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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 유통중기부 기자 |
그러나, 정작 서 회장은 그동안 서 대표를 포함한 자녀들에게 주식증여 등 승계작업을 전혀 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셀트리온그룹 합병 발표에서 서 회장은 "(수조원대 상속세 때문에) 내가 떠나면 셀트리온은 국영기업이 될 것"이라며 되레 기자들에게 앞으로 상속·증여세 제도 개편 전망을 물어보는 등 승계 문제에 답답한 속내를 내비쳤다.
서 회장의 가업승계 걱정은 최근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에서 한낱 기우가 아닌 ‘현실’로 나타났다.
한미약품그룹 송영숙 회장과 2남1녀 세 자녀는 창업자인 선대회장으로부터 1조원 규모의 지분을 물려받고 5400억원의 상속세를 부과받았다. 송 회장과 자녀들은 주식담보대출로도 부족해 지난해 사모펀드 운용사에 3200억원 규모의 지분을 팔아 상속세를 마련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로 무산되면서 송 회장측은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우려했다고 한다.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 통합을 결정한 데에는 신약개발을 위한 재원 확보 등 경영 차원의 포석도 있었겠지만, ‘상속세 문제’가 없었다면 과연 OCI그룹과 통합을 결정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의 기업(가업)승계를 돕기 위해 올해부터 △상속·증여세 공제한도 확대 △연부연납기간 확대 △납부유예제도 신설 등을 담은 과세특례제도를 도입했다. 다만, 이 특례제도는 자산 총액 5000억원 미만 중소기업과 연매출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을 수혜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다. 최근 상속세 이슈가 불거졌던 삼성그룹과 넥슨은 말할 것 없고 연매출 1조원을 넘긴 셀트리온·한미약품 모두 수혜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상속·증여세는 일종의 불로소득인 상속·증여재산에 가해지는 과세로, 부의 세습과 편중을 완화하고 부의 재분배·사회순환을 촉진하는 긍정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특정 조세제도가 기업의 경영구조에까지 예기치 못한 영향을 미친다면 본말이 전도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편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상속세 납부자 상위 10%가 전체 상속세의 80%를 내는 등 대기업·고소득자의 조세납부 비중이 크다. 단지 실적이 많은 기업이라는 이유로 가업승계 보호 울타리에서 제외시켜 기업의 연속성이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빈대(세수 확보) 잡으려다 초가삼간(산업기반)을 태우는’ 우(愚)를 범하는 꼴이 되지 않을까 싶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