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송영택 산업부장/부국장
▲송영택 산업부장/부국장 |
인공지능(AI) 혁명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AI는 산업경쟁력 강화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진보하는 AI는 인류의 삶의 질을 한 차원 더 높여 줄 것이 분명하다. 미래 첨단산업의 핵심이 AI라면 AI의 기술력을 좌우하는 것은 반도체라 할 수 있다. 반도체 생산 라인이 안정적으로 가동되기 위한 전력 공급 역시 중요하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 볼 때 AI시대는 대한민국에 기회임에 틀림이 없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AI 시대를 주도할 반도체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위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비전을 발표했다. 평택 화성 용인 이천 수원 판교 등을 잇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민간 기업들은 2047년까지 62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곳에 앞으로 반도체 생산공장 13곳, 연구시설 3곳이 새롭게 들어선다. 2012만㎡ 규모의 클러스터에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HBM)와 2nm 이하 공정기반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가 조성될 예정이다. 또한 월 기준(2030년) 웨이퍼 770만장이 생산된다.
현재 AI 반도체 부문에서는 미국의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앞세워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GPU는 전력 소모량이 많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 약점이 대한민국이 도전해 볼 만한 근거다. 한국은 고성능 GPU 대비 전력 소모는 10분의 1로 줄이고, AI 학습능력은 2배로 확장할 수 있는 극저전력 지능형 반도체(PIM) 개발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잘하고 있는 메모리부문을 적극 활용하면 AI 반도체에서도 세계 1위를 노려 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윤 정부는 국산 AI 반도체 특화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K-클라우드 기술 개발에 1조원 가량을 투자하고, 기업의 반도체 인력 수요 해소를 위해 특성화 대학을 18개교로, 반도체 대학원도 6개교로 늘릴 계획이다.
또 눈여겨 볼 것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하는데 중요한 인프라가 안정적이 전력 공급망 구축이다.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라인 1개 가동하는 데 약 1.3GW의 전기가 필요하다. 한국형 원전 APR1400 1기가 필요한 셈이다. 그렇다면 10GW가 필요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APR1400 원전이 7∼8기 필요하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는 한계가 분명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발전단가가 비싼 LNG 발전소를 짓는 것도 경제성 측면에서 보면 효율성이 떨어진다. 윤 대통령도 "기흥 삼성전자 생산라인 7개에 전략망 체계를 만드는데 10년 이상의 세월이 걸렸다"고 지적하면서 "고품질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서는 원전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을 내세운 에너지정책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7000억원을 투입해 개보수를 끝내고 가동을 더 할 수 있었던 월성 원전 1호기를 조기에 폐쇄하고, 건설중이던 신고리 5·6호기는 공사가 중단됐다가 재개되면서 완공시기가 늦어졌고, 착공 전이던 신한울 3·4호기는 공사를 중단시켰다. 또 앞으로 지어질 원전부지 경북 영덕의 천지 1·2호기와 강원 삼척 대진 원전 사업추진을 백지화 시켰다. 탈원전 중시 에너지정책은 미래 첨단산업 발전에 부담으로 작용되고 있다. 그나마 윤석열 정부 들어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어 다행이다.
국제적으로도 AI 시대 도래에 따른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단연 대안 에너지원으로 원전이 재부상하고 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기가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원전 8기 추가 건설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영국도 원전 비중을 15%에서 25%로 다시 확대할 방침이다.
AI시대·반도체·원전은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 대한민국은 잘 할 수 있고, 모범 국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