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태영건설 워크아웃, 채권단 지원 폭넓게 고려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1.09 09:29

7개 금융지주사 회장과 신년 금융현안 간담회



"워크아웃시 모기업 등 유동성 상황 종합적 고려"



"막연한 기대로 구조조정 지연시 금감원 엄중 대응"

이복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한 금융인들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신년 금융현안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과 관련해 "채권자는 채무자의 직접 채무뿐만 아니라 직간접 채무, 이해관계자에 대한 지원 등도 폭넓게 고려하는 것이 워크아웃의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7개 금융지주사(KB·신한·농협·우리·하나·한국투자·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산업은행 회장, 기업은행장과 2024년 신년 금융현안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최근 모 건설사(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회사 건전성 등과 관련해 금융시장에서의 관심과 우려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와 감독당국은 건설사 워크아웃 과정에서 수분양자나 협력업체 등이 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금융시장의 안정성, 건전성이 확고히 유지되도록 하는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워크아웃은 채무자와 채권단이 중심이 돼서 상호신뢰와 양보를 바탕으로 합의해 나가는 것이 원칙"이라며 "채권단은 워크아웃 신청 기업에 대한 금융채권을 유예해 유동성 여유를 주고, 채무자는 상거래채무와 같은 비금융채무 상환에 필요한 운영자금을 부담하는 것이 기본 구조인 만큼, 자력이 있는 대주주가 워크아웃 중 필요한 자금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상호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채무자와 대주주는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제시함으로써 워크아웃 추진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는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며 "채권단도 채무자 측의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가 확인될 경우 기업개선을 위해 불가피하다면, 채무자의 직접 채무 뿐만 아니라, 직간접 채무 또는 이해관계자에 대한 지원 등도 폭넓게 고려하는 것이 워크아웃의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그룹내 일부 계열사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모회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피할 수 있도록, 워크아웃 신청기업뿐만 아니라, 모기업 등 연관회사의 유동성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지주사 티와이홀딩스를 포함한 태영그룹 전반의 유동성을 고려한 지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향후 취약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돼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채권금융회사가 보다 엄중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임해야 한다"며 "만에 하나라도 향후 1~2년 내에 다시 저금리 환경에 기반한 부동산 호황이 올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근거로 예상되는 손실인식을 지연하고 구조조정을 미루기만 하는 금융회사가 있다면, 감독당국에서는 이에 대해 좌시하지 않고 엄중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구조조정 기업의 협력업체라는 이유만으로 여신거래 상의 불이익을 입지 않도록 지원하는 한편, 최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영세 중소건설사에 대해서도 유동성 애로가 악화되지 않도록 상생금융 차원에서 적극적인 배려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감독당국도 향후 구조조정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해 채권단의 노력만으로 어려울 경우 필요한 조치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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