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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사진=로이터/연합) |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3일 오후 9시58분(현지시간) 총통 선거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득표율 40.05%를 기록했다.
친중 제1 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와 제2 야당인 중도 민중당 커원저 총통·우신잉 부총통 후보는 각각 33.49%, 26.46% 득표율을 기록했다.
대만에서 시민의 손으로 직접 총통이 선출되는 것은 1996년 이래로 이번이 8번째다. 이날 대선 투표율은 71.86%로 집계됐다. 대만 총통의 임기는 4년이며 중임할 수 있다.
대만 국민은 1996년 직선제 도입 후 2000년부터 민진당과 국민당 정권을 8년 주기로 교체하며 심판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민진당이 처음으로 이런 ‘공식’을 깨고 12년 연속 집권에 성공했다.
라이 당선인은 타이베이의 선거 캠프에서 가진 당선 기자회견에서 "지구촌 첫 대선서 대만이 민주진영 첫 번째 승리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또 "대만이 전세계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에서 계속 민주주의의 편에 서기로 결정했다"며 "중화민국(대만)이 계속해서 국제 민주주의 동맹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했다.
라이 후보가 승리한 요인으로는 선거 막판에 국민당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해외 매체와 인터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믿어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자초한 것이 결과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야권이 승부수로 띄웠던 야권 후보 단일화 합의가 막판에 무산된 것도 결정적 요인 중 하나다.
그러나 민진당은 대선과 같이 실시된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 113석 중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국정운영에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대선 결과에 중국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천빈화 대변인은 라이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지 두 시간 만에 낸 논평을 통해 "대만의 두 선거(대선과 총선) 결과는 민진당이 섬(대만) 안의 주류 민의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라고 밝혔다.
또 "조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필연적으로 통일될 것이라는 점은 더욱 막을 수 없다"며 대만이 수복해야 할 중국 영토의 일부라는 종래의 주장을 부각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번 선거 결과에도 중국과 국제 사회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외신들은 양안 관계를 둘러싼 미중 긴장 고조 가능성에 주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가장 꺼려온 후보가 대만 총통 선거에서 당선됐다"며 "이로써 중국이 분리주의 세력으로 규정한 집권 민진당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양안 관계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역시 "대만 독립을 지지해 온 라이칭더가 총통 선거에서 승리했다"며 "이에 따라 양안 관계를 놓고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고조될 위험이 커졌다"고 지목했다.
이어 "이번 선거는 2024년 첫 번째의 지정학적 분수령이 될 것이며, 미국과 중국의 역내 영향력을 둘러싼 싸움이 이어질 것"이라며 "중국은 이번 선거를 전쟁과 평화 사이의 선택으로 규정하고, 대만 통일의 불가피성을 역설해 왔다"고 부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캠프데이비드 출발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대만 선거 결과에 대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대만관계법에 근거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며, 양안 관계의 일방적인 상태 변경에 반대하고 대만의 평화를 추구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일본은 외무상 명의 성명을 통해 "민주적인 선거의 원활한 실시와 그의 당선을 축하한다"고, 유럽연합(EU)도 대외관계청(EEAS)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환영한다"고 각각 밝혔다.
이번 대만 선거 결과로 한국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민진장의 친미 노선을 감안할 때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를 비롯한 대만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과 협력을 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해외 시장에서 TSMC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