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침체에 부동산 PF 대출 중 70조원 부실 가능성
코오롱글로벌·신세계건설 유동성 우려...일부 건설사 선제 해명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11일 성사되며 급한 불이 꺼졌지만 건설업계 내 ‘PF 부실’에 대한 위기감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태영건설 서울 여의도 사옥. 태영건설 |
[에너지경제신문 김다니엘 기자] 우여곡절 끝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재무 개선 작업)이 11일 성사됐다.
산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은 이날 제1차 채권자협의회를 열고 투표(서면결의)를 통해 태영건설에 대한 워크아웃 개시에 합의했다.
워크아웃은 신용공여액 기준으로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어야 개시되는데, 투표 결과는 개시 조건을 훌쩍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이날 자정까지 투표를 진행하고, 12일 오전 정확한 집계 결과를 발표한다.
◇ 워크아웃 성공했지만 부동산 PF대출 부실화 위기 여전
테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성사됐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에 대한 건설업계의 위기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분양시장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PF 사업장이 많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건설사들의 ‘PF 부실 폭탄’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의 부실 규모가 상당하다는 관측이 이어지는 데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를 계기로 자본조달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향후 유동성 공급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업계의 우려를 키우는 데 주효했다.
시공순위 16위의 중견 기업인 태영건설이 지난해 12월 말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 개발 사업과 관련된 480억원 규모의 PF 채무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은 해당 채무를 비롯해 모두 9조5044억원의 보증채무가 있다고 채권단에 밝혔으며, 이 가운데 2조5259억원을 부실 가능성이 큰 우발채무로 분류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큰 문제는 PF 채무가 태영건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사업성을 담보로 자본을 조달하는 PF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으며, 이 때문에 2020년 말 92조5000억원이었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지난해 9월 기준 134조3000억원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현재 분양 침체로 일정이 지연되거나 추진에 난항을 겪는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PF 대출에 대한 부실 우려는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최근 발간한 건설동향 브리핑 보고서에서 부동산 PF 대출 잔액의 절반 이상인 70조원이 부실화할 수 있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건산연은 지난해 상반기 중 증권사 등 제2금융권에서 취급한 PF 만기 연장비율이 브릿지론(시공·인허가 전 자금 조달)의 70%, 본 PF(시공 결정 이후 자금조달)의 50%라며 모두 71조원이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건산연은 PF 대출규모로 추산한 70조원에 대해서 분양대금이나 토지 공매 등을 통한 회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극단적 예상치라면서도 부동산 시장 회복이 지연될 경우 부실 발생 규모는 예상 밖으로 매우 클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 워크아웃, 태영건설 다음은 누구?
현재 일부 건설사들은 PF 우발채무로 인한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있다고 거론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가 유효등급을 보유한 21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9월 집계한 건설업체의 PF 우발채무는 22조8000억원 규모다.
한기평에 따르면 코오롱글로벌은 미착공 PF 우발채무 규모가 6121억원(지난해 8월 말 기준)으로 추산된다.
한기평은 코오롱글로벌에 대해 "PF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자체 현금을 통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신세계건설 또한 부채비율이 400%가 넘는 상태다.
시공평가 22위인 동부건설의 경우 지난달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하향 조정됐다.
동부건설은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3분기 기준 PF 우발채무 규모는 2000억원대(보증한도 기준)로, 전체 PF 시장 규모가 134조원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라면서 리스크 가능성에 대해 선제 해명했다.
롯데건설도 동부건설에 앞서 보도자료를 내고 미착공 PF 3조2000억원 대응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롯데건설은 "2조4000억원은 이달 중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 펀드 조성 등을 통해 본 PF 전환 시점까지 장기 조달구조로 연장할 예정이며, 나머지 8000억원도 1분기 내 본 PF 전환 등으로 해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4일 보고서에서 "롯데건설의 보유 현금은 2조3000억원 수준이며, 1년 내 도래하는 차입금은 2조1000억원"이라며 "여기에 1분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PF 우발 채무를 고려했을 때 현재 유동성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한다"고 예측했다.
부동산업계 침체로 인해 대기업은 물론 중소 건설사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종합건설기업 폐업 공고 건수는 총 581건으로 전년 대비 219건 증가했으며, 2005년(629건) 이래 가장 많다.
지난 5일에는 울산 지역 1위 토건업체인 부강종합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해당 기업은 지난해 토건 시공능력 평가액 기준 1450억원으로 전국 179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건설업계 내에서 PF 부실에 대한 위기감이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향후 금융권에서 건설사에 대한 만기 연장 및 추가대출을 거부하면서 신규 사업 진행이 어려워 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daniel111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