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제도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
우리나라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제도 보장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제도를 추가로 확대하는 것보다는 현행 제도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7일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제도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과 남성의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제도의 기간과 급여를 종합적으로 국제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OECD 38개국 중 5번째로 보장 수준이 높았다.
출산전·후 휴가와 여성 육아휴직 제도를 합산해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 제도의 보장 기간은 64.9, 급여지급률은 52.4%였다. 보장 기간과 급여를 모두 고려해 평균소득의 100%를 보장하는 기간으로 환산 시(완전유급기간) 34주로 OECD 38개국 중 16위를 차지했다.
완전유급기간 기준 우리나라의 여성 휴가·휴직 보장 수준은 독일(9위), 일본(14위), 스웨덴(15위)보다 낮았으나 프랑스(24위), 영국(34위), 미국(38위)보다 높았다.
배우자 출산휴가와 남성 육아휴직 제도를 합산해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 제도의 보장 기간은 54주, 급여지급률은 46.7%였다. 평균소득의 100%를 보장하는 완전유급기간은 25.2주로 OECD 38개국 중 2위를 차지했다.
여성과 남성의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제도의 완전유급기간을 합산해 국가별 순위를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59.2로 OECD 38개국 중 5위였다. 일본을 제외한 G5 국가 및 스웨덴보다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경총은 우리나라의 빠르고 지속적인 모성보호제도 확대에도 불구하고, 경력단절 방지와 저출산 극복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20여년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제도의 기간, 급여 수준 등이 빠르게 확대됐다. 2002~2022년 출산전후휴가 급여 수급자는 약 3배(2만3000명→7만3000명), 급여는 약 13배(226억원→3028억원) 증가했고, 육아휴직 급여 수급자는 약 35배(4000명→13만1000명), 급여는 500배 이상(31억원→1조 6,572억원) 늘었다.
2022년 출생아 부모 중 같은 해 육아휴직 사용률(잠정치)은 30.2%로 여성은 70%, 남성은 6.8%였다. 이는 2015년 대비 전체는 11.6%p, 여성은 12%p, 남성은 6.2%p 증가한 수치다.
30대 고용률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여성 경력단절 현상(M자 커브)이 지속되면서 35~59세 남녀 고용률은 26%p의 격차를 보였다. 또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전체 사유 중 42%)이 심화되는 가운데 2022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하는 등 저출산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경총은 “경력단절 최소화와 저출산 해소를 위해 현 제도의 실효성 제고와 함께 기업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하며, 기업은 가족친화경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과도한 모성보호제도 확대는 오히려 근로자 경력단절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육아휴직 등 제도 사용률이 제고되고 있는 현재의 추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경총의 생각이다. 시간선택제, 탄력근무제 등 유연근로제를 확산시켜 휴가·휴직에 편중된 제도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총은 또 가족친화 제도 및 문화가 우수한 기업에 대해 법인세 감면 등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기업은 우수인재 유인책 및 구성원 동기부여 방안으로 가족친화경영과 일·가정 양립 지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심각한 여성 경력단절과 저출산 문제를 동시에 겪고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라며 “우리 모성보호제도는 짧은 기간 급격히 확대돼 보장 수준이 OECD 상위권에 다다랐으나 육아기 여성 고용과 출산율 제고에는 뚜렷한 정책효과를 보이지 못했다"고 짚었다.
이어 “우리 모성보호제도의 틀이 충분히 갖춰진 만큼 추가적 제도 확대보다 현 제도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사회적 여건 조성에 힘쓰는 것이 우선"이라며 “특히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출산율 제고가 모두 중요한 과제이므로 노동시장과 단절되는 육아휴직보다는 일과 출산·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유연근무 등의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