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블룸버그 방송…머스크, 비야디 향해 "쟤네 차 봤냐" 폭소
비야디, 2023년 4분기 테슬라 제치고 '전기차 판매 1위' 등극
자체개발한 LFP 블레이드 배터리가 결정적…중국 정부 지원도 큰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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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블룸버그 방송에서 비야디가 테슬라의 경쟁자로 언급되자 웃기 시작한 머스크(사진=유튜브 화면캡쳐)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과거 2011년 블룸버그 방송에서 중국 배터리 기업 비야디(比亞迪·BYD)를 향해 조롱하면서 한 말이다. 당시 방송에서 진행자가 비야디를 테슬라의 경쟁상대로 거론하자 머스크가 크게 웃기 시작했다. 진행자가 왜 웃냐고 묻자 머스크는 "쟤네 차 봤냐"고 답하더니 또 폭소했다.
진행자가 웃는 이유에 대해 재차 질문하자 머스크는 "(BYD 차량이) 특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비야디는 본고장인 중국에서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이어 "비야디의 초점은 중국에서 살아남는 데 있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머스크의 이런 발언이 나온 후 12년이 지난 2023년 4분기, 비야디가 처음으로 순수 전기차 판매에서 글로벌 전기차 최강자로 꼽히던 미국의 테슬라를 제쳤다. 비야디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순수 전기차 판매는 52만6409대였다. 테슬라는 같은 기간 48만4507대를 고객에게 인도해 분기 실적으로는 처음으로 2위로 밀려났다.
올해는 비야디가 해외시장 확장을 발판으로 삼아 전기차 부문 세계 1위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쟁상대는 커녕 생존조차 하기 힘든 업체로 조롱받던 비야디가 테슬라의 아성을 위협하는 최대 기업으로 떠오른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4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번스타인 리서치의 다니엘 로에스카 선임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몇 달 동안 테슬라의 판매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비야디와 관련해선 "유럽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비야디의 성장이 향후 12∼24개월 동안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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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디 로고(사진=AFP/연합) |
2003년에는 소형 자동차회사인 시안친촨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완성차 업계에 뛰어들었고 2008년에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자동차인 F3DM을 출시했다. 같은 해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이 버크셔 해서웨이가 전기차의 미래를 보고 2억3000만 달러를 들여 비야디 지분 10%을 사들였다.
이처럼 설립 후 승승장구하던 비야디가 2020년에 자체 개발한 LFP(리튬인산철) 기반의 ‘블레이드 배터리’를 출시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CNBC는 분석했다. 블레이드는 기존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약점을 극복한 배터리로, 차량 중량과 공간을 최소화하고 에너지밀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비야디가 순수전기차와 함께 PHEV를 동시에 생산하는 점, 중국에서 상대적으로 경쟁자가 적었던 중간 가격대 시장을 공략한 점도 성공에 기여했다고 CNBC는 전했다.
무엇보다 ‘전기차 굴기’를 선언한 중국 정부가 2009년부터 전기차 업계에 지원하기 시작한 영향이 가장 컸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컨성칭업체 로듐그룹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비야디가 중국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을 43억달러로 추산했다. 로듐그룹의 그레고르 세바스찬 선임 애널리스트는 "비야디는 매우 혁신적이고 적응력이 뛰어난 회사지만 성장은 중국 정부의 지원과 불가분한 관계를 갖는다"며 "중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비야디는 오늘날 최강자로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CNBC에 말했다.
한편, 지난해 5월 머스크는 과거 비야디를 조롱하는 블룸버그 영상과 함께 비야디에 대한 견해를 묻는 트윗에 "몇 년 전의 일이다. 요즘은 매우 경쟁력이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