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 16년 연속 국내 대학 1위
게임개발·영화제작 ‘딴짓 활동’도 지원 “융합인재 양성”
AI대학원·영재고 설립, 차세대 AI반도체 공정팹과 협업
“광주 AI집적단지, AI 공부·일하려는 청년들 찾아올 것”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으로 근무할 당시 한 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16조~17조원 중 R&D 장비 구입에 쓰인 금액만 2조~3조원이었습니다. 대부분이 해외 수입장비였죠. 이 중 10%만 국산화해도 국내 중소벤처기업계와 지역경제에 2000억~3000억원의 광(光)과학 등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시장이 열리는 셈입니다."
임기철 광주과학기술원(GIST·지스트) 총장은 이공계 특성화대학으로서 국내 과학기술 중추연구기관 역할은 물론 호남지역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도 역할을 강조했다.
지스트는 광주과학기술원법에 의거해 설립된 이공계 특성화대학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함께 국내 4대 과학기술원 중 한 곳이다.
4대 과기원은 각각 특별법에 의해 설립·운영되고 있으며, 교육부가 아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할의 고등교육기관이라 교육부 관할 일반대학에 비해 수시·정시 등 입시·학사 정책에서 상당한 자율성을 갖고 있다.
덕분에 지스트를 포함한 4대 과기원은 다양한 실험적인 선진 교육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도입·운영하고 있다.
지난 1993년 설립돼 1971년 설립된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이어 국내 두 번째 과기원이 된 지스트는 설립 당시부터 '국제화'와 '융합'을 두 축으로 삼아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학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국가균형발전 취지에 따라 비수도권에 분산 설립된 다른 과기원들처럼, 지스트 역시 광주전남지역 첨단기술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중추역할을 맡고 있다.
임기철 총장은 지스트 설립 30주년인 지난해 취임해 향후 30년의 비전을 설계하고 제2의 도약 발판을 마련하는데 매진한다는 포부다.
지난달 26일 광주광역시 오룡동 지스트 총장실에서 만난 임 총장은 “지스트는 국내 과학기술원 중 가장 적은 수인 한 해 약 200명의 학생을 모집하고 설립 이래 30년간 배출한 졸업생도 총 8000명 가량(박사 1780명, 석사 4820명, 학사 1130명)인 소수정예 대학"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학생 수 대비 높은 200여명의 교수진과 국내 최고수준의 연구역량, 첨단 인프라를 기반으로 세계 대학평가 100위권에 진입할 것"이라며 지스트 비전을 피력했다.
◇“교수 1인당 SCI 논문 수 1위…모든 전공수업 영어로"
다음은 임기철 지스트 총장과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지스트가 일반대학은 물론 다른 과학기술원과 차별화된 점을 소개해 달라.
▲지스트는 설립 초기부터 '국제화'와 '융합'을 모토로 과감하게 글로벌 교육시스템을 도입하고 융합연구 분야에 도전했다.
모든 전공과목은 영어로 강의하고, 교수평가 기준으로 SCI(미국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저널 논문게재 수와 논문피인용 수를 도입했다. 이는 국내 대학 중 가장 선구적인 시도로, 교육과 연구의 질을 국제 수준으로 높이는데 기여했다.
이에 힘입어 지스트는 2001년 교수 1인당 SCI 등재논문 편수 국내 대학 1위, 대학원생 1인당 SCI 등재논문 편수 국내 2위를 기록했다.
특히, 영국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QS의 세계대학평가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 부분에서는 2008년 이후 16년 연속 국내 1위를 지키고 있고 세계 전체 대학 중에서는 2~6위를 지키고 있다.
또한, GIST는 자연과학, 공학, 인문학의 소양을 두루 갖춘 '융합인재' 양성을 목표로 모든 신입생이 기초교육학부로 입학하도록 했다.
흔히 과학기술원은 이공계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으로 생각하지만, 지스트는 이공계과목 뿐만 아니라 인문학, 사회과학, 어학, 예술 등 다양한 교양과목을 필수 및 선택으로 지정하고 있다.
특히 '무한도전 프로젝트'를 운영, 애플리케이션 제작, 게임 개발부터 영화 제작, 연극, 작곡 및 공연 등 인문, 사회, 문화, 과학, 학술 등 분야 상관없이 다양한 자기주도적 '딴짓' 활동을 장려하고 팀당 250만원까지 지원해 준다.
