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1년만에 재추진
기업가치 5조 이상 기대
카카오뱅크 PBR 2.32배로 낮아져 부담
토스 몸값 최대 20조 언급
토스뱅크는 성장 가도
"케이뱅크만의 성장 동력 증명해야"
▲케이뱅크.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 재시동에 나선 가운데 5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받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토스뱅크의 지주사격인 토스(비바리퍼블리카)도 IPO를 추진 중인데, 케이뱅크보다 빠르게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를 토스뱅크가 따라잡는 분위기 속에서 몸값 산정에서도 큰 차이가 나게 되면 향후 인터넷은행 판세가 토스뱅크 우위로 바뀔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연내 목표로 IPO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케이뱅크는 2022년부터 IPO를 추진했지만 시장 상황이 악화되자 지난해 2월 IPO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케이뱅크가 다시 IPO에 시동을 걸면서 몸값 산정이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직접적인 비교 기업인 카카오뱅크 주가도 오르고 있고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서 케이뱅크의 IPO에는 파란불이 들어왔다는 평가다. 인터넷은행의 발목을 잡았던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 비중도 30%로 완화되면서 인터넷은행의 안전성과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관건은 기업가치인데, 앞서 케이뱅크가 IPO를 추진했던 2022년에는 기업가치를 7∼8조원으로 기대했지만 이후 시장이 얼어붙으며 4조원을 밑돌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케이뱅크는 이번 IPO에서 기업가치를 5조원 이상으로 기대할 것이란 전망이다. 26일 케이뱅크는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1주당 1만7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케이뱅크의 발행주식 수는 3억7569만5151주로 시가총액은 4조199억원 규모다. 여기에 신주를 추가로 발행하면 시가총액이 5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비교 대상 기업인 카카오뱅크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아졌다는 점은 변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4분기 기준 PBR은 2.32배로 추정된다. 카카오뱅크의 PBR은 2021년 말 기준 5.08배로, 현재 절반 이상 떨어졌다. PBR은 시가총액에서 자기자본을 나눠 구한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3분기 말 자기자본 1조8730억원을 대입해 단순 계산하면 기업가치는 4조3453억원으로 추산된다. 단 기업가치는 더 올라갈 수 있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상장 당시 해외 기업 4곳을 티어그룹으로 삼고 시가총액을 산출해 PBR 7.3배를 적용했다.
케이뱅크가 기대했던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IPO를 추진하고 있는 토스와 비교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재 토스의 기업가치는 10조원 이상으로, 최대 20조원까지도 언급되고 있다.
토스가 높은 몸값을 인정받고 IPO에 성공하면 토스뱅크의 성장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토스뱅크는 2021년 10월 출범해 2017년 출범한 케이뱅크보다 후발주자지만 최근의 모습은 케이뱅크를 앞서는 모양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충당금 여파 등으로 순이익이 전년 대비 후퇴했고, 지난해 3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132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반면 토스뱅크는 지난해 3분기, 출범 2년 만에 첫 분기 흑자를 기록하며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고객 수는 케이뱅크 953만명, 토스뱅크 900만명으로 비슷한데, 출범일을 기준으로 보면 토스뱅크의 성장 속도가 더욱 가파르다.
IPO가 기업가치를 증명하는 무대도 되는 만큼 몸값 차이가 더욱 벌어지게 되면 인터넷은행의 판세에 토스뱅크가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 또한 현재 13조8770억원으로 10조원 이상이라,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뒤를 케이뱅크가 뒤따라가는 모습이 굳혀질 수 있는 것이다. 높은 기업가치를 기대하고 있는 재무적 투자자(FI)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케이뱅크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케이뱅크는 꾸준한 성장을 통해 수신 잔액 19조600억원, 여신 잔액 13조8400억원으로, 2020년 말 대비 약 5배 이상 성장했다고 강조한다. 단 앞서 가상자산 열풍에 따라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와의 제휴 효과가 크게 빛을 본 후 이를 뛰어 넘을 만한 케이뱅크만의 혁신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어 케이뱅크만의 차별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업비트 효과 반사작용으로 지난해 인터넷은행 중 유일하게 실적이 전년 대비 떨어졌다"며 "케이뱅크가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감 있게 IPO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혁신 서비스를 통해 성장 가능성과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