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고 중대재해 막으려면 발주자 책임 분명히 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2.06 14:54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장 인터뷰

“중대재해처벌법 기대만큼 성과 나타나지 않아”

“발주자를 포함한 건설산업, 건설기업, 건설기술인의 역할과 책임 명확히 해야”

안홍섭 교수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 회장(군산대 명예교수)이 서울 광진구 한국건설안전학회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이현주 기자

“중대 산업재해 사고의 절반 이상이 건설업종에서 일어 나는 것은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발주자 위주로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해야 줄어들 수 있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 시행돼 전국 건설 사업장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 회장(군산대 명예교수)이 건설업계에 내놓은 조언이다. 안 회장은 지난 1일 서울 광진구 한국건설안전학회에서 에너지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안 회장에 따르면 중대산업재해 방지를 위해 국가 차원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안타까운 건설 사망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실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459명(449건)으로 이 중 건설업종 사고사망자는 240명(235건)이다. 중대재해 사망자 절반 이상이 건설업종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으로 산업 현장에서 사람이 죽고 다치는 일이 획기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생각했던 만큼의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법이다. 2021년 1월 공포 후 이듬해 1월부터 시행됐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2년의 유예기간을 더 준 후 지난 27일부터 적용돼 5인 이상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됐다.


이같은 현실에 대한 안 회장의 진단은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건설산업에서 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건설안전제도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건설산업의 부실과 사고, 위기에 대한 배경과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나 핵심원인에 접근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재해 발생 후 뒷처리 과정에서 안전 조치 시행 여부 등 구체적인 사안에 집중하다 보니, 사업주들이 법률가를 동원한 사후적 증빙 만들기에 치중하면서 정작 예방에는 소홀하다는 것이다. 이에 일선 현장에서는 공사팀은 물론 안전직조차 증가한 안전업무에 시달리고 있고 재해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안 회장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21년 학동 해체공사장 사고, 2022년 화정동 붕괴, 2023년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등 건설 사고와 부실시공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면서 “강화된 안전법제 조차도 공사현장의 어려움을 가중해 실질적 안전수준 개선에는 이바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건설사업 이해 당사자 사이의 불합리한 안전 책무를 합리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안 회장의 진단이다. 특히 발주자를 중심으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 회장은 “삼풍백화점 참사의 중심에는 건축자가 있었으며 교훈은 책임의 중심에 발주자를 두라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30여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도 책임의 원칙은 표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회장은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로 발주자를 포함한 건설 업계·기술인 등 이해 당사자 및 관계자들간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불합리한 책임의 원칙을 바로 세우기 위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이 논의됐으나 건설업계에 반대로 무산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건설사업의 초기부터 건설안전전문가 발주자를 보좌해 설계 단계에서 근원적으로 안전을 확보하는 영국, 싱가포르 등 선진국형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국내에 정착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현주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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