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 |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에서 올해 들어 12일까지 1067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8일부터 첫 손실 확정이 이뤄진 만큼, 이후 12일까지 불과 닷새 만에 손실이 1000억원을 넘은 셈이다.
이 기간 만기 도래한 원금은 약 2105억원이며 1038억원만 상환된 만큼 전체 손실률은 50.7%(손실액 10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부 상품에서는 최고 52.1% 손실률도 확인됐다.
지난해 하반기 확정된 손실액 82억원까지 더하면, 홍콩H지수 ELS 관련 원금 손실액은 5대 은행에서만 6개월여 사이 1149억원에 이른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 등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데, 통상 6개월마다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상환 기회를 주고, 만기 시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준을 밑돌면 통상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홍콩H지수 기초 ELS에서 원금 손실이 잇따르는 이유는 상품이 판매된 2021년 이후 홍콩H지수가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가운데 50개 종목을 추려서 산출하는 지수로, 변동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홍콩H지수는 지난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넘어섰으나 그 해 말 8000대까지 떨어진 뒤 현재 5000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에는 5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문제는 앞으로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홍콩H지수가 고점이던 2021년 판매된 상품들의 만기가 올해부터 속속 돌아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홍콩H지수 기초 ELS 총판매 잔액이 19조3000억원으로 전체 잔액의 79.6%인 15조4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도래한다.
분기별로는 올해 1분기 3조9000억원, 2분기 6조3000억원으로 올해 상반기(10조2000억원)에 만기가 집중돼있다.
상품마다 다르지만 통상 ‘녹인(knock-in)’형은 녹인 발생시 최종 상환 기준선(통상 70%), 녹인 미발생 시 녹인기준(통상 50%)을 넘어야 원금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노 녹인(No Knock-in)형’은 65% 정도가 수익상환 기준선이다.
결국 올해 상반기 홍콩H지수가 2021년 상반기의 65∼70% 수준은 돼야 원금손실을 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21년 상반기 홍콩H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대략 1만340∼1만2229 범위에서 움직였고 현재 5000대를 등락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홍콩H지수가 큰 폭으로 반등하지 않는 한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만약 상반기에도 현재 홍콩H지수 수준이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5대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관련 ELS의 원금 손실 규모는 5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홍콩H지수 연계 ELS 주요 판매사 12곳(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투자증권)에 대해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불완전 판매 여부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