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50여명 배치됐는데…이재명 피습 못 막은 이유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1.0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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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왼쪽 목 부위에 습격을 당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부산에서 피습할 당시 50여명의 경찰관들이 주변에 배치됐음에도 갑작스러운 습격을 막아내지 못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 측은 이 대표 일정과 관련해 부산 강서경찰서 소속 기동대 1개 제대 23명과 형사 등 직원 26명을 포함해 총 50여명이 경비를 위해 배치했다.

통상적으로 경찰은 당대표급 정치인들의 공개 일정 중 사람이 많이 몰려 인파·교통관리가 필요하고 우발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 관할서 소속 경찰 병력을 이 정도 규모로 배치한다. 이날도 이 대표가 습격당할 당시 경찰관들이 주변에서 안전 관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배치된 경찰 병력은 이 대표를 전담 마크하는 ‘경호’ 인력은 아니다. 경찰은 당대표를 포함해 정치인을 대상으로 평상시에는 별도 경호팀을 운영하지 않는다.

단,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한해서만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경호 경력이 있는 경찰관들로 구성된 전담보호팀을 가동해 밀착 경호한다.

필요에 따라 거리 유세 시 위험 요소가 너무 많다고 판단될 때는 경찰서별로 신변보호팀을 근접 배치하기도 한다.

특히 이번에는 용의자가 ‘이재명 지지’란 글자가 쓰인 파란 종이 왕관을 쓰고 이 대표 지지자 모임을 뜻하는 ‘잼잼 자봉단’ 머리띠까지 두르고 있던 탓에 지지자로 오인해 사전에 위험 인물로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용의자는 "사인해달라"고 외치며 취재진을 뚫고 가까이 다가간 뒤 갑자기 달려들어 이 대표의 목을 향해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60∼70대로 추정되는 이 남성은 현장에서 경호원과 경찰에게 체포됐다. 이 과정에서 남성은 별다른 말이나 고함을 지르지 않았다.

부산 강서경찰서로 이송된 남성은 신원, 범행 동기 등을 묻는 경찰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 중이다. 경찰은 이 남성에 대해 계속 범행 경위 등을 추궁할 예정이다.

사건 발생 20여분 만인 오전 10시 47분에 현장에 구급차가 도착한 데 이어 이 대표는 오전 11시 16분께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다.

이 대표는 의식이 있는 상태로 부산대병원에서 외상 담당 의료진으로부터 검사와 응급 처치를 받았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이 대표는 목 부위에 1cm 정도의 열상을 입었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응급처치를 마친 이 대표는 이날 오후 1시께 헬기에 실려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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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왼쪽 목 부위에 습격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진은 이날 이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른 남성.(사진=연합)

한편, 이날 일어난 사건과 가장 유사한 케이스는 2006년 5월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 ‘커터칼 피습’ 사건이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이던 박 전 대통령은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신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장을 찾아 단상에 오르다가 50대 지모 씨가 휘두른 문구용 커터칼에 11㎝ 길이의 오른쪽 뺨 자상을 입고 봉합 수술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입원 도중 측근들에게 "대전은요"라고 물은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퇴원한 뒤 곧바로 대전에서 선거 지원에 나서면서 한나라당에 열세이던 판세가 뒤집힌 바 있다.

최근에는 2022년 3·9 대선을 앞두고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당시 이재명 후보를 위한 서울 신촌 지원 유세 중에 유튜버인 표모 씨가 내리친 둔기에 머리를 가격당한 일도 있었다.

이 사건도 선거 유세 중 벌어진 당 대표 피습인 데다 박 전 대통령 사례와 지역도 같다.

송 전 대표는 응급 수술을 받고도 유세에 나서는 등 ‘붕대 투혼’을 펼쳤지만,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며 선거 파급력에서는 차이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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