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자재 쓴다더니 B급?"...표준계약서로 공사비 갈등 줄인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1.23 15:18

국토교통부,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 마련



시공사, 공사비 세부내역 제출해야



설계 변경·물가 변동 시 조정 기준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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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23일 재개발·재건축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계약을 체결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마련해 배포했다. 사진은 공사비 미지급으로 공사가 중단된 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 주택재개발 현장 입구.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김다니엘 기자]앞으로 조합-시공사간 공사비 갈등이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표준계약서를 도입해 공사비 분쟁을 완화하기로 했다. 시공사는 계약 체결 전 조합에 공사비 세부 내역을 제출해야 하며, 설계 변동과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 때는 표준계약서에 제시된 기준을 활용해야 한다. 공사비 내역을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지만 권고 사항이라 실제 효과 여부는 미지수다.

국토교통부는 재개발·재건축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계약을 체결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마련해 배포한다고 23일 밝혔다.

전국 단위의 정비사업 표준계약서가 배포되는 것은 2010년 옛 건설교통부 표준계약서가 폐지된 이후 14년 만이다. 서울시의 경우 2011년부터 별도로 표준계약서를 마련해 적용했으나 물가 반영 기준 등 불명확한 부분이 많았다.

새로운 표준계약서는 공사비 총액을 바탕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되, 선정 이후 계약 체결 전까지 조합이 시공사로부터 공사비 세부 산출 내역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공사비 산출 근거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방안이다. 또 시공사에 산출 내역서 수정·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 현재 통상 공사비 총액만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만큼 계약 이후 설계 변경 등으로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때 조합은 증액 수준이 적정한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실제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조합이 A등급의 자재를 요구할 경우 시공사는 "B등급 자재를 기준으로 총액 공사비를 제시한 것"이라며 수십억원 증액을 주장해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사비 세부 산출 내역은 조합이 기본설계 도면을 제공해야 산출할 수 있기 때문에 도면 제공이 없을 경우 입찰 제안 때 시공사가 마감재, 설비 등의 사양을 명시한 품질 사양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여기에 더해 번 표준계약서에는 설계 변경과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 기준 또한 담겼다. 설계 변경 시 ‘단순 협의’를 거쳐 공사비를 조정토록 해 기준이 모호, 갈등이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치다. 표준계약서는 설계 변경으로 추가되는 자재가 기존 품목인지, 신규 품목인지 등에 따른 단가 산정 방법을 제시했다.

물가 변동을 공사비에 반영할 때는 국가계약법에 따른 지수조정률 방식을 활용하도록 했다. 조합과 시공사가 합의한다면 예외적으로 건설공사비지수 변동률을 활용할 수도 있다. 해당 경우 간접공사비, 관리비, 이윤을 제외한 직접공사비에만 건설공사비지수 변동률을 적용할 수 있다. 특정 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 착공 이후에도 물가 변동을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굴착 공사 때 지질 상태가 당초 조사했던 것과는 달라 시공사가 증액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과도한 증액 요구를 막기 위해 증빙서류를 감리 담당자에게 검증받은 뒤 증액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다만 표준계약서는 의무가 아닌 권장 사항이기 때문에 사업장에서 표준계약서를 기본으로 한 변형 양식이 활용돼야 공사비 분쟁 완화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서울 대형 정비사업장에선 공사비 갈등이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 공사비 분쟁이 이미 일어난 사업장은 지자체와 함께 관리하고, 도시분쟁조정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 개정 또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daniel111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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