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3일 산업은행 본점에서 채권단 설명회 개최
약속 어기고 소극적인 모습 보이면서 자구 노력 진정성 의심
전문가 "태영건설 워크아웃, 결국에는 통과할 것"
▲지난달 29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따른 유동성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3일 산업은행 본점에서 채권단 400여 곳을 상대로 설명회를 진행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태영건설 본사 전경.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다니엘 기자] 시공능력 16위 태영건설이 지난달 28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따른 유동성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한 가운데 이와 관련한 채권단 설명회가 3일 처음으로 열렸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이날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 "최근 일부 보도에 PF 규모가 9조원으로 나왔지만, 실제 문제가 되는 우발채무는 2조5000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금융권과 산업은행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이날 오후 3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본점에서 채권단 400여 곳을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한 가운데 윤 회장은 이날 호소문을 통해 "어떻게든 정상적으로 사업을 마무리 짓고 제대로 채무를 상환할 기회를 주면 임직원 모두 사력을 다해 태영을 살려내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태영그룹 측이 채권단에 제출한 태영건설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보증채무는 총 9조5044억원으로, 이 중 유위험보증(우발채무)이 2조5259억이다. 브릿지보증 1조2193억원과 PF 분양률 75% 미만인 보증 1조3066억원을 합한 액수다.
그룹은 무위험보증을 6조9천785억원으로 제시했다.
무위험보증은 SOC사업 보증(1조304억원), 본 PF 분양률 75% 이상(1조769억원), 수분양자 중도금 보증(1조3142억원) 등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판단되는 채무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태영건설의 자구계획이다. 채권단은 워크아웃 전제조건으로 고강도 자구 노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받아들여지려면 신용 공여액 기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강도 높은 자구 계획이 나오지 않는다면 워크아웃 개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날 설명회에서 태영건설이 공개할 자구안 내용으로는 계열사인 에코비트(종합환경업체)와 블루원(골프·레저) 매각 방안, 대주주 사재출연, 기타 지분 담보 등 총 4가지가 공개될 것으로 전해졌다.
자구안 중에서는 윤세영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어느 정도 규모의 사재를 출연할지가 관건으로 꼽히고 있다. 시장에서는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 규모를 3000억원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달 구순의 나이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복귀한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전날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조기에 졸업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고도 약속을 어기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자구 노력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태영건설은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 가운데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451억원은 금융채권이라고 판단하고 갚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앞서 태영 측은 그나마 그룹 내에서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SBS의 매각뿐만 아니라 지분을 담보로 제공할 의사조차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에 채권단 일각에서는 주요 계열사인 SBS의 지분을 조금이라도 내놓는 등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 또한 나오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태영그룹은 건설 계열 내에서 최대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고 싶은 마음일 것"이라며 "돌려막기가 될 수도 있지만 올해 부동산 및 분양시장 상황이 회복한다면 선순환 측면에서 자금 활용을 통해 긍정적으로 극복해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태영건설이 해결해야하는 금액이 조 단위인데 지금처럼 행동하는 것은 부채 탕감 및 세금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겠다는 등의 배 째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은 결국에는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는 "현재 태영건설 자구 노력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지만, 결국 채권단이 태영건설 자구안에 대한 강력한 압박을 행사해 한국 경제 충격 최소화를 위해 워크아웃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daniel111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