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출상환에 12월 기업대출 둔화
올해 수요는 ‘꾸준’
시장금리↓
대기업은 회사채
중소기업, 은행 선호 무게
태영건설 사태 파장 주시
건설업 리스크 관리 강화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면서 시중은행이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 영업에 힘을 쏟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국내 시중은행들이 올해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 영업에 총력전을 펼친다. 대기업의 경우 시장금리 안정으로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돼 은행권보다 회사채 발행을 선호할 것으로 관측되나,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은 정부의 지원과 은행권의 상생금융 노력으로 은행권 대출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은행권은 최근 몇 년간 건설업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 만큼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에 따른 건설업 기업대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태영건설 관련 협력사는 자금경색 등으로 신용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건설업에 대한 리스크를 더욱 면밀히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연말 효과로 기업대출 주춤...은행권, 조직 다잡기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12월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총 116조9593억원이었다. 전월(117조6813억원)보다 7200억원 감소했다.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1월 말 총 515억4876억원에서 12월 말 현재 514조3254억원으로 1조1600억원 줄었다. 대기업들이 연말 재무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한도대출을 상환했고, 중소기업 대출도 연말 대출 상환으로 기업대출이 감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계절적 요인을 제외하면 기업들의 은행권 대출 수요는 꾸준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예금은행의 기업대출은 전월 대비 7조3000억원 늘었지만, 12월에는 5조9000억원 감소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면서 시중은행이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 영업에 힘을 쏟고 있는데다, 기업들 역시 지난해 금리 상승기, 시장금리 불안 등으로 회사채보다 은행 대출을 선호하는 현상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기업대출 경쟁은 올해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신년사에서 "기업금융은 우리가 대표이자 최고라고 자부하던 분야"라며 "올해는 우량자산 중심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선제적 리스크 관리와 시장에서 요구하는 혁신역량을 갖춰 기업금융 명가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현장 영업’에 방점을 두고 조직을 개편했다. 현장 중심 영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영업본부별 책임경영을 강화하고자 중앙영업그룹 내 강남서초영업본부, 종로영업본부 등 2개 영업본부를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 대기업은 회사채로, 중소기업은 ‘은행’ 선호할 듯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계기로 건설업을 중심으로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
다만 올해 같은 경우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대출이 은행권의 기업대출 규모를 견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기업들은 은행 대출, 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 채널이 다양한데, 작년과 달리 올해는 시장금리 안정화로 은행 대출보다 회사채 발행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AA-급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작년 1월 2일 연 5.26%에서 이달 9일 현재 4.00%로 1년 새 126bp 급락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기업대출은 대기업 니즈와 시장 상황에 따라 좌우되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자금조달 창구가 은행 대출밖에 없기 때문에 수요를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계기로 건설업을 중심으로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당장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은행권의 건설업종 기업대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나, 태영건설 관련 협력업체는 자금경색, 수주제한 등으로 신용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건설업에 대한 신용평가도 매우 보수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들은 2, 3년 전부터 건설업,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줄이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했기 때문에 당장 이번 워크아웃이 기업대출 심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며 "그러나 앞으로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부동산PF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파장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금융시장에 부동산PF 리스크 등 여러 위험 요인들이 상존해 있기 때문에 기업대출 규모를 계속해서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며 "대기업은 올해 자금조달 여건 개선으로 은행권보다 회사채 발행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고, 은행권 역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기업대출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