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춘절 특수 실종' 면세점, 내국인·자유여행객 잡는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1.31 18:10

단체관광객 줄고, 보따리상 거래 급감 '특수 옛말'
환율보상·포인트 제공·알리페이 할인 마케팅 경쟁
국내여행 권장 매출 확대 기대…회복 실적 미지수

서울 시내 한 면세점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관광 허용에도 중국 단체 관광객이 크게 늘지 않아 한산한 서울 시내 한 면세점.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여느 때 같으면 중국 최대명절 ‘춘절(春節, 중국 설날)’를 앞두고 대규모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 맞이에 바빴을 국내 면세점들이 올해는 춘절(2월 10∼17일)이 다가와도 차분한 분위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면세점들이 유커 방한 특수를 누렸지만, 지금은 한-중 관계 경색, 중국 부동산경기침체 등으로 ‘유커 효과’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안 좋다보니 면세점들은 저마다 올해 설 연휴기간 여행을 떠나는 ‘내국인’과 ‘외국 개별 관광객’을 겨냥한 마케팅에 준비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춘절을 앞둔 국내 면세점들은 최근 내국인과 개별관광객을 상대로 매출 올리기 전략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우선 설 연휴를 맞아 환율 보상 프로모션과 복주머니 이벤트를 진행해 내국인 고객에게 추가 LDF 페이를 지급한다. 또한, 2월 1일부터 3월 3일까지 추첨을 통해 온오프라인 면세점에서 결제금액 만큼 환급해 주고, 명동본점에서는 평일 점심시간 내 면세쇼핑을 한 직장인 구매 고객에게 식사권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해외 FIT 고객 대상으로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페이먼트 행사를 진행중이다. 중국인 고객의 경우 위챗페이로 800위안, 알리페이로 1000위안 이상 결제 시 최대 50위안의 금액권을 받을 수 있다. 기타 국적의 고객은 알리페이 플러스로 10만원 이상 구매 시 1만원 할인 쿠폰을 지급한다.

다른 면세점들도 내국인과 개별관광객을 집중 공략한다. 신라면세점은 설연휴를 맞이해 내국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2월 한 달 간 ‘2024 진정한 용띠 모집’ 이벤트로 용띠 고객 대상 S리워즈 시내점 1만 포인트, 인천점 5000포인트를 증정한다. 또한, 2월 12일까지 ‘갑진년 갑진혜택 갑진행운’ 이벤트로 서울점 및 제주점에서 100달러이상 구매고객 2024명 대상 최대 777만원 선불카드 당첨 경품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또한, 춘절을 맞이해 2월 8일부터 18일까지 서울점과 제주점에서 888달러 이상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홍빠오(빨간 봉투라는 뜻으로, 중국에서 주로 세뱃돈을 일컫는 말)에 선불카드 8만원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 예정이다. 또한 중국인을 대상으로 알리페이 및 위챗페이 결제 시 할인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신세계면세점은 ‘신세계로 체크인 캠페인’을 진행하며 외국 개별관광객을 위한 K브랜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2월 7일까지 명동점에선 국내 화장품 브랜드를 150달러 이상 구매 시 면세 포인트 1만원를 증정하고, 2월 14일까지 명동점 방문 고객에게 한국 브랜드 전용 쇼핑지원금 1만원 혜택까지 제공한다.

또한, 2월 22일까지 알리페이 춘절 프로모션을 통해 1000위안 이상 구매시 50위안 즉시할인한다. 2월 5~18일까지 진행되는 위챗페이 프로모션은 시내면세점 및 공항면세점에서 800위안 이상 구매 시 50위안 할인권(500위안 이상 시 사용 가능)을 선사한다.

면세점들이 올 설 연휴 내국인과 개별관광객 공략에 집중하는 것은 현재 팬데믹 이전처럼 중국 단체 관광객이 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엔데믹 전환에 이어 지난해 중국 정부가 자국민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했음에도 방한 유커 수는 예전만 못하다. 따라서 면세점들의 춘절 대목 기대감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춘절을 맞아 상당한 이동이 있을 것 같긴 한데, 예전처럼 단체 관광으로 오는 게 아니라 개별 관광이 많이 늘 것 같다"며 "중국 내부 분위기는 어쨌든 거기가 내수 시장이 지금 워낙 안 좋다 보니까 국내 여행을 권장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3조 7586억원으로 전년 대비 22.8% 감소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매출이 급감했던 지난 2020년을 포함해 최근 7년새 최저치다.

이 같은 결과는 방한 중국 단체관광객이 크게 늘지 않는 것 외에도 다이궁(중국 보따리상) 매출이 급감한 영향이다.

우리나라에 오면 한 번에 대량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법인형 다이궁은 2020년 하늘길이 막힌 이후 면세점 최대 고객으로 부상했다. 다이궁을 유치하기 위한 업체 간 송객수수료 경쟁이 과열되자 관세청은 지난해 초부터 주도적으로 송객수수료 인하를 유도했다. 다이궁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매출은 크게 감소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개별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음에도 현재 국내 면세점 매출의 최소 70% 이상은 다이궁에서 나온다. 면세점 실적회복의 핵심 키는 여전히 중국에 달려있는 셈이다. 중국은 현재 부동산 경기 침체, 높은 청년 실업률 등 여파로 경기 상황이 좋지 못하다. 이로 인해 면세업계 실적 반등도 요원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경기가 언제 좋아진다는 시그널이 없기 때문에 실적 회복이 언제인지 섣불리 예측할 수 없어졌다"며 "예전 같은 경우에는 ‘내년 상반기다 아니면 하반기다’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더 안 좋아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pr902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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