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전기차, 위기를 기회로①] 글로벌 수요 둔화···K-기업 '돌파구' 절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1.03 14:49

고금리·고물가 기조에 신규 수요 둔화…'IRA 폐지' 걸린 美 대선도 관건
전기차 생산 계획 폐기, 공장 가동 시점 연기…배터리 업계까지 연쇄효과

USA EV SALES <YONHAP NO-0442> (EPA)

▲미국 버지니아주 스프링필드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테슬라 차량들이 충전을 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김정인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전기차 시장의 정체기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돼 신규 수요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 결과의 불확실성도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보조금 혜택이 축소되는 등 전기차 관련 정책이 급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3일 글로벌 리서치 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전체 신규 승용차 등록의 25%가 전기차가 채우며 전세계 판매량 17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판매성장세 둔화는 2023년 하반기부터 분명하게 드러났으며, 올해에도 지속적으로 판매가 저조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세는 비싼 가격, 충전소 부족 문제로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전환을 장려하고 있지만 비싼 가격과 주행거리, 충전소 부족 등에 대한 소비자 우려 때문에 전환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최근 몇 달 둔화하면서 자동차업체들이 생산계획을 축소하거나 일부 투자를 보류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중반까지 전기차 40만대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폐기하고, 미시간주에 건설하기로 했던 전기차 공장 가동 시점도 연기했다.

포드도 머스탱 마하-E 전기차 생산을 줄이고 배터리공장 등 전기차와 관련된 12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연기한다고 밝힌 데 이어 최근에는 F-150 라이트닝 전기 트럭 생산량도 줄인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테슬라도 멕시코 전기차 공장 건설 속도를 늦췄다.

유럽에서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유럽에서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포함) 판매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감소했다. 특히 유럽 내 최대 전기차 시장인 독일은 순수전기차 판매량이 22.5% 줄었다. 영국은 17.1%, 전기차 보급률이 높은 노르웨이는 46.9%의 감소 폭을 각각 보였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벽에 막힌 상황이다. 현재 배터리 산업의 경우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라 공장 가동률이 급격하게 떨어진 상황이다. 특히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완성차와의 합작공장 건설 계획을 연기하거나 철회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포드는 튀르키예 기업과 손잡고 현지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북미 공장을 중심으로 감원에 돌입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전체 생산직원의 10%인 약 17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 공장의 생산 규모를 축소하고 일부 직원에 대한 무급 휴직에 돌입했다.

완성차 업계는 올해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언한 IRA 폐지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에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IRA 수혜를 누려온 배터리·태양광·풍력발전 등 관련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미국에서 생산된 배터리·태양광·풍력 부품 등에 대해서도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 대한 초기 수요가 소진되고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전기차 업황의 전망이 밝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특히 미국 시장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는 기업의 경우 긴장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완성차 업계의 돌파구 마련은 시급한 문제가 됐다.


kji0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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