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미분양과 인허가의 딜레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1.31 13:35

김준현 건설부동산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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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해소냐, 꾸준한 공급이냐. 최근 부동산 시장이 처한 딜레마다. 건설업계 최대 현안인 미분양은 골칫거리다. 최근 10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국토교통부의 2023년 12월 주택통계 발표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2489가구로 지난해 11월 5만7925가구 대비 7.9% 늘어났다. 지난해 2월 7만5438가구까지 늘어났다가 서서히 줄어들더니 연말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사실 그간 미분양 물량이 줄어든 것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됐기 때문이 아니다. 적체된 미분양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지자체가 인허가를 제한하면서 줄어들었을 뿐이다.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연속 인허가 물량이 감소했다. 문제는 부동산 선행 지표인 인허가 물량 감소는 공급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충분한 주택 공급을 가장 중요한 부동산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이미 지난해 ‘9.26 주택공급 대책’을 통해 조기 인허가 인센티브 및 부동산 PF 대출 보증 확대 등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에 12월 주택 인허가는 지난달 9만4420가구로 전월 11월 2만553가구 대비 359.4% 늘어났다. 착공과 분양 역시 각각 3만8973가구로 35.4%, 2만8916가구로 35.2%로 같이 크게 증가해 정부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사상 최악인 상황에서 이같은 인허가 확대는 미분양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최근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다. 전국 지난달 11월 1만465가구였던 준공후 미분양은 12월 1만857가구로 3.7% 증가했다. 건설사들엔 큰 타격이다. 분양대금을 못 받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갚지 못해 도산으로 이어진다. 최근 태영건설이 PF 사업 좌초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게다가 규제 완화에 따라 인허가 물량은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더 큰 위기가 현실화되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허가 증가에 따른 미분양 물량을 "빚 내서 집 사라"는 정책으로 해소하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 신혼부부 특례 대출, 재건축 안전진단 면제 등 부동산 활성화 정책도 좋지만 리스크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 인허가 물량을 잘 조절해 악성미분양 증가, 공급 대란이라는 상반된 과제를 해결하도록 세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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