이 외에도 지스트는 다양한 실험적 교육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부 3~4학년생이 대학원 연구실에서 연구에 참여하는 등 대학원과 연계한 효율적 학사 운영을 하고 있고,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칼텍)의 SURF를 벤치마킹한 'G-SURF' 프로그램은 본인이 희망하는 대학원과 대학 연구실에서 지도교수 멘토링을 받으며 실제 연구를 수행할 수 있어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다.
◇“연구역량 이미 세계 최상위권…세계대학 100위권 진입 목표"
-광주에 있는 과학기술원인 만큼 광주·전남지역 첨단산업 발전에 중추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지스트와 인접해 있는 광주 북구 첨단 3지구 산업단지가 AI반도체, 데이터센터 등을 갖춘 인공지능(AI) 집적단지로 조성된다. 오는 2029년까지 2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광주는 첨단 AI 거점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지스트는 AI에 강점을 가진 대학으로, 지난 2019년 AI 기술 연구개발을 위한 '지스트 AI대학원'을 설립했고, 오는 9월 윤리·규제 등 AI 기술의 전략적 활용을 연구하는 '지스트 AI정책전략대학원'을 설립할 예정이다. 오는 2027년에는 지스트 부설 AI영재고등학교도 설립해 고등학교부터 박사과정까지 전주기 AI인재 양성체계를 완성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의 광주지역 대선공약인 'AI반도체 특화단지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건립 중인 차세대 AI반도체 첨단공정 팹(반도체 제조공장)이 오는 2027년 GIST 교내에 문을 열면 광주 첨단 3지구에 조성되는 AI 산업융합 집적단지와 연계된 AI반도체 산업 인프라가 조성된다. 이를 계기로 AI를 공부하거나 AI 분야에서 일하기 위한 젊은이들이 더 많이 찾고 정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밖에 올해 2024학년도부터 삼성전자와 협약을 통해 반도체학과를 신설, 학·석사통합과정(총 5년)을 운영한다. 선발된 학생은 삼성전자 취업이 보장되고 최대 5년까지 등록금과 기숙사비가 전액 지원되며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UC 버클리), 보스턴대학교,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등 여름학기 수강과 교환학생 기회도 제공된다.
-지스트 창립 30주년 되는 지난해에 취임하셨다. 총장님의 임기 내 목표와 향후 비전을 소개해 달라.
▲지난해 총장에 취임하면서 3대 전략을 밝혔다. 역량을 강화하는 '포텐셜 업', 화합을 이루는 '하모니 업', GIST의 가치를 제고하는 '밸류 업'이 그것이다.
이 전략을 통해 세계대학평가 100위권(국내 7위 이내) 도약, 아시아의 'AI 헤드쿼터(본부)' 구축 및 GIST 해외분원 설립, 창업지원 지주사 'GIST 홀딩스' 설립 및 연구·의료장비 산업기반 조성을 약속했다.
또한 GIST의 향후 30년의 목표를 담은 'GIST 비전 2053'도 밝혔다. 인류의 더 나은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과학기술 중추 연구기관이라는 비전 하에 글로벌 과학기술 인재 3만명 양성 등 고급 과학기술 인재양성 로드맵을 구축하고 글로벌 석학 30명 배출 등 연구의 질을 높이며 유니콘급 기업 30개 배출 등 고부가가치 창출에 주력할 계획이다.
◇“연구과제중심제도 개편해 연구성과 효율성 높여야"
-총장님은 청와대 비서관을 지내신 과학기술정책 전문가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과 인재양성을 위한 정책적 조언을 부탁 드린다.
▲올해 정부 R&D 예산이 전년대비 삭감됐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GDP 대비 가장 많은 R&D를 투자하는 나라에 속한다.
다만, 지난해 여름 쯤에 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경제 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R&D가 돼야 한다고 (학계에 R&D 예산 삭감의 불가피성을)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연구성과 도출보다 인건비 채우기에 치중하는) 연구과제중심제도(PBS)를 철폐해서 인건비를 채우는 연구가 아닌, 연구에 성공하려는 의지를 키워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박사후연구원,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의 인건비를 최대한 보장해 주는 쪽으로 정부 R&D 예산 운용정책이 가야할 것이다.
■ 임기철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프로필
△1955년생 △서울대학교 공학 학사·석사·박사, 서강대학교 경제학 석사 △2008~2010년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원장 △2010~2012년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실 과학기술비서관 △2017~2018년 제8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 △2023년 7월~ 제9대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