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한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에 1심 재판 무죄 선고를 받자, 해외 언론에서도 빠른 반응이 터져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외신들은 대체로 사법 리스크 해소로 인한 삼성전자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이 회장 무죄 선고를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회장이 중요한 승리를 거뒀고, 이 억만장자를 10년 이상 괴롭혔던 징역형의 위협을 마침내 제거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무죄 선고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스마트폰 분야 애플, 인공지능 분야 SK하이닉스의 거센 도전에 고생하는 세계 최대 메모리칩·디스플레이 제조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특히 이번 판결은 글로벌 스마트폰·메모리칩 침체에서 탈출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고무적인 소식"이라며 삼성전자가 앞서 4분기 연속 이익 감소를 기록한 사실도 전했다.
AFP 통신은 “이 회장에 대한 무죄 판결은 전 세계 메모리 칩의 약 60%를 공급하는 삼성전자가 장기 투자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분석을 전했다.
AP 통신은 “이번 판결로 전 정부를 무너뜨린 부패 스캔들에서 별도의 뇌물수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삼성 상속자를 둘러싼 법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일부 외신은 한국 사회에 재벌에 대한 불신이 있는 상황에서 나온 유리한 판결에 주목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에서) 대부분의 재벌 스캔들은 (창업주) 일가가 다음 세대에 경영권을 물려주려는 시도에서 비롯됐다"며 “한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이 판결에 놀랐고, 한국 시장의 공정성과 사법부 신뢰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판결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한국의 정치권과 사법당국이 재벌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줬다"는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미국 CNN 방송은 이번 결정을 '깜짝 판결'로 표현, 수년간 법적 문제에 휘말려온 이 회장에게 큰 안도감을 줬다며 “전문가들에게는 '뜻밖의 놀라운 소식'(surprise)으로 인식된 이번 판결에 대해 검찰이 항소할지는 확실치 않다"고 보도했다.
CNN은 “완전히 충격적인 판결로, 이번 결정은 한국 법 제도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 신뢰와 한국 자본시장 건전성을 저하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박상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의 언급을 전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한국에서 가장 큰 대기업들은 여전히 창업 가문이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는데 대중은 창업 가문 관련 스캔들에 대한 분노와 그들이 나라의 경제적 성공에 많은 책임이 있다는 인식 사이에서 오랫동안 고민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회사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서울중앙지법은 3년 5개월 만에 1심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