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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
2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분석한 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포함해 세계 주요 방산기업 15개의 총 수주잔고가 2020년 7012억달러(약 905조원)에서 지난해 7776억달러(약 1004조원)로 10% 넘게 증가했다.
세계 각국이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안보 불안 속 군비 지출을 대폭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군비 지출이 전년 대비 3.7% 증가한 2조 2240억달러(약 2868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유럽의 경우 30년래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면서 고갈된 물량을 보충하기 위해 다시 사들인 영향이 컸다.
FT는 이런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FT에 따르면 글로벌 방산 기업들의 수주잔고가 올 상반기에 7640억달러(약 985조원)로 집계됐다. 지난 1년 동안 기록한 수주잔고를 6개월만에 거의 달성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 잔고가 2020년 24억달러(약 3조 888억원)에서 작년 말 152억달러(약 19조 5624억원)로 불러나는 등 방산 기업들 중에서 신규 주문이 가장 많이 증가한 기업으로 꼽혔다. FT는 "K-9 자주포 탱크를 생산하는 한국 최대 방산기업이 특히 폴란드로부터 대량의 주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동유럽 국가들의 무기 주문이 증가하자 세계에서 한국의 무기 판매 순위가 지난 2년간 큰 폭으로 뛰었다. SIPRI에 따르면 2000년 한국의 무기 수출 규모는 31위에 불과했지만 작년 말 9위까지 올라왔다.
독일 탱크 제조업체인 라인메탈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의 또 다른 수혜기업으로 거론된다. 라인메탈의 수주잔고는 2020년 148억달러(약 19조 476억원)에서 지난해 279억달러(약 35조 9017억원)로 급증했고 올 상반기엔 325억달러(약 41조 8210억원)에 달한다.
세계 각국이 방산지출을 늘리자 투자자들도 해당 섹터에 긍정적으로 바라고보고 있다. MSCI 월드 항공우주 및 국방 지수는 지난 12개월간 25% 올랐고 유럽의 Stoxx 항공우주 및 국방 지수는 무려 50% 뛰었다. 이 기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165% 폭등했다. 주가가 가장 크게 뛴 방산 기업은 튀르키예의 아셀산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FT는 "주가 상승세는 방위비 지출 추이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란 투자자들의 확신을 반영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각국 방산 지출이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과 연관된 것이 아니다.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의 경우 잠수함, 호위함, 전투기 등 주력하는 분야에서 새로 주문이 들어와 수주잔고가 지난해 708억달러(약 91조 2612억원)를 기록했고 올 상반기엔 842억달러(약 108조 5338억원)로 신기록을 경신했다.
에이전시 파트너스의 닉 커닝험 애널리스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수주잔고가 늘어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신규 주문 증가에도 다수의 유럽과 미국의 방산업체들은 공급망 차질과 인력 부족으로 생산 능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SIPRI가 10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수요가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방산 기업들의 실질 매출은 전년 대비 3.5% 하락한 5970억 달러로 집계됐다. 각종 차질로 수요를 전부 소화하지 못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