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악성 미분양 증가에 골머리
환매조건부 분양, 계약조건 안심보장제, 계약 축하금 등 파격혜택 내걸어
건설업계 "정부 미분양 대책 역부족 추가 대책 필요"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로 미분양 적체가 심각해지면서 건설사들이 각종 혜택을 내걸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무관.픽사베이 |
24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강동역 SK리더스 뷰’는 잔여 물량에 대한 환매조건부 분양을 진행 중이다. 환매조건부 분양은 입주 시점에 분양가보다 시세가 떨어지면 사업 주체에게 되파는 것이 가능한 ‘환급’ 분양 방식이다. 경기도 의왕시 오전동 ‘의왕 센트라인 데시앙’은 중도금 이자 후불제를 제공하고 있다. 잔여가구 동·호 지정 계약자들에게 선착순으로 백화점 상품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계약조건 안심보장제를 조건으로 내건 곳도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인천 미추홀구 ‘포레나 인천학익’ 분양에서 이 제도를 시행 중이다. 계약서에 서명했더라도 향후 분양조건이 변경되면 계약자 모두 똑같은 조건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대건설이 분양하는 대전 중구 ‘힐스테이트 선화 더 와이즈’는 금리 안심보장제(4.9%까지 수분양자 부담)를 적용 중이다. 금리 안심보장제는 계약자가 아파트 구매를 위해 중도금 대출을 받으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른 대출 금리에 대해 사업 주체가 대신 부담하는 제도다.
특히 미분양이 심한 대구에서는 파격적인 혜택이 나오고 있다. 대구 동구 효목동에 조성되는 ‘동대구 푸르지오 브리센트’는 계약자에게 중도금 무이자 혜택과 함께 계약축하금으로 3500만원을 제공하고 있다. 수성구 수성4가의 고급아파트인 빌리브 헤리티지는 지난해 8월 입주를 시작했으나 계약률이 저조해 분양가의 11~13%를 할인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파격적 혜택을 내건 이유는 악성 미분양 적체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7925가구다. 지난해 2월 정점을 찍은 미분양 주택은 9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지만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465가구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1.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효력은 의문이다. 정부는 이달부터 내년 12월까지 준공된 악성 미분양 주택(85㎡, 6억원 이하)을 최초로 구입하는 경우 해당 주택은 세제 산정 시 주택 수에서 빼주기로 했다. 기존 1주택자가 최초 구입할 때 1가구 1주택 특례(법 개정 후 1년 내 미분양을 최초 구입하는 경우)도 적용된다. 업계에서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방 집값이 계속 내려가고 있고 당분간 고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최근 정부에 △미분양 매입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 재시행 및 세제 인센티브 지원 △미분양주택 취득자에 대한 취득세 50% 감면, 5년간 양도세 한시적 감면 재시행 및 주택수 산정 제외 등의 방안을 건의했다.
zoo100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