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국내 최초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영상화 성공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1.24 08:49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활용해 유전자 가위 체내 이동과 효과 즉시 파악
약물 분야 학술지 ‘저널 오브 컨트롤드 릴리스(JCR)’ 및 ‘한빛사’에 논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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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오브 컨드롤드 릴리스(Journal of Controlled Release) 논문 표지, 간경화된 부위가 콜라겐 발현 억제 크리스퍼 단백질로 인해 치유가 된 그림. 크리스퍼 단백질과 지르코늄-89가 합성되어 방출되는 감마선에 의해 체내에 있는 유전자 가위 위치를 영상화할 수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방사성동위원소 지르코늄-89(Zr-89)을 이용해 국내 최초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영상화에 성공했다.

첨단방사선연구소 가속기동위원소연구실 박정훈 박사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 중 하나인 카스12a(Cas12a) 단백질과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인 지르코늄-89를 접목한 새로운 바이오 소재를 개발했다. 이 새로운 소재는 지르코늄-89에서 나오는 감마선을 추적해 유전자 가위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정 DNA로 찾아가는 유전자 가위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어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치료제로 승인하며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동식물의 유전자에서 손상된 DNA를 잘라내고 정상 DNA로 교체해 질병을 억제하는 도구이다. 유전자 가위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가이드 RNA와 표적부위를 인식하고 잘라내는 효소단백질로 구성되어 체내에서 움직인다.

의료용 동위원소 지르코늄-89는 반감기가 3.3일로 체내에서 오래 머물지 않아 안전한데다, 생체물질을 추적하는 데 적합하고 다른 물질과 결합하기 쉬운 특징이 있다. 하지만 유전자 가위는 분자 크기가 크고 구조가 복잡하여 다른 물질과 결합하는 것이 어려웠다. 연구진은 적절한 배양 온도, 시간 등 최적의 조건을 찾아 유전자 가위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지르코늄-89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특히 간경화 치료를 목적으로 진행됐다. 간경화에 악영향을 주는 콜라겐의 증식을 억제하도록 고안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했다. 이 유전자 가위와 지르코늄-89를 합성한 후 체내에서 잘 전달되도록 지질 나노입자로 둘러싸 캡슐화해 정맥주사로 간에 전달했다. 이 과정을 PET 영상으로 확인하면 유전자 가위의 작용 여부를 알 수 있다.

향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모델링하기에 따라 암과 같은 여러 질환의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특히 약의 이동과 치료 효과를 즉시 파악할 수 있어 신약 기술 개발이나 연구 등에 활발히 사용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연구개발사업과 개인기초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는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약물 전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지 ‘저널 오브 컨트롤드 릴리스(JCR, Journal of Controlled Release)‘의 표지 논문*(지르코늄-89로 표지된 LbCas12a를 이용한 방사성 크리스퍼 간섭 시스템)으로 선정되어 24년 1월에 게재되었다. 국내에서는 포스텍 생물학연구정보센터에서 주관하는 ‘한국을 빛낸 사람들’ 누리집에도 논문이 등재됐다.

박정훈 박사는 "앞으로도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와 바이오 소재 기술을 기초연구 분야와 접목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연구 성과를 계속해서 도출해 내겠다"라고 말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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