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노원구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탈당과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27일 "여러분이 평생 사게 될 주식 중 가장 큰 수익률을 담보하는 주식은 바로 이 신당에 투자하는 지지와 성원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27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서울 노원구 한 식당에서 "저는 오늘 국민의힘을 탈당한다. 동시에 국민의힘에 가지고 있던 모든 정치적 자산을 포기한다"고 탈당 의사를 밝히며 "여러분의 자녀와 손자·손녀에게 미래지향적인 대한민국을 상속세 없는 유산으로 남겨달라"고 신당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이 전 대표는 "정치를 시작한 지 12년째 되는 오늘을 그날로 정해놓고 지난 몇 달간 많이 고민했다. 국민의힘에서 함께한 세월, 가볍지 않았던 영광의 순간들과 분루의 기억들은 교대로 제 팔을 양쪽으로 잡아끌었다"면서도 "과거의 영광과 유산에 미련을 둔 사람은 선명한 미래를 그릴 수 없다"고 탈당 이유를 밝혔다.
그는 "오늘 제 선택은 제 개인에 대한 처우, 저에게 가해진 아픈 기억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다. 비상상태에 놓인 것은 당이 아니고 대한민국이다"라며 "마냥 기다릴 수 없다. 정확히는 대한민국이 변화가 없는 정치판을 바라보며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냐는 자세로 때로는 영달을 누리고 때로는 고생을 겪으며 만수산 드렁칡과 같이 얽혀 살 수도 있고 실제로 이미 몇 달 전 책임 있는 사람으로부터 ‘총괄 선거대책위원장’ 등 자리도 제안받은 적이 있지만 전혀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잠시 보수정당에 찾아왔던 찰나와도 같은 봄을 영원으로 만들어내지 못한 스스로에 대해 다시 한번 반성한다"며 "그들의 권력욕을 상식선에서 대했고 진압하지 못했던 오류를 반성한다. 모든 것이 제 부족한 탓"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제 대한민국의 공용어는 미래여야 한다"며 "마상득지 마상치지(馬上得之 馬上治之)라고 했다. 말 위에서 천하를 얻었다 해도 계속 말 위에서 다스릴 수는 없는 노릇인데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왜 적장을 쓰러뜨리기 위한 극한 대립, 칼잡이의 아집이 우리 모두의 언어가 되어야 하느냐"고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대통령 이하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현안 문제들을 해결할 수가 없다. 정작 권력을 가진 그들은 앞으로 길어야 10년 이상 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내 임기 중에만, 내 정치 인생 중에만 터지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그들의 정치가 어떻게 미래지향적 정치일 수가 있겠냐"고 꼬집었다.
이 전 대표는 "정치란 대중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노력이다. 이제 시민 여러분께서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한 검투사의 검술을 즐기러 콜로세움으로 가는 발길을 멈춰달라"며 "시민 여러분께서 수고롭지만 아고라에 오셔서 공동체의 위기를 논의하는 책임 있는 정치인들에게 성원을 보내달라"고 읍소했다.
그는 "내년 4월 대통령 한 사람이 아닌 상계동의 꿈, 보편적인 민주 시민의 고민을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정당이 여러분을 대표할 수 있도록 제 모든 것을 쏟아부어 정진하겠다"며 "변화와 승리에 대한 확신을 두고 이 길을 즐겁게 걷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직 제가 믿는 건 용기와 올바름의 힘"이라며 "저는 일신의 안위와 영달을 위해 그 칼날을 두려워하거나 순치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은 이미 이슈로 이슈를 덮는 방식으로 해법 없이 잊혀가길 바라고 있다"며 "제가 추진하는 신당은 일련의 아픔들과 부당함을 절대 잊고 지나가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몇 개의 의석을 만들어낼지 확실하지도 않은 누군가의 말에 신빙성이 없고 실행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신다면 더 많은 의석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준석이 정당을 끌어 나갈 돈이 있느냐, 사람이 있느냐 설왕설래 하는데 3000만원으로 전당대회를 승리하는 방식이 정치개혁의 실증적 사례였던 것처럼 나눠줄 돈과 동원할 조직 없이 당을 만들어 성공한다면 정치의 문화가 확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시민 여러분 모두를 미래의 정치로 초대하겠다. 참여하실 때 십시일반의 밥 한 숟가락씩만 얹어달라"며 "거대 정당을 이끌어 본 제가 새로운 도전을 할 때는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에 방영된 JTBC 드라마 ‘재벌 집 막내아들’ 속 ‘새우가 고래 싸움에서 이기려면 새우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대사를 인용하며 "서로 물어뜯기 밖에 못하는 고래 두 마리가 싸우는 동안 담담하게 많은 시민들의 희망을 머금고 미래를 그리면서 여러분이 모아주시는 십시일반의 밥 많이 먹고 크겠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탈당 및 신당 창당 선언을 가진 이유에 대해 "정치의 새로운 출발선에 서서 정치를 하는 이유를 다시 새기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제 고향 상계동을 좋아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평균적인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력하는 사람들의 도시, 가진 것이 많기보다 꿈꾸는 미래가 많은 사람들의 도시다. 반드시 대한민국은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있는 나라가 돼야 된다"고 말했다.
‘총선 전 국민의힘 재결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적어도 오늘 이자리에서 총선 전 재결합 시나리오라는 것은 부정하고 시작하겠다는 말씀 드린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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