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형제의 난' 승리한 조현범, '리더'는 못됐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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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한국앤컴퍼니를 둘러싼 ‘형제의 난’이 결국 조현범 회장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처음부터 크게 기울어진 싸움이긴 했다. 이미 40%가 넘는 지분을 가진 조 회장을 표 대결로 누르기란 쉽지 않았다.

MBK는 공개매수 조건으로 남은 지분을 깡그리 모아오지 않는다면 1주도 사주지 않겠다고 나섰다. 처음부터 잃을 것이 없는 싸움을 건 것이다. 승리를 예상하긴 힘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조 회장이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긴 했지만 아쉬움도 짙게 남는 분쟁이었다. 누가 이기거나 지는 문제가 아니다. 회사를 경영하는 조 회장이 보여준 소극적인 리더십 때문이다.

이번 이슈에서는 ‘공개매수’가 경영권을 위협하는 상황이었다. 조 회장과 겨뤄볼 만한 지분율을 사전에 확보하기 힘들다 보니 선택한 고육지책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분명 조 회장 측은 여유가 있던 상황이다. 이미 확보한 지분에 더해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도 힘을 보탰다. hy와 효성 등 우군도 속속 참전했다.

유리한 상황에서 조 회장은 공개매수에 나선 MBK를 두고 " 개인투자자들의 손해가 막대하지 않을까 우려스러울 뿐"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풀이하자면 MBK 측의 공개매수를 기대하고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너무나 실망스러운 발언이다. 오히려 공개매수에 나서거나 이를 기대하는 주주들에게 ‘우리 회사 주가는 공개매수가보다 높아질 테니 나를 믿고 지원해달라’고 해야 했다.

그렇게 나설만한 명분도 있다. 한국앤컴퍼니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경영권 분쟁이 터지기 전인 9월 말 기준 0.3에도 못 미쳤다. 엄청난 저평가 상황이다. MBK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은 이를 고작 0.5에서 0.6으로 높인 수준에 불과했다.

만약 조 회장이 호기롭게 ‘감히 우리 회사 주식을 2만원에 넘기라고 하다니 실망스럽다’며 ‘내가 계속 경영해서 회사 주식을 10만원으로 만들겠다’고 했다면 어땠을까. 주주들이 기다린 건 그런 리더십이 아닐까.

조 회장은 편도 많지만 적도 많다. 조 회장은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던 중 보석으로 풀려난 지 1개월도 지나지 않았다. 주주 입장에서 든든하다고 느끼기에는 어려운 리더다.

이번 이슈로 조 회장은 압도적인 지분율을 가지고도 여전히 아버지의 도움과 다른 친척들의 도움이 없다면 불안하다는 이미지를 더했다. 한국앤컴퍼니를 둘러싼 ‘형제의 난’이 끝나지 않았으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조 회장이 지분율 말고는 보여준 것이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번 형제의 난을 리더십을 부각하는 기회로 삼는 건 어땠을까. 회사 부흥을 위해 자신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논리를 강화하는 건 주주들의 불안한 투심도 달래고 향후 재판에서도 유리할 일이었을 텐데 말이다.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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