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 34년만 최고치…각종 호재에 힘입어
亞 펀드매니저 59%가 비중확대
HSBC·SG는 "차익실현 해야"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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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일본 시민들이 닛케이 225지수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사진=AFP/연합) |
19일 일본 닛케이225지수(닛케이 평균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4% 오른 3만5963.27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장중엔 3만6076.23까지 치솟기도 했다. 닛케이 평균주가가 3만6000대를 기록한 적은 1990년 2월 이후 약 34년만이다.
올해 한국 코스피는 물론 중국, 대만, 인도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부진한 상황 속에서 일본 닛케이 지수는 8% 넘게 나홀로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날 종가 기준으로 올해 코스피는 7.38% 하락했고 중국 CSI300 지수, 대만 가권지수, 호주 S&P/ASX 200 지수 등도 2∼3%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다른 주요 지수인 일본 토픽스 지수도 이날 2510.03에 거래를 마감해 연초 대비 5.5% 가량 상승했다. 이 또한 34년만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 버핏의 ‘바이 재팬’부터 정부의 주가 부양…엔저도 한몫
일본 증시의 분위기가 바뀐건 작년부터다.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일본 종합상사 주식을 사들인다고 밝히자 수십 년간 박스권 장세를 이어왔던 닛케이 평균주가가 지난해 2분기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역사적 엔저 효과로 수출 중심의 대기업들이 호실적을 보인 것도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달러당 130엔이었던 엔/달러 환율이 같은 해 11월 152엔 돌파를 눈앞에 두는 등 급등세를 보였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올해 연초에 140엔후반대로 소폭 떨어졌지만 현재 148엔대로 다시 급등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 또한 주가 부양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3월 도쿄증권거래소는 PBR이 1배 이하인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주가를 올리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지난 15일부터는 PBR 개선책을 제시한 일본 상장기업 명단을 매월 발표하기로 했다. 또 일본판 ISA인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가 올해부터 혜택이 대폭 확대된 것도 일본 개인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아울러 인플레이션 조짐이 뚜렷해지는 점도 증시 낙관론에 힘을 보탰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 일본에 몰리는 자금…일학개미 순매수액도 한달만에 7배 증가
이처럼 일본 증시가 연초부터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가자 전 세계 투자자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이달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본 증시에 비중확대(overweight)를 유지하고 있는 아시아 펀드매니저는 59%에 달했다. 비중확대의 비율이 두 번째로 높은 곳은 인도(18%)로 나타났다.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일학개미’들의 일분 주식 순매수액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일학개미는 일본 주식을 총 4432만달러 어치 순매수 했다. 지난달 전체 순매수액(628만달러)보다 7배 가량 증가한 금액이다.
◇ 향후 전망은 제각각…"증시 과열" VS "장기적 강세장"
이런 가운데 향후 일본 증시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HSBC, 소시에테제네랄(SG) 등은 일본증시가 너무 과열된 만큼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설 것을 권장하고 있다. HSBC는 토픽스 지수가 올해 2460에 마감, 현재 수준에서 3%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고 SG는 닛케이 평균주가가 연말에 3만 2500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적 측면에서 토픽스 지수의 상대강도지수(RSI)가 또 다시 과매수 구간에 진입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 지수는 지난해 9월에도 과매수 구간에 진입한 바 있는데 그 이후 토픽스 지수는 9% 가량 하락했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은 아니더라도 올해 금리를 내린다는 점, 일본은행이 올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폐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증시 하락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 때문에 SG는 일본 주식에 대한 비중을 지난해 11월 15%에서 현재 8%로 축소시켰고 HSBC는 일본 주식에 대해 비중축소(underweight) 의견을 내놨다.
JP모건 프라이빗 뱅크의 알랙산더 울프 아시아 투자 전략 총괄은 "엔저가 일본 증시 상승의 큰 비중을 차지했다"며 "앞으로는 엔화 가치가 평가절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모리타 토시오 일본 증권업협회장은 닛케이 평군주가가 올해 4만2∼3000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MUFJ 자산관리의 이시가네 키요시 펀드 매니저는 최근 차익실현에 나섰지만 일본 주식의 펀더멘털은 변하지 않았기에 장기적으론 강세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조사에서도 일본 증시가 향후 12개월에 걸쳐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답한 응답자는 지난달 약 17%에서 이달 25%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