 지속되면서 유가 상승세가 내년에도 이어질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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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간 WTI 가격 추이(사진=네이버금융)

하지만 2024년에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찍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산유국 카르텔인 OPEC 플러스(+)의 비(非) 회원국들로 꼽히는 미국, 브라질, 캐나다, 노르웨이 등에서 원유 생산량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S&P 글로벌 코모디티 인사이트에 따르면 OPEC+을 제외한 산유국들의 공급이 내년에 하루 270만 배럴로 늘어 글로벌 석유 수요 증가치(160만 배럴)를 모두 상쇄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미국에서는 하루 원유 생산량이 코로나19 팬데믹 전 수준을 이미 뛰어 넘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마켓인사이더에 따르면 이달과 지난달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각각 하루 1330만배럴, 1320만배럴을 기록하면서 이전 신기록(2020년 2월·1310만배럴)을 웃돌았다.

이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나 러시아가 아닌 미국이 글로벌 원유시장을 좌우할 수 있는 ‘스윙 프로듀서’ 지위로 다시 올랐다고 미즈호 증권 미국법인의 로버트 야거 에너지 선물 이사는 주장했다.

마켓인사이더 역시 미국이 러시아와 사우디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이와 동시에 유가 부양을 위한 OPEC+의 영향이 제한적이란 관측에도 힘이 점점 실리고 있다. OPEC+는 지난달 말 하루 220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감산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유가를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산유국 감산 결정과 지정학적 갈등으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거뜬히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 과거에 지배적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OPEC+이 감산 정책을 내년에도 지속할지 역시 미지수다. 최근엔 아프리카 2대 산유국인 앙골라가 감선 정책에 대한 반발로 OPEC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라피단 에너지 그룹은 OPEC+이 유가가 폭락하는 사태를 막으려면 감산을 앞으로 5년 더 지속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씨티그룹의 맥스 레이턴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총괄은 OPEC+이 내년 3월 이후 감산 정책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경우 유가가 30∼50%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내년 글로벌 경제 둔화로 원유 수요가 위축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미국 등에서 예상되는 금리 인하는 원유시장에 호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마켓인사이더에 따르면 어개인 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전반적인 경제 전망에 역풍이 불고 있다"며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내년에 금리를 인하하는 이유는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경제 전망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내년 원유 수요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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