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결국 당국·채권단 요구안 수용…워크아웃으로 ‘가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1.08 15:13

태영그룹, 이날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잔여분 890억 태영건설에 지원



기존 자구안 실행 및 티와이홀딩스 지분 담보 제공 등 추가 자구안 제시 유력



전문가 "현재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확률 95% 정도라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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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가 급부상했던 태영건설 사태가 ‘기본 조건’ 충족 및 추가 자구안 제시로 인해 워크아웃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 태영건설


[에너지경제신문 김다니엘 기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가능성이 높아보였던 태영건설 사태가 결국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으로 분위기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태영그룹 측이 워크아웃 개시와 관련한 ‘기본 조건’ 충족을 약속함과 동시에 지주사 지분을 담보로 한 추가 자구안을 발표하면서 워크아웃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채권단과 금융당국 수장에 이어 대통령실까지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선 태영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데 태영그룹은 남의 뼈만 깎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기존 태영그룹의 ‘배째라’식 행보로 워크아웃이 물건너 갈 우려가 고조됐다. 하지만 전방위적인 압박에 태영그룹 측에서 일단 한 발 물러서면서 워크아웃 불씨가 되살아난 형국이다.


◇ 당국 및 채권자 요구안 수용…태영건설 워크아웃 가능성↑


8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이날 오전 11시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잔여분인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했다.

해당 자금은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의 딸인 윤재연씨 지분 매각 대금 516억원 중 300억과 티와이홀딩스 회사 자금 등을 합쳐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태영건설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1549억원), 에코비트 매각추진 및 매각 대금,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 등의 워크아웃 신청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태영그룹은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한 1549억원을 티와이홀딩스 연대 채무를 갚는 데 사용했고 당국과 채권단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법정관리를 검토했다.

여기에 더해 태영그룹이 SBS 매각에 선을 그으면서 태영건설 자구안에 진정성이 없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날 태영그룹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잔여분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고,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을 비롯해 금융당국과 채권단 요청을 수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워크아웃 가능성은 다시금 높아졌다.

태영그룹 측은 이날 기존에 제출했던 자구안을 모두 채권단 요청대로 실행하기로 결정했으며 윤세영 창업회장 등이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하는 내용의 추가 자구안을 금융당국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워크아웃 개시하려면 채권단 신뢰 필요해"


한편 정부와 금융당국, 한국은행 등은 이날 오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태영 측이 구체적인 추가 자구안을 제시해 채권단의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 부총리는 "태영그룹 측이 4가지 자구 계획에 대해 이행 약속을 하는 등 일부 진전이 있었으며 채권단은 이를 기초로 계속해서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채권자협의회는 오는 11일 개최된다. 워크아웃을 개시하려면 채권단 75%의 동의가 필요한데 산업은행 등 주채권은행의 의결권은 33% 수준에 그쳐, 나머지 채권자 42%의 동의는 태영 측의 추가 자구안에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여부로 갈릴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추가 자구안에 태영그룹 오너가의 사재출연, 특히 사주 일가의 티와이홀딩스 지분 일부 제공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다만 SBS 지분 매각에는 법적 제약이 있는 만큼 티와이홀딩스 지분의 담보 제공이나 매각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자구안 기본 조건 충족 및 추가 자구안으로 인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가능성은 급격하게 높아졌다는 점을 시사했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태영그룹의 이번 행보는 워크아웃으로 가기 위한 패"라며 "현재 워크아웃이 개시될 확률은 95%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어 "채권단 입장에서도 태영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회수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진정성 있는 추가 자구안을 통한 워크아웃 개시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daniel111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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