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문제 아니었네"…저출생 주요 원인은 ‘이것’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1.30 11:42

어린이집·육아도우미·육아시설 요금 '고공행진'



"부담 줄이기 위해 출산 꺼리는 여성 많아"



줄어드는 女 노동 참여율…"경제성장 발목"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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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실(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우리나라가 심각한 저출생 문제를 겪고 있는 가운데 치솟는 육아비용이 세계 출산율을 낮추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30일 글로벌 분석업체 ECA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데이케어(어린이집) 비용이 전년 대비 6% 가량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 여파 등으로 비용이 9% 급등했다.

육아비용 또한 세계 각국 가정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재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뉴질랜드 맞벌이 부부의 소득에서 육아(2∼3세)로 나가는 지출의 비중이 37%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32%)과 캐나다(31%)도 30%대를 웃돌았고 영국과 호주의 경우 비중이 각각 25%, 22%에 달했다. 저출생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는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는 육아비용이 소득에서 11% 가량 차지했다.

문제는 육아비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한 아이당 데이케어 평균 요금이 1주에 321달러(약 43만원)로 전년(284달러)대비 13% 치솟았고 특히 뉴욕주(州)가 가장 큰 상승폭(16%)을 기록했다.

고소득자들이 모인 아랍에미리트(UAE)의 경우 부모들은 대부분 내니(Nanny·육아도우미)를 고용하거나 육아시설에 아이를 맡긴다. 그러나 UAE에서 내니를 고용하는 평균 비용은 지난해 연 1만7500달러(약 2330만원)에 달했고 경력 유무, 언어 구사 능력, 국적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육아시설의 경우 내니를 고용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비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ECA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UAE에서 육아시설 비용이 약 2% 상승했다.

주목할 점은 UAE의 육아시설 비용 상승률이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부분이다. 독일의 경우 육아시설 비용이 13% 급등했고 영국(10%↑), 미국(9%↑), 아일랜드(6%↑), 일본(5%↑) 등도 UAE보다 비용 상승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국인 브라질도 예외는 아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라질 최대 도시인 상파울루에서 100여명의 유아(4개월∼5세)를 돌보는 한 육아시설의 비용이 아동당 1달에 406달러(약 54만원)로 브라질 최저임금(1달에 268달러·약 35만원)을 크게 웃돌고 있다. 지난해 브라질 육아시설 비용은 전년 대비 4% 가량 올랐다.

한국의 경우 산후조리원이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이유를 설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하기도 했다.

강남의 고급 산후조리원을 경험한 로레타 찰튼 서울지국 에디터는 산후조리원 입소 비용이 기간에 따라 최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한다는 데 주목했다.

문제는 산후조리원 입소에 큰돈을 써야 하지만,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전체 비용에선 극히 일부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찰튼 에디터는 "한국의 출산율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육아 비용이 갈수록 커지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을 포기하거나 출산을 아예 꺼려하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꼬집었다. 영국 자선단체를 운영하는 조엘리 브리얼리는 "여성이 어떻게 살고 일하고 가족을 꾸리는지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육아비용이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인식 또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일본의 경우 육아시설 비용이 월 2만9500엔(약 26만원)으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여성 근로자가 출산시 전업주부로 아이를 돌보는 경우가 흔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를 반영하듯, 전 세계 곳곳이 저출생에 몸살을 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세계 출산율은 1963년에 인당 5.32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2.31명으로 내리막길을 이어왔다. 스타티스타는 2100년엔 세계 출산률이 인당 1.84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여성들이 일을 포기하는 현상은 세계 경제 성장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에이드리아나 두피타 애널리스트는 "여성을 노동시장에서 제외시키는 데 경제 전체가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여성의 노동 참여율이 남성과 일치한다면 세계 국내총생산(GDP)는 10% 가량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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