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탈당도 이 정도 아니었는데…이낙연에 쏟아진 ‘비정한’ 모욕 세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1.11 20:01
이낙연 탈당 기자회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1일 탈당을 선언하면서 민주당 내 비판이 분출했다.

친명(친 이재명)계 뿐만 아니라 비명(비 이재명)계, 특히 이 전 대표 정치적 고향 소속 호남계와 한때 친낙(친 이낙연)계 인사들까지 ‘비난 행렬’에 가세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이재명 대표의 빠른 쾌유와 당무 복귀를 기원한다"며 탈당 회견을 시작했다.

이 전 대표는 회견에서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겠다"며 탈당 뿐 아니라 신당 창당도 선언했다.

그는 "‘마음의 집’이었던 민주당을 떠나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라며 "그럼에도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구현할 만한 젊은 국회의원이 잇달아 출마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당내 비판자와 저의 지지자들은 ‘수박’으로 모멸 받고 공격받았다"고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검찰공화국’을 거의 완성했고, 민주당은 스스로의 사법 리스크로 ‘검찰폭주’를 제어하지 못한다"며 "여야는 ‘검찰독재’와 ‘방탄’의 수렁에서 헤매는 적대적 공생관계로 국가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능하고 부패한 거대 양당이 진영의 사활을 걸고, 극한투쟁을 계속하는 현재의 양당 독점 정치구조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온전하게 지속될 수 없다"며 "4월 총선이 그 출발이 되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전 대표는 이밖에도 2020년 총선에서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당 지도부 위성정당 허용 결정에 동의한 것을 과오라고 인정하며 "잘못을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 2021년 당 대표 시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 ‘당 소속 공직자의 잘못으로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을 바꿔 후보를 공천한 데 대해서도 사죄했다.

민주당내에서는 이 전 대표 탈당을 기다렸다는 듯이 계파를 막론한 비난이 일제히 쏟아졌다.

친노(친노무현) 적자로 불린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분열이 아닌 통합을 위해 헌신했다. 두 분의 정신과 민주당의 역사를 욕되게 하지 말라"며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한 법"이라고 꼬집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의원도 "김대중 정신이 실종됐다는 이낙연 대표님, 정작 김대중 정신을 저버린 분은 본인"이라고 지적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2021년 1월 박근혜 사면론으로 정치적 폭망의 길로 들어섰고 2024년 1월 탈당으로 정치적 죽음의 길로 들어섰다"며 "‘낙석연대’를 경유해 국민의힘 쪽 대선 후보가 되는 게 꿈일까"라고 비꼬았다.

안민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의 탈당 선언문은 노욕을 포장하는 말의 성찬이다. 대권 포기 선언부터 하시라"고 비난했다. 윤준병 의원은 "이낙연의 ‘제2안철수’의 길 축하"라고 조롱했다.

특히 이 전 대표 지역구를 이어받은 친이낙연계 이개호 정책위의장도 "분열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 전 대표의 탈당과 분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개호 정책위원장은 민주당 의원 129명이 이 전 대표 탈당 계획을 공개 비판한 공동성명에도 친낙계로 꼽혔던 박정·이병훈·전혜숙·정태호 의원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 전 대표가 5선 국회의원, 전남도지사, 국무총리를 지낸 것을 언급하며 "단 한 번의 희생도 없이 이 모든 영광을 민주당의 이름으로 누리고서도 탈당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1위 대권주자였던 황교안 전 대표와 서울 종로구에서 맞붙어 큰 격차로 승리한 바 있다.

이 전 대표 정치적 고향인 광주·전남권 후배 정치인들은 원내와 원외를 막론하고 비난 목소리를 더 크게 키웠다.

민주당 광주·전남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전원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전남은 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한 민주당의 뿌리 깊은 터전이자 이 지역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다면 민주주의도 없었다"며 "야권 분열로 지역민들을 절망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총선 출마를 앞둔 민주당 예비후보들도 이 전 대표 선언을 규탄하며 정계 은퇴를 촉구했다.

안도걸·김명진·양부남·정준호·박균택 예비후보는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대표는 김대중 탄신 100년의 해를 민주당 분열의 해로 만들었다"며 "낳고 키워준 민주당과 호남에 빚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분열의 신당이 아닌 정계 은퇴가 빚을 갚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정진욱·노형욱·오경훈·박혜자·문상필·문금주 예비후보 등도 각각 기자회견이나 입장문을 통해 "그렇게 해서 가는 길이 결국 이준석과의 연대인가"라며 "호남과 민주주의를 부끄럽게 하는 정치를 그만두라"고 요구했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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